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 의혹을 취재하며

[미디어 현장] 심병철 대구 MBC 기자

2018-05-12 13:01       심병철 대구 MBC 기자 media@mediatoday.co.kr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검은 그림자를 처음 느낀 것은 2016년 10월 ‘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 사건’을 검찰 관계자와 재판 과정을 취재하면서다. 위탁운영을 맡은 희망원의 이른바 원장 신부가 대구교구의 사목공제회로 비자금을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신부의 복지와 본당의 교목사업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사목공제회에 수억 원의 비자금이 들어온 것은 충격이었다. 누구보다도 더 깨끗하고 청렴해야 할 천주교에 검은 돈이 유입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대구대교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정황까지 나타났다.

먼저 천주교 내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를 상대로 수소문에 나섰다. 그리고 이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며 설득작업에 나섰고 추가적인 비리 제보를 하나하나씩 확보해 갔다. 그리고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는 십여 차례 가까이 비리를 폭로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교단체를 상대로 취재를 한다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천주교는 절대 권력이자 성역으로 취급되기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고 다들 나를 걱정했다.

▲ 지난 3월5일 대구 MBC 뉴스데스크에 방송된 ‘대구대교구 쇄신 요구 원로사제 정직 파문’ 보도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50만 명에 이르는 신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190여 곳의 복지시설과 대구가톨릭대학교를 비롯한 10여 개의 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과 같은 의료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인 매일신문을 비롯해 언론 및 출판기관도 10곳 가까이 경영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려면 천주교에 잘 보여야만 했다. 대구대교구에 찍히면 정치적인 꿈은 접는 것이 상식이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천주교는 대구경북에서는 단 한 번도 견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대구문화방송의 보도가 계속 되자 대구대교구 내부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구의 잘못을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천주교회 내부의 간절한 목소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취재기자는 취재에 착수한 지 약 1년 만인 2017년 12월 드디어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 작성자는 다름 아닌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 총장신부였고 폭로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비자금을 조성해서 대구대교구로 보냈다는 것이 문건의 핵심 내용이었다.

▲ 지난 4월25일 대구 MBC 뉴스데스크에 방송된 ‘천주교 대구대교구, 비자금 횡령 의혹’ 보도
기자는 전 총장신부를 상대로 문건의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고 대구대교구를 상대로 본격 취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문건을 작성한 전 총장신부는 대구대교구로부터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서 문건 내용이 추측성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대구대교구는 전 총장신부가 총장연임에 실패한데 불만을 품고 사실과 다른 문건을 작성했다며 2018년 2월8일 대구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재판부는 4월까지 보도를 유예하라고 결정했다. 대구문화방송은 바로 이의신청을 내 두 달여 동안 법정공방을 벌였고 마침내 2018년 4월 24일 완벽한 승소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조환길 대주교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집중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 심병철 대구 MBC 기자
대구대교구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집중적인 보도가 나가자 천주교 신자들과 사제들로부터 보도 내용에 공감을 한다는 격려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거듭나서 쇄신을 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쏟아냈다. 취재기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먼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고 갈 길은 너무 멀다. 그리고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보도로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오래되고 잘못된 관행을 끊고 새롭게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약은 먹기에는 쓰고 힘들지만 죽어가는 몸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