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B의 죄질은 정치적 고려를 뛰어넘는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불법자금 수수 김윤옥 여사도 수사 대상… 모르쇠 일관 MB, 구속영장 불가피

2018-03-16 08:49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성동조선 5억원 김윤옥 여사에게… MB “모른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성동조선의 불법자금 약 5억 원이 전달된 단서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가 앞선 검찰조사에서 성동조선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쪽에 건넨 불법자금 20억여 원 중 5억 원 가까이가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진술한 것이다.

16일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을 14시간가량 조사하며, 김 여사에게 전달된 5억여 원에 대해 캐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에)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문답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8억 원)과 사위 이 변호사(14억5000만 원)에게 건넨 돈 총 22억5000만 원 가운데 20억여 원은 출처가 성동조선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검찰은 당장 김 여사를 소환할 계획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다만 검찰은 김 여사도 이 전 대통령의 다른 친척들처럼 비공개로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검찰은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아들 이시형씨 등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다가 언론 보도 후 이들의 검찰 출석 사실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가 아닌 방문조사 등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검찰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당시에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부산에서 비공개로 조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성동조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앞뒤로 경영난을 겪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이래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총 9조6000억여 원을 지원받은 기업으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MB는 왜 ‘국정원 특활비 1억’ 수수만 인정했을까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21시간 조사받으면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지만, 유일하게 인정한 것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약 1억 원) 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 여사 관련성은 언급하지 않고 “대북공작을 비롯한 공적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왜 유독 이 돈에 대해서만 수수 사실을 인정했는지에 대해 “사실 우리도 왜 그 부분만 인정했는지 궁금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검찰 안팎에선 우선 이 돈을 전달한 사실을 털어놓은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보관하고 있거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수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김 전 실장이 추가 폭로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있다”며 “김 전 실장이 돈을 전달할 당시 관저 직원 등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이 있어 마냥 부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부인 김윤옥 여사로 수사가 번지는 걸 꺼려 인정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전 실장은 돈을 김윤옥 여사의 일을 봐주는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는데, 이 전 대통령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면 검찰이 김 여사를 상대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자신이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썼다’고 한 점에 대해선 “검찰 조사 때는 밝히지 않고 있다가 향후 재판 과정 등에서 이를 공개해 명분을 얻으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추측이지만, 수사팀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MB 구속영장 청구 기정사실화

검찰은 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액이 크고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수사팀에서 올라온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주 중 결정 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5일 퇴근길에 기자들이 이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향을 묻자 “충실히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구속영장 청구 시기는 다음 주가 유력하다. 검찰은 통상 피의자를 소환 조사한 후 이틀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조사량이 방대하고, 이번 주 내에 청구하려고 서두를 경우 사전에 영장 청구 방침이 정해져 있었다는 공격을 당하기 쉽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의 공범들과 지난해 뇌물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도 거론된다”며 “검찰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한 후 구속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지 않았다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전례를 들며 ‘오래 끌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16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만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정치보복에 따른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어 검찰로서는 이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죄질은 정치적 고려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 전 대통령의 노골적 사익추구 혐의와 검찰 조사에 임한 태도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지언정, 연민의 여지가 없다. 공범들이 이미 구속된 마당에 주범에게만 온정을 베푸는 것도 균형을 잃은 처사”라며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죄해 마땅하다.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정사에 치욕, 법정에 선 박근혜 국정원장 3명

지난 15일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 총 35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나란히 법정에 섰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사적으로 유용할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기도 했던 이병기 전 원장은 “그 돈이 제대로 국가 운영을 위해 쓰이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와 반대로 된 것이 안타깝다”며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남재준 전 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청와대가 국정에 사용할 예산으로 생각했지, 그 이외로 돈이 쓰일 줄은 몰랐다”며 “잘못된 것은 진심으로 반성하지만 검찰 주장처럼 대가를 바라고 준 뇌물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병호 전 원장은 “개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것은 내가 부패해서가 아니고 다른 원장이 임명됐다면 그 사람이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재판을 함께 받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내 잘못으로 다른 분들이 고초를 겪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청와대 인근 골목길에서 전달 방법 등을 진술해 검찰이 특활비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검찰은 “정당한 돈이라면 골목길에서 은밀하게 만나 받았겠느냐. 전달 방법만 봐도 부정한 대가 관계로 뇌물 공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기획재정부의 ‘201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근거로 들며 이들의 반박을 일축했다.

해당 지침에는 특활비 적용 대상이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한정돼 있다. 업무추진비 등 다른 비용 항목으로 집행이 가능한 경비는 계상이 금지된다.

앞서 1월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씨는 국정원에서 받은 특활비 중 15억 원을 기(氣) 치료, 차명 휴대전화 요금, 사저 관리비, 측근(문고리 3인방 등) 격려비 같은 곳에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이처럼 특정 정권의 국정원장이 동시에 같은 혐의로 한 재판의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것은 헌정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 재직한 두 명의 국정원장인 원세훈(대법원 계류)·김성호(최근 검찰 소환) 전 원장 역시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과 관련한 재판 또는 수사를 받고 있어, 최근 재직한 다섯 명의 국정원장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몰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