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은 언론’, 인정 하거나 인정 당하거나

[서명준 칼럼] 언론의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는 포털…규제를 가하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2018-04-01 14:11       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언론소비자주권행동 대표 media@mediatoday.co.kr
포털은 언론인가, 저널리즘인가? 이 질문에 대한 문제의식과 진단들은 많다. 그러나 이 질문처럼 마땅한 해법이 없는 질문도 보기 드물다. 더구나 하나의 상품을 다루면서 생산과 유통, 소비라는 일반 경제 원리에 이렇게 집착하는 정치사회적 개념도 보기 드물다. 생산과 유통의 분리에 너무나 집착하고 있다. 물론, 뉴스 생산자(언론사)에서 뉴스 유통자(포털)를 거쳐 뉴스 소비자에 이르는 경제 원리는 뉴스라는 특수한 정신적 상품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본의 여타 활동과는 현저히 다른 점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미디어 자본의 성격과 정보의 편집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답을 찾으면 이렇다. 우선, 생산과 유통이 서로 유리된 과정이 아니라, 외려 하나의 통일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하나의 동일한 상품이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산-유통은 분리되지 않는다. 두 영역 모두 규제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미디어 자본은 특히 광고에 의존하는 유통자본이라는 객관적 사실이 추가된다. 뉴스 생산자와 뉴스 유통자의 상관성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언론사는 태생적으로 유통자본이다.

뉴스의 본질에 대해서도 잠시 주목해 보자. 우선, 생산이 있다. 그리고 정보의 선택과 배열, 즉 ‘편집 행위’도 본질에서 빠질 수 없다. 생산된 1차 산물이 편집이라는 행위를 거치면서 2차적으로 상품화된 정보재가 ‘뉴스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 과정 도중 편집 행위가 발생한다면, 뉴스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사실상 동일한 업종, 즉 언론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 뉴스라는 개념의 특성에 대해 질문이 나온다. 뉴스란, 특정 기업이나 특정 플랫폼의 배타적 선택과 행위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일까? 아니다. 1인 미디어를 포함하는 1인 저널리즘에서 보듯, 비록 그 저널리즘이 속칭 3류에 불과할지라도, 뉴스란 누구나 생산, 유통시킬 수 있는 정보재 상품이다. 이런 특성은 역사적으로 늘 그래왔으며, 오늘 소위 스트리트 저널리즘 street journalism 시대에 매우 빠른 발달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변화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붕괴’로도 불린다.

▲ 포털 사이트 네이버(왼쪽)와 다음(오른쪽)
어떤 한 개념은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더욱 풍부해지면서 변화, 발전한다. 새로운 현상에 대한 해석과 재구성이 수반되고, 그 속에서 더욱 완전한 개념으로 상승해 나가기 때문이다. 포털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와중에 뉴스(유통) 플랫폼으로, 다시 포털 저널리즘으로 진화해왔다. 헤게모니의 급진적 이동이다.

그렇다면 포털은 언론사인가? 뉴스에 대해, 행위의 상대적 정도는 차치하고라도, 포털이 편집 행위를 하는 한, 언론사와 다르지 않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단순히 구조기능주의적인 관점에서만 봐도 그렇다. 주력사업이 비록 유통 부문일지라도, 포털은 이미 저널리즘의 전반적인 제도와 구조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수행 중인 저널리즘의 하위체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널리즘이 아니라면, 무엇이 저널리즘인가?

포털 규제를 논의하는 출발점은 이 지점이 되어야 한다. 이른바 ‘도덕적 책무’라 불리는 것에서 시작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뉴스 생산자와 유통자, 소비자 모두 도덕적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대안언론들은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긍정적 논거를 토대로 포털의 뉴스 시스템에 포함되고자 하지만, 포털들은 시장경제의 논리와 영업의 자유를 주장하며 거부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안언론들이 주장할 수 있는 논리는 “포털의 뉴스 시스템이 도덕적으로 문제다”라는 것 뿐이다. 단지 윤리학적 비판에 머물 뿐이다.

포털 저널리즘에 내재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제기는 보다 근본적인 설득력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포털이 뉴스 상품을 다루는 한, 언론사와 동등한 위상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뉴스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늘 강조되는, 소위 공론장의 이론이라는 측면에도 부합한다. 포털 저널리즘이 이미 기존 언론사들의 공론장 기능을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조직이 등장한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통 플랫폼이라는 기능체계가 전통적 저널리즘의 붕괴를 촉진하면서 공론장 체계의 핵심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기술이 만들어 낸 개념의 변화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그리고 규제가 정당하게 행사되려면 대상이 뚜렷해야 한다. 그래야만 적확한 규제를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규제의 대상에게 마냥 불리하지는 않다. 그에 부합하는 자유와 권리 또한 명확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포털의 전체 사업 부문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도덕적 책무’를 주장하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은 광고에 의존하는 유통 자본으로 출발한 후에 뉴스 유통 분야로 뛰어든 자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 부문 중 뉴스 플랫폼은 언론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선별해 등록하고 편집(배열)하는 등 언론의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뉴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자본의 자유와 권리만 주장하고 언론으로서의 규제와 의무를 부정하고자 한다면, 구글처럼 뉴스검색서비스만 제공하면 될 일이다. 콘텐츠의 선별 등록이나 배열, 제한 검색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스 플랫폼이 아니라, 완전 개방 검색 서비스 말이다.

포털은 앞으로 뉴스 상품을 계속 다루고자 한다면, 스스로 뉴스 사업자임을 자인하고 자유와 권리를 누리되, 그에 합당한 규제와 의무에도 충실해야 할 것이다. 포털들의 위상이 현재 상태로 유지된 채 제기되는 여러 개선방안은 도덕적으로는 정당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측면에서는 미봉책일 가능성이 크다. 유통 자본으로 출발했던 포털의 태생적 한계가 언제든 저널리즘을 새로운 형태로 변형, 왜곡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거대한 ‘저널리즘 전환의 시대’로 들어섰다. 전무후무한 대전환의 시대는 영업상의 자유와 권리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규제 방안 및 의무를 요구한다. 그런 논의의 첫 발걸음은 포털 스스로 자신의 뉴스 플랫폼을 언론으로 인정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정책적으로 인정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