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취재 욕심에 무단 침입·절도까지 한 기자들

“TV조선 기자 말고도 여러 명 사무실 들어가”… 파주서 “CCTV·목격자 조사 등 진위 파악 중”

2018-05-02 13:12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경기 파주경찰서가 전 더불어민주당원이자 댓글 조작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씨(필명 드루킹)가 운영했던 출판사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훔친 TV조선 최아무개 기자를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TV조선 측이 최 기자의 ‘개인 사무공간’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하며 막으면서 경찰이 영장을 재집행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파주경찰서는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하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성 경아무개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씨는 지난달 18~21일까지 파주시에 있는 드루킹의 사무실을 3차례 침입해 물건과 서류 등을 훔치고 느릅나무출판사 관계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씨는 지난달 18일 새벽 0시30분경 처음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했는데 이때 TV조선 기자도 경씨와 함께 무단 침입해 태블릿PC와 휴대전화, USB 등을 훔쳤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노트북 등 증거자료를 더 확보한 상태로, TV조선에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해당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디지털 포렌식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및 통신수사가 완료된 후 종합적 판단해 최 기자를 송치할 예정이다.

태블릿PC 등 절도 TV조선 기자 압수수색 무산, 검찰 송치 예정

미디어오늘이 경찰 등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TV조선 기자에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여러 명의 기자가 출판사 사무실에 허락 없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조사 등을 통해 진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기자들이 한두 번 들어간 게 아니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조사는 아직 안 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TV조선 기자 외에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기자가 누구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민간인 댓글 조작 사건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훔쳐간 혐의로 TV조선 기자가 불구속 입건된 가운데 경찰이 25일 TV조선을 방문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기자들 저항에 막혀 일단 철수했다. 이호선 경기 파주경찰서 형사과장(왼쪽)과 이재홍 TV조선 사회부장(오른쪽)이 대치하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아울러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실제로 TV조선 내 여러 기자가 (절도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첩보 내용이 있다”며 “매우 많은 기자가 절도한 태블릿PC와 휴대폰, USB 내용을 공유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또 다른 매체의 김아무개 기자가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서 묵인했다는 내용까지 전해진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경찰은 정상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진실을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TV조선 수습기자의 이런 절취는 단순한 단독 행위가 아니라 담당 데스크 팀장이나 편집국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언론사 윗선에서) 보고 받고 실제로 지시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며 “TV조선이나 조선일보가 최 기자를 비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절도 행위로 입건된 기자를 해고나 파면 등 인사 조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익표 의원 “범행 목격하고 묵인 대신 자료 받은 기자도”

홍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수습 위에 사건팀 기자들이 있을 거고 담당 데스크나 사회부장에게도 모두 보고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알고 지시·묵인 하에 이뤄진 건지 아니면 정말 개인적 일탈 행위인지 기자의 통화 내역을 조사해 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압수수색한 자료가 많아서 정리가 필요하고 현 단계에선 목격자 조사는 진행이 안 된 상태”라며 “만약 TV조선 기자가 다른 기자들과 태블릿PC 등 자료를 공유했다면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TV조선은 직접 저희들하고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경찰이 TV조선 최 기자의 ‘개인 사무공간’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TV조선 본사를 방문한 이유는 최 기자가 훔쳐간 태블릿PC의 충전 단자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디지털포렌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TV조선을 통한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범위에서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TV조선 기자와 관계자 100여 명이 이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언론 탄압”이라며 압수수색을 가로막아 경찰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TV조선 기자의 태블릿PC 등 절도 후 정보 유출 가능성과 관련해 “태블릿PC를 절취한 시간과 반납했다는 시간은 차이가 있어 그 시간에 뭘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태블릿PC가 손괴된 상황”이라며 “이런 내용을 TV조선에 설명하고 빠른 수사 진행을 위해 현장 확인을 요청했는데 거부해 버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판사 절도 TV조선·한국당 공모 의혹 수사 의뢰

한편 민주당은 30일 TV조선 기자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태블릿PC 절취 사건과 관련해 이를 공모한 의혹이 있는 관련자들을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수사의뢰 대상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박성중 의원 등 3명, 태블릿PC를 절취한 TV조선 기자와 이 기자의 담당 데스크, ‘파로스’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TV조선 기자의 태블릿PC 등 절도 사건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태블릿이 없을 것이라는 단정은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며 “아직 이 절도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없었던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원내대표가 TV조선 기자의 태블릿PC 입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또한 “박성중 의원은 지난달 22일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TV조선은 직접 저희들하고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했던 것’이라고 밝혀 이번 사건 관련 TV조선과 한국당 간에 공모 관계가 있음을 암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한 경공모 회원은 지난달 24일 인터넷 매체 ‘뉴비씨’를 통해 TV조선 기자의 태블릿PC 절도 사건은 우발적 범행이 아닌 경공모 핵심인 ‘파로스’와 한국당 중진의원, TV조선의 공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