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 朴 24년형에 “제왕적 대통령제 비극”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문 대통령, ‘박근혜 선고’ 보고 어떤 생각했나”, 경향신문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04-07 09:28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박근혜 징역 24년

징역 2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1심 선고에서 받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할 의무가 있는데도 사적친분을 유지해온 최씨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1996년 12·12사태와 비자금 사건으로 기소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6월을 선고받은지 22년 만이다.

재판부는 18개 혐의 가운데 16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기업에 강제모금 및 출연 압박, 문체부 간부 사직 강요 등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또는 강요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을 간접 증거로 받아들이면서 다수 혐의에 대한 입증이 가능했던 것이다. 

▲ 7일 한국일보 기사.

또 면죄부 받은 삼성

그러나 삼성은 이번에도 면죄부를 받았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과 미르,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20억 원에 대해서는 특가법 위반(제3자 뇌물)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검찰과 특검은 삼성이 ‘포괄적 현안으로의 승계작업’을 비롯한 10가지 현안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한 부정청탁이라고 주장해왔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돈을 냈고, 정부는 삼성의 승계작업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승계작업을 위한 ‘청탁’이라고 볼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 7일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됐고, 국민연금 공단이 삼성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2심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이 나온다”면서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여러 업무를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논평을 전했다.

한겨레 ‘반성’ 경향 ‘개혁’ 촉구

이날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재판의 시사점을 담았다.

경향신문의 키워드는 ‘개혁’이다. 경향은 “국정농단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방조한 정치인과 검찰 등에 대한 심판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단죄는 그들 개인과 일가를 형사처벌하는 차원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촛불을 통해 불의한 권력을 합법적, 평화적으로 끌어내린 시민들은 과거에서 탈피한, 완전히 다른 공동체를 갈망하고 있다”면서 권력기관의 환골탈태, 재벌개혁, 일상의 민주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위정자들은 이러한 시민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담아낼지 숙고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제라도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한 능력이 의심스러운 이가 대통령이 된 데 대해 “언론을 포함해 검찰과 국회 등 모두 성찰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성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노무현 대통령 끌어들인 조선·동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은 사안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가 자행한 국정농단’이 아닌 ‘제왕적 대통령제의 공통적인 비극’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소를 앞두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식들이 비리에 연루돼 처벌을 받았다. 잘못이 있으면 대통령이라도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역사라는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1987년 이후를 굽어보면 쳇바퀴 도는 듯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빈번하게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 단죄는 우리의 잘못된 권력구조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발의안이나 여야 정당안 등 여러 개헌안에 국민의 공감을 얻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방안이 제대로 담기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는 이유다.”(매일경제 사설)

▲ 7일 조선일보 사설.

물론, 기존 대통령의 비리 및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는 경중이 다른 데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책임을 강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들 신문의 결론은 ‘양비론’에 그치거나 결과적으로 ‘물타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박근혜 징역 24년’ 보고 어떤 생각 했나”사설을 통해 현 정부를 정조준했다. 조선일보는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언급하며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실천하려면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문제를 일으키는 근원조직의 인사권을 버리는 개헌을 해야 한다. 그럴 의지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