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지금도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에게 죄송하다”

2014년 선거캠프 성추행 사건 은폐 논란에 “그땐 보고 못 받아… 모든 걸 철저히 조사할 것”

2018-03-02 17:51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지역 선거사무소에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고발에 대해 박원순 시장이 사실을 인정하고 거듭 사과했다. 

박 시장은 4년 전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다가 함께 활동하던 남성 활동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지난달 28일 A씨의 폭로와 관련해 2일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우리가 파악을 해보니까 실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홀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지, 그리고 당시 힘든 일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내가 이미 사과를 했다”면서 “내가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그조차도 내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과거에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아무튼 피해자가 안전하고 안심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할 생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등 공적 과정에서 엄중한 조사를 좀 하도록,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왜 당시에 문제가 나한테 보고까지 안 됐는지 모든 걸 철저히 조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박 시장 측은 과거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고발한 A씨를 직접 만나 사과하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박 시장의 사과문을 확인한 후 고발 글 삭제 또는 추가 고발 등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당연히 알았어야 했는데 그 사실을 몰랐던 것도 나의 큰 잘못이고 부족함”이라며 “지방선거 백서가 발간되지 않아 피해자의 요청을 담아내지 못했다. 이 또한 나의 책임이다. 그동안 혼자 마음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고발 글에서 “다음 성추행은 없도록 지시하겠다고 박 시장이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다”며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는 다른 지역 변호사를 통해 ‘미안하다,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시가 SBS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강남권 자원봉사자였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역시 자원봉사자였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마치 정규직과 일용직의 계급 차이를 사회적 시선으로 잘 해석하신 편집, 아주 영리하더라”며 “박원순 캠프 정규직이 아닌데, 박원순 당선시키겠다고 바보처럼 자원봉사 갔던 처지를 비관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A씨는 또 자신의 고발 내용을 보도한 SBS와 뉴데일리가 허락 없이 ‘필명’을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내 글에 피해 가는 게 싫으니 실명으로 올리겠다고 썼는데 그 내용은 쏙 빼고 방송에서 그렇게 함부로 필명을 사용해도 되느냐”며 “(개인정보 공개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는) 무책임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SBS는 지난 1일 저녁 종합뉴스에서 A씨의 고발 내용과 서울시 측의 해명 내용을 다루며 A씨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만 음영 처리하고 필명은 리포트와 화면에서 그대로 내보냈다. 뉴데일리는 기사에서 A씨의 필명과 사진까지 모두 노출했다.

2012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는 “언론은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인권진흥원·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이 2014년 함께 만든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과 ‘성폭력 사건 보도 실천요강’에도 “언론은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취향, 직업, 주변의 평가 등 사적 정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피해자의 얼굴, 이름, 직업, 거주지 등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법적 의무”라고 나와 있다.

한편 이날 서울시 해명에 따르면 A씨가 강남지역 선거연락사무소에서 활동하던 자원봉사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사실은 당시 선거캠프본부 조직 관리를 맡고 있던 B팀장에게까지만 보고됐다.

서울시는 A씨의 고발 내용에 대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여성 문제 전문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성폭력상담소 등의 추천을 받아 총 3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추행 문제가 밝혀지거나 법적 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위임하겠다”며 “만약 법적 처리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진 일이라 하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