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20대 국회 윤리위 징계 살펴보니, ‘자가당착’ 만연

18대 강용석·19대 심학봉 징계 유일, 모두 성폭력 사유… 20대 한선교 성희롱 발언도 ‘공개회의 경고’

2018-03-07 11:06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역대 최악의 추잡한 성폭력당으로 전락하고 있는 ‘성폭력과 더불어 사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정무비서의 성폭력 고발이 나온 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연일 정부·여당을 향한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민주당이 지난 5일 정무비서의 jtbc ‘뉴스룸’ 인터뷰가 나가자마자 한 시간 만에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하고, 안 전 지사에 대해 출당과 제명 조치를 내렸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안 전 지사 역시 6일 새벽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며 사의를 밝히고 피해자를 비롯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안 전 지사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당만이 아니라 모든 야당에서 엄중한 처벌과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성추행 정당으로 기록될 것”(한국당)이라거나 “성폭력 문제와 피해자들의 상처 앞에 이상하리만큼 더듬거리던 민주당”(바른미래당)이라는 등이 논평은 진정성 있는 비판이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촉구라기보다는 2차 가해에 가까워 보인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사안을 두고 정략적 공세는 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는 미투 운동에 관해선 “정당마다 이러한 피해 사실이 없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가당착에 빠져서는 안 된다”(민주평화당),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국회부터 내부 성찰이 절실하다”(정의당) 등의 지적이 더욱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게 국회에서 할 일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은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젠더폭력대책TF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형법과 성폭력범죄특별법 등 관련법에 따른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또 다른 피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정춘숙 의원·남인순 위원장·박경미 의원. ⓒ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의 자성 노력을 돕기 위해 의원들이 지난 18대 국회부터 누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살펴봤다. 

18대 국회에선 54건의 징계안 중 윤리특별위원회에서 가결(제명)된 안은 1건에 불과했다. 당사자는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지난 2010년 7월 대학생 토론회에 참석한 아나운서 지망 대학생에게 여성과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19대 국회 역시 윤리특위에 접수된 총 39건의 징계안 중 유일하게 가결된 1건의 장본인은 심학봉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지난 2015년 9월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심 전 의원의 제명안은 윤리특위 징계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재적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심 전 의원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이 경찰과 검찰에서 “강제성이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6일까지 20대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된 징계안은 모두 20건이다. 이중 징계심사소위까지 회부된 안건은 5건이며 한국당 의원이 3건(한선교 2건·김진태 1건), 민주당 의원 1건(김민기), 민주평화당 의원 1건(박지원)씩이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 2016년 9월1일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와 사드 배치에 관련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발언을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하러 의장실을 찾아갔다가 경호 경찰관의 멱살을 잡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아울러 한 의원은 2016년 10월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종합 국정감사장에서 유은혜 민주당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성희롱 발언을 하고 면피성 사과를 해 의원들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18·19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징계가 가결된 의원은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이 유일했다. 20대 국회에선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징계안이 올라와 있다. 왼쪽부터 강용석 전 의원·심학봉 전 의원·한선교 의원·표창원 의원. ⓒ 연합뉴스

교문위 소속의 김민기 의원도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의원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이유로 한국당 의원들에게 제소당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K스포츠재단 설립 허가권이 문체부가 아닌 서울시에 있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한 김 의원이 허위사실 주장과 함께 지위를 남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K스포츠재단의 설립 허가권은 서울시장에게 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박지원 의원과 김진태 의원은 2016년 10월 대통령(박근혜)의 국군의 날 기념사 등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쌍방이 윤리특위에 제소됐다. 박 의원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 대해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하자 김 의원은 “뇌 주파수가 북한 당국에 맞춰져 있다”며 “왜곡과 선동으로 눈이 삐뚤어졌는데 뭔들 제대로 보이겠나”고 인신공격을 가했다.

이들 5명 의원의 징계안과 함께 지난해 1월 박근혜씨의 나체 풍자화를 국회에 전시해 논란을 일으킨 표창원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윤리특위 자문심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자문심사위는 한선교 의원의 국회 경찰관 폭행과 유은혜 의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에 대해 각각 ‘공개회의 사과’와 ‘공개회의 경고’ 결정을 내렸다. 표창원 의원의 나체 그림 전시도 ‘공개회의 경고’를 받았다. 박지원·김진태 의원의 쌍방 제소와 김민기 의원의 지위 남용 사유에 대해선 ‘비징계’로 결론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