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셀프조사’ 대신 ‘외부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다

[언론포커스] ‘미디어렙 적폐’를 바로 잡기 위한 제언

2018-04-11 14:39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media@mediatoday.co.kr
위법하게 허가해 준 TV조선·채널A·MBN 미디어렙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종편미디어렙 설립 허가·재허가 과정에서 위법하게 법집행한 것에 대해 내부감사를 한다고 한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일종의 꼼수”가 아닌가 라는 의혹이 있다.

처음에 방통위가 TV조선, MBN, 채널A 등 종편방송의 미디어렙의 설립허가 당시와 재허가 당시,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 소정의 주식 또는 지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반되었던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미디어렙법 제11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허가의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신 미디어렙법 제13조 제6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내린 것부터가 잘못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이렇게 위법하게 종편 미디어렙을 허가해 준 경위나 그 책임자 문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었다. 심지어는 시정명령 당시 배포한 자료에는 TV조선·MBN 미디어렙의 최초 허가 당시에도 존재했던 지분소유 제한·금지 규정 위반 내용을 쏙 빼고 작성하는 꼼수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 이명박 정권 시절 미디어 관련법이 날치기로 통과되고 종편 4개 방송이 한꺼번에 등장한 이래, 종편에 제공된 부당한 특혜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사1렙(각 종편방송사가 자사 미디어렙 설립) 허용 특혜였다. 1사1렙 체제하에서 각 종편 방송사들은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한편으로는 조폭적 수법으로 광고와 협찬을 ‘수주’(사실상 ‘갈취’)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광고비와 협찬금을 매개로 방송내용을 사실상 ‘매수’당하는 시스템을 유지·온존시켜 왔다. 사진=민언련 제공
법률자문 회신서 내용조차 정보공개 거부하다니

당시 민언련이 성명을 통해 “외부인사들로 진상조사위를 구성, 투명하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에 나서라”라고 요구하는 한편, 정보공개 청구까지 하고 나서자, 방통위는 압박에 밀려서 뭔가 조치를 취하는 시늉은 하였지만, 실제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방통위는 애초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최초 허가 기간인 3년 이내에만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고, 또 TV조선·MBN·채널A 미디어렙이 설립허가신청 당시 “추후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서약사항을 위반하였음이 밝혀질 경우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지만, 이른바 “고의성”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서약서만을 근거로 허가 취소를 하기 어렵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면서, 이들 종편미디어렙의 허가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정작 그 결정적 근거로 삼았던 법률자문회신서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는 거부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정보공개거부의 근거로 “1공개할 경우 경영·영업상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조항을 내세웠는데, 실로 어불성설의 꼼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 법률자문회신서 속에 과연 그 누구의 어떤 경영·영업상 이익을 도모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인지, 또 정보공개법에는 “위법·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거부의 예외 대상으로 명시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이치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셀프조사로 진상이 밝혀질까?

이러는 사이 방통위가 이 사안에 대해 슬그머니 “셀프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보도되었다. 방통위가 법률자문 회신서까지 공개 거부할 정도로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도, 이 사안에 대해 자체감사를 시작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내부감사해보니 “고의적인 종편 봐주기가 아니라 직원의 과실”이더라 정도로 수습해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그 정도로 미봉되어서는 안 된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통한 투명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추진되어야 한다.

▲ 방통위가 법률자문 회신서까지 공개 거부할 정도로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도, 이 사안에 대해 자체감사를 시작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내부감사해보니 “고의적인 종편 봐주기가 아니라 직원의 과실”이더라 정도로 수습해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종편의 1사1렙 제도 혁파되어야

이명박 정권 시절 미디어 관련법이 날치기로 통과되고 종편 4개 방송이 한꺼번에 등장한 이래, 종편에 제공된 부당한 특혜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1사1렙(각 종편방송사가 자사 미디어렙 설립) 허용 특혜였다. 1사1렙 체제하에서 각 종편 방송사들은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한편으로는 조폭적 수법으로 광고와 협찬을 “수주”(사실상 “갈취”)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광고비와 협찬금을 매개로 방송내용을 사실상 “매수”당하는 시스템을 유지·온존시켜 왔다. 광고주와 방송사 간의 광고 직거래를 금지시켜 그들 간의 유착과 방송 공정성 훼손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미디어렙 제도는, 종편 1사1렙 체제하에서는 형용모순인 상태가 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기존의 종편 1사1렙 체제를 혁파하고,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그리고 종편방송까지 모두 아우르는 방식으로 미디어렙을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로 개편하는 근본적 제도개선이 긴요하다고 본다.

▲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9월6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조중동방송 특혜 주는 방통위 규탄’ 기자회견을 연 전국언론노동조합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위와 방심위, 누적된 적페청산에 나서라

사실 종편미디어렙 문제는 수많은 언론계 적폐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방통위와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사이 갖가지 적폐가 누적되어 왔다. 다른 국가기관들은 모두 적폐청산에 나서고 있는데, 유독 여기만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지금이야말로 방송의 주인인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적 규제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본격적인 적폐청산에 나서야 할 때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