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왜 “대통령도 언론은 못 이긴다”고 했을까

삼성 장충기 문자가 보여준 언론의 민낯… 유시민 “대기업 광고료 그물에 포획된 언론”, 박형준 “불공정 기득권 구조”

2018-03-17 12:16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15일 방송된 JTBC ‘썰전’ 출연자인 유시민 작가는 “언론은 안 건드리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로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언론과 법적 소송 등 싸움을 이어가는 게 득 볼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유 작가는 “대통령도 (언론은) 못 이긴다”고까지 말했다.

사실 유 작가가 언론에 대해 이렇게 말하게 된 까닭은 최근 우리 사회에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썰전’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받은 문자가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보여준다며 얘기를 나눴다.

유 작가는 언론과 삼성이 유착하는 이유에 대해 삼성의 언론 관리자와 언론인 사이의 개별적 관계와 기업과 언론사 간의 공적 관계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인과 기업인의 사적 관계가 취업 청탁 문제로 이어지고, 삼성은 언론에 최대 광고주이기 때문에 공적으로도 긴밀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지난 15일 JTBC ‘썰전’ 방송 중 갈무리.
박형준 동아대 교수도 지난 2014년 ‘4대 재벌 언론사 광고 지배력’(경제개혁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 자료를 제시하며 4대 재벌의 언론사 광고 지배력이 지상파TV 23.56%, 신문 15.02% 등으로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겨레(25.02%)와 경향신문(16.9%) 등 진보 성향 언론사 매출에서 4대 재벌 광고 비중이 더 높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유 작가는 “언론사가 삼성에서 광고를 못 받으면 경영이 잘 안 된다”며 “이렇게 되면 회사 전체적인 차원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검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학 용어인 ‘포획(capture) 이론’에 비유하며 “거대 기업이 광고료 그물을 던져서 언론사를 포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원래 언론이 ‘갑질’하는 방법의 하나가 한편으로는 때리고 한편으로는 어르는 전략을 쓴다”며 “언론이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공정성을 해치는 정도까지 간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홍보 담당 고위 간부 중 언론인 출신들이 많아 그런 인맥 네트워크를 통해 기사 협조 등이 원활해진다”면서 “또 한편의 기득권 구조”라고 말했다.

사회자인 김구라씨는 왜 다른 사회 분야는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언론과 기업 관계는 나아지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유 작가는 대기업 광고에 의존적인 언론사의 경영 문제와 함께 그동안 언론이 비판의 성역처럼 군림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15일 JTBC ‘썰전’ 방송 중 갈무리.
유 작가는 “언론사는 공적인 일을 하지만 사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권리는 다 누리고, 공적 조직이 공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달리 언론기관은 대외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그래서 책임과 권리의 불균형이 매우 심하며 언론사들끼리 비판도 잘 안 한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이처럼 언론사간 ‘동업자 의식’이 때로는 집단적 공격 행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도 했다. 그는 “언론사끼리 공격만 안 하면 괜찮다. 언론사가 아닌 쪽에서 공격하면 태도가 틀려먹었다고 같이 공격한다”며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어느 언론사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싸우면 금방 모든 기자가 그 사람을 성격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 작가가 “언론은 안 건드리는 게 최고다”고 말한 건 이런 언론의 부정적인 단면을 실제로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언론사들이 늘 ‘동업자’로 똘똘 뭉쳐 있다거나 상호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언론사 간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타사 보도의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을 지적하기도 한다.

삼성에 의존적인 언론사들이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에서 삼성에 우호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것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보를 낸 후 정정·사과보도를 한 방송사에 대해 취재 자체를 불허하자 많은 언론이 이를 비판한 것을 동일한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두 출연자가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대변했듯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공적인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대통령은 언론을 못 이기지만 언론도 국민을 이길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