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맞은 ‘손석희의 JTBC’, 뉴스의 종착점이 되다

신뢰도·영향력·시청자수 등 각종 지표에서 높은 성과…KBS·MBC 정상화되며 이제는 쫓기는 입장

2018-05-13 18:35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저희들은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JTBC에 첫 출근한 지 오늘(13일)로 정확히 5년이다. JTBC는 지난 5년간 언론계 지형을 바꿨다. 지상파3사 중심의 뉴스습관을 무너뜨렸고, 새로운 메인뉴스 포맷을 성공시켰다. 유튜브와 포털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며 온라인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시청자의 선택을 받았다. 손석희 사장은 진도 팽목항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의 버팀목이 되었던 언론인이었다.

팩트는 지난 5년간의 JTBC를 말해준다. 지난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내놓은 2017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JTBC는 전통미디어 뉴스브랜드에서 60%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KBS가 44%로 2위, YTN이 43%로 3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와 미디어오늘이 공동 조사하는 방송사 신뢰도 조사에서도 JTBC는 조사를 실시한 201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JTBC의 신뢰도는 2016년 10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타사를 압도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방송사 신뢰도 조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 시사인 2017년 언론사 신뢰도 조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시사인이 실시한 ‘2017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도 가장 신뢰하는 방송매체로 응답자의 43.4%가 JTBC를 꼽았다. 뒤를 이어 KBS 21%, MBC 7.8% 순이었다. JTBC는 2016년 26.3%로 KBS(29.7%)에 이어 2위였으나 지난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조사에서는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40.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손석희 사장은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JTBC 보도담당 사장이 된 이후 매해 지목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기자협회가 창립53주년을 맞아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속사를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7.4%가 JTBC를 꼽았다. 조선일보가 17.8%로 2위, KBS가 17.3%로 3위였다. JTBC는 기자들이 평가한 신뢰도 조사에서도 30.3%로 1위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9회 연속 신뢰도 1위를 기록했던 한겨레(12.1%)는 2위로 밀려났다. 공평하게 공격적인 손석희의 JTBC는 그렇게 ‘뉴스의 종착점’이 되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박근혜 1심 선고 당일 특집프로그램 20-49 시청자수에서 JTBC는 26만9300여명으로 SBS(16만4200여명)와 MBC(9만4900여명)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박근혜정부를 끌어내린 JTBC와 함께 전직 대통령의 심판을 바라보고자 했던 시청 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지난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당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프라임시간대 각 방송사별 개표방송 20-49 시청자수는 JTBC가 분당 평균 124만1000명으로 1위를 기록, SBS(82만9000명)와 KBS1TV(58만4000명)를 여유 있게 앞섰다. 탄핵을 이끈 시민들은 JTBC에서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지켜봤다.

▲ 2016년 10월24일자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JTBC는 레거시미디어의 강자이자 동시에 모바일플랫폼의 강자가 됐다. 한국리서치가 2017년 3월 내놓은 TCR(Target Contents Reach) 분석에 따르면 ‘뉴스룸’은 2016년 고정형TV시청비율 60.9%, PC시청비율 13.4%, 모바일 시청비율 25.8%를 나타났다. 고정형TV시청비율이 85%를 차지하는 동시간대 타사 메인뉴스와 대조적이었다. 손 사장은 “20~30대에게 레거시 채널(번호)은 의미 없다. 방송과 디지털 각각의 채널 이용자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만남이 이뤄지던 4월27일 오전 9시 30분 경 JTBC 유튜브 접속자 수는 14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타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JTBC는 지난 5년 간 단순히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리포트를 내보내며 성공한 방송사가 아니다. JTBC는 1분30초 백화점식 뉴스로 구성된 기존의 리포트문법에서 벗어나 롱 폼 저널리즘과 라이브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고 포털사이트·유튜브·페이스북 등 디지털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20-49시청자를 확보하며 체계적으로 영향력과 신뢰도를 쌓아나갔다. 그의 메인뉴스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 기상캐스터였다. KBS와 MBC가 정상화 중인 지금도 JTBC가 모든 지표에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타사에 비해 JTBC는 주니어 기자들에게도 등판의 기회가 많다는 게 JTBC기자들의 설명이다. 기자들의 자율성도 보장된다. KBS와 MBC가 오후 6시에 리포트 제작을 마치고 돌아가도 기자들은 마지막까지 업데이트하며 생방송 현장을 지킨다. 완벽하지 않아도,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다면 라이브를 추구하는 게 JTBC의 모토다. 기자들은 앵커의 돌발 질문에 대비하고 자신의 리포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날 것 그대로의 뉴스가 가장 필요할 때 시민들은 JTBC를 찾는다. 일례가 지진특보다. 지난해 포항지진특보 당시 ‘뉴스룸’은 메인뉴스를 1시간 앞당기고 지진을 직접 겪은 시민들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이어나가며 피해자 사운드바이트를 극대화해 뉴스의 사실감을 높이며 2시간30분간의 메인뉴스를 진행했다. 생중계 보도는 특보 체제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JTBC는 포항지진특보에서 1년 전 경주지진 당시 피해상황을 설명했던 시민을 또 다시 연결해 트라우마 여부를 묻는 꼼꼼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손석희 앵커는 JTBC 뉴스를 완성시키는 존재다.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그는 ‘뉴스룸’ 생방송 중이던 8시20분 경 갑자기 지진특보로 전환했다. 손 사장은 혼자서 1시간 동안 특보를 끌어갔다. 당시 기자들 증언에 따르면 그에게 올라온 기사는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는 사고 당사자들과의 전화연결로, 스스로 기사를 만들어냈다. 직접 지진을 느꼈던 시민 제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날 것 그대로의 피해상황을 전달했다. 보도국 기자들이 그를 ‘뉴스 터미네이터’라고 부르는 이유다.

