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두고도 홍준표 대표 ‘아무말 대잔치’

“국회 무기명 비밀투표” “프랑스 헌법에 역사적 사건 없다” 등 모두 가짜 주장… 평화당 “극우적 이념몰이”

2018-03-21 18:56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대통령 개헌안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은 제명하겠다.”

“일각에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니까 반란표가 나오지 않느냐 한다.”

“헌법 전문에 온갖 사건들을 다 넣어서 먹칠하려고 하는 그런 시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랑스 헌법 전문을 봐라. 미국 헌법 전문을 봐라. 어떤 경우라도 헌법전문에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는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 20일 청와대의 대통령 개헌안 발표 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자리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개헌의 본질이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라고 강조했지만, 저마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사결정권마저 부정하는 ‘제왕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20일 한국당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 가죽점퍼 차림으로 참석해 이 같은 발언을 한 홍 대표에 대해 “본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참여할 수 없다는 건 아는데 그럼 본인만 안 해야지, 왜 이런 헌법 파괴적 발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홍 대표는) ‘개헌 표결에 참여하면 제명하겠다’는 발언을 하기 위해서 굳이 평소와 다른 복장인 가죽점퍼를 입고 실제로 나타났다”며 “가죽점퍼 하면 주로 파시스트, 무솔리니, 나치 등 정말 독재적 발상을 가진 이들이 주로 입었다”고 꼬집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 소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21일 홍 대표의 ‘제명’ 발언에 대해 “제1야당의 거대 의석을 방패 삼아서 의회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시스트적인 협박”(추미애 당대표), “‘공산당식 공개 처형’을 연상케 한다”(우원식 원내대표)고 비판했다.

국회 개헌안 찬반 투표가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홍 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국회법 제5절 표결에 관한 사항 112조 4항은 “헌법개정안은 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헌안 국회 의결은 반드시 기명투표로 해야 하며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 일반 법률안과는 다르게 수정해서 통과시킬 수 없다. 제출된 개정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표명할 수 있을 뿐이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헌법 개정이 확정된다.

홍 대표는 헌법 전문(前文)에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을 포함하는 대통령 개헌안도 문제 삼으며 “프랑스 등 어떤 경우라도 헌법 전문에 역사적 사건이 들어가는 사례가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역시 틀렸다. 국회도서관이 2013년 펴낸 ‘세계의 헌법’에 수록된 35개국 중 헌법 전문이 있는 국가는 16개국이고, 이중 특정 역사적 사건을 전문에 담은 곳은 프랑스를 포함해 이라크·중국·포르투갈 등이다. 프랑스 헌법 전문에도 ‘프랑스 대혁명’이란 단어는 없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만들어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 들어 있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설명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마항쟁이나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 모두 기념일이 정해져 있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건”이라며 “특히 5·18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사에서 4·19혁명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데 (홍 대표 등이) 일부 극우적 시각을 가진 생각을 반영해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청와대 개헌안에 토지공개념·경제민주화 강화 등 내용이 들어갔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최 대변인은 “전형적인 이념몰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다만 개헌안 발의 자체가 청와대가 주체가 되고 국회가 들러리가 돼선 안 된다”며 “국민적 투표로 가려면 여야 국회 발의 순서와 국회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청와대가 국민을 상대로 여론몰이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자칫 개헌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