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논란, 본질은 정치권의 ‘기득권’ 내려놓기

[해설] “국민에게 모든 의사결정 돌려드리는 게 제대로 된 방송법” 기득권 포기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답할 차례…언론노조 “공영방송 독립은 정치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18-04-19 15:20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국민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돌려드리는 게 제대로 된 방송법이다.” 18일 JTBC ‘뉴스룸’ 긴급토론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자신들이 발의해서 농성까지 했던 법안을 하지 않겠다는 정당”(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라며 박근혜정부 당시 2016년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두 정당은 정작 발의에 참여도 안 했던 법안처리를 위해 국회 일정까지 보이콧 하고 있다.

논란의 법안에서 공영방송 이슈는 △여야 추천 공영방송 이사 7대6으로 13명 임명 △사장 임명 시 특별다수제(이사진 3분의2 찬성) 도입이 핵심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주장이 “어떻게든 (특별다수제로) 야당이 방송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정권이 바뀌자 민주당의 입장이 돌변했다고 받아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다.

▲ 지난해 11월1일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에 참석해 ‘공영방송 장악 음모’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당이 정말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원한다면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정부의 성향이나 국회 구도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는 대다수 언론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위해선 여야모두 집권 이후 공영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욕망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여당인 민주당은 이 욕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야당은 이 욕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현 상황의 본질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공영방송 인사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방안을 야당에 제안했다. 안심 전화번호 추출로 100인~200인(홀수) 규모의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이 과반 찬성으로 1명의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후보 추천 이후 KBS 사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으로, EBS는 대통령의 임명으로, MBC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는 일명 ‘국민참여형 사장선출제’다.

지금까지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서 이사들의 투표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국민참여 모델에선 더 이상 관여할 수 없다. 여야 7대4구조인 KBS이사회와 여야 6대3구조인 MBC 방송문화진흥회가 여야 5대5비율로 바뀌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제출된 법안은 차악의 방안이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었으니 진정한 독립방안을 찾는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 2012년 MBC파업 당시 공영방송 장례식 퍼포먼스. 사진=미디어오늘
이 같은 민주당 안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포퓰리즘적 인기투표에 그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시도”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은 이들 야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현 상황을 두고 방송법 개정안이 정쟁에 이용되다 결국 현재의 지배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구도는 아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는 18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정치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국회정상화, 개헌논의 시작을 위해 방송법을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포기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하며 “국회는 공영방송에 대한 관행적 정당추천을 포기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는 “(그들에게)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일정 지연을 위한 빌미”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공영방송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며 “현행 방송법 어디에도 수신료를 직접 납부하는 국민들 대신에 정당이 공영방송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고 주장하며 국회를 향해 “방송법 개정을 정치적 협상의 수단으로 삼는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현재 언론노조는 시민단체와 함께 실효성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 마련을 따로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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