손 사장을 JTBC로 떠밀어 ‘뉴스 터미네이터’로 만든 건 역설적이게도 박근혜정부였다. 국가정보원의 주도아래 손 사장은 쫓겨나다시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하차했다.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해보고,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선집중 클로징멘트와 함께 손 사장은 MBC를 떠났다. 삼성과 특수 관계일 수밖에 없는 JTBC행에 많은 이들이 실망했지만 실망은 훗날 기대와 환호로 바뀌었다.

2014년 진도체육관에서 세월호 실종자가족들은 KBS가 아닌 JTBC를 시청했고,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시민들은 KBS과 MBC 차량을 쫓아내고 JTBC차량에 길을 터줬다. JTBC기자의 취재에 도움을 준 더블루K 건물관리인 노광일씨는 지난해 4월10일 최순실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있어 진실에 입각해 보도한다고 판단해 협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해 여름 기자와 만나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석희 사장”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태블릿PC가 JTBC로 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JTBC는 지난 5년간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JTBC의 한 기자는 손석희 사장이 오기 전과 후의 JTBC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전에는 내가 JTBC에 다니는 걸 가까운 친척도 몰랐다. 하지만 손 사장이 오고 난 후 연락이 끊겼던 군대 상사까지 연락이 왔다. 제보도 몰리기 시작했다. JTBC는 손석희 뉴스고 손석희라면 보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유에서였다. 팽목항에 있을 때 타사 기자들이 뺨 맞고 쫓겨났다. 우리에겐 가족 분들이 직접 찾아와 (취재를) 도와주셨다. 손 사장은 당시 계속 현장에 머무르며 기자들과 함께했다.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선 JTBC기자들에게 장미꽃을 주는 시민도 있었다.”

지난 5년 간 JTBC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영향력 쏠림현상은 역설적으로 언론 전반의 위기를 반증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정상화되면서 JTBC쏠림현상은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JTBC의 신뢰도는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동시에 공영방송을 비롯해 지상파3사의 신뢰도와 20-49 메인뉴스 시청자수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JTBC는 지상파3사에 비해 기자·카메라·차량 등 물량 면에서 모두 부족하다. JTBC의 한 기자는 “손석희라는 1인 맨 파워에 의존하다보니 주말이 우리의 본 역량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손석희 이후가 늘 고민이다. KBS와 MBC의 추격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5년간 높은 성과를 거두었던 JTBC는 이제 쫓기는 입장이 됐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던 실수들이 반복되다보면, 신뢰는 조금씩 추락하기 마련이다. 

▲ 방송사 평일 메인뉴스 시청자수 월별 분석. 자료=닐슨코리아. 디자인=이우림 기자.
JTBC의 또 다른 리스크는 사주와 중앙일보다. JTBC의 삼성비판 보도로 인한 광고 타격은 JTBC와 함께 중앙일보에도 찾아왔다. 연 평균 100억 규모였던 JTBC 삼성광고는 지난해 4억 원으로 급감했다. 중앙일보가 받던 삼성광고 역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들 사이에서 손석희 사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홍석현 전 회장의 정치행보 또한 손 사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잠재적 아킬레스건이다.

손 사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MBC가 최승호 신임 사장을 선출한 지난해 12월7일,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경쟁사들은 이미 전열을 정비했거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우리도 이제 다시 출발선 앞에 서자”고 독려했다. 현재의 위치에 자만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였다.

손 사장은 “(모두가) 방송적 마인드와 감각과 방법론까지 갖춰야 한다. JTBC 보도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동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문·방송 출신 가릴 것 없이 전 성원이 JTBC에 녹아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도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늘 주창하듯이 ‘한 걸음 더 들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렇게 해서 JTBC만의 퀄리티 뉴스가 만들어지고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힌 뒤 “단지 리포트를 기술적으로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리포트를 만들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의 분투를 당부했다.

▲ 2017년 12월7일자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손 사장은 지난해 유력한 MBC 사장 후보였다. 하지만 그는 JTBC에 남았다. 2016년 국정농단보도의 상징적 인물인 김의겸 한겨레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이 되어 언론계를 떠나고, 또 다른 상징적 인물인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이 성폭행 파문으로 언론계를 떠난 이후에도, 손 사장만이 제 자리를 지켜냈다. 그렇게 그는 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시청자와 함께했다.

5년 전 오늘, 손 사장이 5년이나 JTBC에 남아있을 거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그가 언제까지 JTBC 메인뉴스 앵커를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가 제 자리를 지키는 한 시민들은 계속해서 JTBC 뉴스를 보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