양승동 KBS사장 내정자 앞에 놓인 과제

[미디어오늘 1139호 사설]

2018-03-02 11:50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차기 KBS사장으로 양승동 PD가 내정됐다. 양승동 내정자는 앞으로 ‘KBS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이런 전망이 충분히 가능하다. 양 내정자는 2008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MB정권의 정연주 사장 강제 해임 시도에 맞서다 파면됐다. 양 내정자는 권력의 KBS 장악시도에 정면으로 맞섰던 대표적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가 시민자문단 정책 평가회에서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 KBS를 독립시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양 내정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제작 자율성 침해와 인사전횡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규명도 하겠다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양승동 체제의 KBS’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적폐청산이라는 화두를 축으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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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내정자의 KBS개혁에 대한 의지는 분명 평가할 대목이 있다. 하지만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기가 고대영 전 사장 잔여임기인 오는 11월까지라는 점, 향후 KBS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직면하게 될 내외부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우려의 핵심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양 내정자에 대해 공세를 펴면서 일정을 지연시킬 경우 ‘KBS개혁’도 그만큼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양 내정자의 ‘개혁의지’ 못지않게 현실적인 장벽이 녹록치 않다는 걸 보여준다.

방법은 하나다. 양승동 내정자는 KBS이사회 면접과 시민자문단 평가 결과를 합산해 KBS사장으로 내정됐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민자문단이 KBS 사장 후보자들을 평가했고, 40%라는 높은 비중으로 결과가 반영됐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반발을 불렀던 ‘낙하산 사장’과는 차원이 다를뿐더러 그동안 KBS이사회가 해왔던 사장 선출방식에서도 벗어났다. 그만큼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선택권을 확대한 상태에서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다.

양승동 내정자가 앞으로 KBS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제1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시민들의 기대와 바람이다. 시민들이 양승동 PD를 사장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영방송 정상화와 적폐청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향후 불거질 수도 있는 KBS 내외부의 반발은 그리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다. 양승동 내정자는 시민들이 선택한 사장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 KBS 사장 출마 의사를 밝힌 양승동 PD가 2월5일 서울 당산동 인근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양 내정자에게 몇 가지 당부할 일이 있다. KBS 정상화와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환경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공영방송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시민들의 미디어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과거 뉴스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제기된 KBS뉴스 편파성 문제를 여기에서 다시 언급하진 않겠다. 하지만 제작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확보된 정연주 전 사장 시절에도 KBS 정치보도는 기계적 중립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KBS기자들이 사안의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여야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게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양승동 내정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뉴스와 프로그램 혁신을 위한 인사와 제도적 지원을 통해 KBS가 공영방송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시민들은 더 이상 팩트만 단순 보도하거나 양쪽의 주장을 나열만 하는 방식의 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점점 추락하고 있는 시대에 공영방송이 우선해야 하는 일은 바닥으로 떨어진 언론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것은 적폐청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저널리즘 혁신과 시민참여에 KBS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