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처벌 피해간 정윤회, 의혹 여전히 있다

이진동이 책에서 밝힌 정윤회·십상시 취재 후일담… MBC 사장 만난 후 정윤회 아들 드라마 특혜 의혹

2018-03-24 18:48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한 방송사 사장도 정윤회씨를 강남의 음식점에서 따로 만났다고 합니다. 정씨는 보도 협조를 이 사장에게 요청했다는데, 비선 홍보수석 같은 역할을 한 셈입니다.“

지난해 1월11일 TV조선은 과거 박근혜씨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한 방송사 사장을 여러 차례 만났고, 우호적인 보도를 요구했다는 단독 보도를 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정윤회씨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당시 MBC 안광한 사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 정윤회와 독대했다는 방송사 사장은 MBC 안광한]

안 전 사장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았던 TV조선도 이후 MBC 사측이 TV조선과 미디어오늘을 형사고소하자 지난해 5월17일 후속 보도를 통해 ”올해 1월 한 음식점 주인을 취재해 정씨가 음식점에서 방송사 사장과 동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 방송사 사장은 당시 안광한 MBC 사장이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TV조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옛날에 한 번인가 식사 자리에서 (안광한 전 사장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TV조선은 “탤런트인 자신의 아들(정우식)이 MBC 드라마에만 출연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고 전했다.

▲ 지난해 1월11일 TV조선 리포트 갈무리.
결국 MBC가 TV조선과 미디어오늘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공적 관심사이고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전부 무혐의 처분됐다.

해당 TV조선 보도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사회부장은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일련의 취재 과정을 담은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에서 정윤회 국정개입과 박근혜 측근 그룹 ‘십상시’ 모임을 취재하면서 MBC 사장의 연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나는 최순실의 전남편 정윤회와 ‘십상시’들이 자주 모임을 가졌다는 강남의 음식점을 사정기관 정보 관계자를 통해 수소문해뒀다”며 “정윤회가 그곳 여사장과 친분이 두터워 자주 갔다는 단골집이었는데, 2014년 검찰 수사 당시엔 빠져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당시 정윤회와 십상시들의 모임이 실제 이 식당에서 있었던 정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식당 주인으로부터 정윤회가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 김아무개씨와 함께 MBC 사장도 함께 식당에 왔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전 부장은 “정윤회가 MBC 사장을 앉혀놓고 MBC를 좌지우지하며 이용했다는 내용이었다”며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당시 MBC 사장이었던 안광한의 이름을 대자 여사장은 ‘시크릿’이라며 그날은 답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이 전 부장과 함께 이 식당을 찾은 하누리 TV조선 기자는 며칠 후 다시 식당 주인을 찾아가 “안광한이 사장되고 나서부터 보도 통제하려고 정윤회가 친하게 지냈다”는 얘기를 듣고 안 전 사장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터무니없는 모함이고 무책임한 소문이다”고 부인했다.

▲ 지난해 1월11일 TV조선 리포트 갈무리.
이 전 부장은 또 책에서 정윤회와 십상시 모임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시도했지만 미진해서 기사화하지 못한 내용도 소개했다. 이는 정윤회가 기업인들의 석방이나 사면에도 관여했다는 것으로, 나중에 특검 수사에서 이 기업인 측이 ‘석방’ 사실을 미리 알았던 정황은 나왔지만 ‘로비’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식당 주인이 “각 기업마다 법무팀하고 홍보팀에서 ‘회장’이 감방에 있으면 빼내야 하니까…. 그러면 나한테 부탁해요. 그래서 ○○ 오빠도 나왔잖아. 나오자마자 두부를 싸갖고 왔어요.”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 서울지검 (정윤회 게이트) 수사의 문제점도 기사로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특검도 결국은 손을 대지 못했다”며 “정윤회의 국정개입 의혹은 여전히 들춰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부장은 최근 사내 성폭행 의혹이 제기돼 지난 22일 파면된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후 “TV조선 이진동 부장, 여직원 2명 성폭행·성추행 의혹”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 전 부장이 2015년 같은 회사 여직원 A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