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요금제 나오면 통신3사 망한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가계통신비 인하 추진 때마다 통신3사 대변하는 보수신문들, 스마트폰 중독 많아진다는 궤변도

2018-05-14 09:02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기사 나온 걸 스크랩했는데 갑자기 다 사라졌어요.” 2016년 2월 참여연대의 SK텔레콤 관련 설문조사를 게재한 언론사 4곳의 기사가 갑자기 삭제됐다. 삭제된 기사를 썼던 한 기자는 “데스크와 국장이 기사를 내렸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른다”면서 “삭제 될 만한 근거 없는 자료가 아니다. 아마 회사의 이해관계가 (기사 삭제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지 관계자는 “기사를 쓸 때 통신사의 문제를 비판하려고는 하는데, 데스크가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요 광고주인 통신사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2014년 기준 SK텔레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3번째로 광고비를 많이 쓴 광고주다. 2014년 류지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통신3사가 2010년부터 2014년 6월(상반기)까지 광고선전비로 투입한 예산만 3조4555억 원에 달했다.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1조6777억 원을 지출했고, LG유플러스가 1조847억 원, KT 6931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 14일 중앙일보 기사.

지난 11일 정부가 추진하는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방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보편요금제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말한다. 저가요금제 가입자들의 핸드폰 요금을 1만원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보편요금제를 다루는 적지 않은 언론의 시선은 ‘이용자의 편익’보다 ‘통신사의 손해’에 주목한다. 특히 경제지와 보수신문은 통신사와 정부가 대립할 때마다 통신사 입장을 대변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보수신문은 공통으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실상 정부가 통신비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셈”이라고 우려했고, 조선일보는 “전세계에서 정부가 나서서 통신요금을 지정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업자들은 정부가 말려도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요금 할인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법원은 통신요금 원가자료 공개 판결을 내리며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하고 국민 전체의 삶에 중요하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 14일 한국경제 사설.

이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 토론 과정에서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국내 이통시장은 많은 경쟁활성화 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1997년도 이후 5:3:2 점유율이 유지된다”며 정부 개입이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한번 허가 받으면 땅 짚고 헤엄치는 것처럼 별다른 노력 없이도 독점으로 사업하는 게 한국 통신산업의 특징이다. 독과점인 통신3사의 요금제가 거의 같은 점은 사실상 담합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들 언론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당장 통신사들이 망할 것처럼 주장한다.  전자신문은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의 36%가 날아가는 셈”이라며 “문 닫는 이통사가 나온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통신3사 매출 감소액은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통신사가 망할 정도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정부가 강제하는 건 문제다. 무엇보다 피해는 이용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신문이 내놓는 수치는 ‘과장’된 면이 있다. 한겨레는 12일 사설에서 “통신 3사는 지난해 요금 할인율 확대 때도 볼멘소리를 했으나 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7383억원으로 2016년의 3조7225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정부가 ‘요금할인율’ 상향을 추진하자 중앙일보는 증권가를 인용하며 “이통 3사는 한 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계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사설까지 내고 저가 요금제 활성화가 ‘스마트폰 중독’을 부추긴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했다. 한국경제는 “보편요금제 의무화에 따른 일률적인 통신비 인하는 가뜩이나 심각한 ‘통신 과소비’를 부추겨 스마트폰 중독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면서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이들 언론이 공통적으로 ‘알뜰폰’ 사업자들 목소리를 비중있게 전하는데,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언론사들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할 때마다 약자인 ‘알뜰폰’사업자들을 걱정한다. 통신3사의 요금이 낮아지면 저가 요금제로 경쟁력을 확보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다.

중앙일보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운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도 크다”면서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등 알뜰폰 사업 대책부터 먼저 마련해달라"는세종텔레콤 박효진 상무의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 역시 “통신 업체들과 알뜰폰 업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묻혀버렸다”면서 “30여개 알뜰폰 업체가 다 망한다”는 알뜰폰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저렴한 요금이 최대 강점인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작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우려 자체는 일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알뜰폰 업체의 피해가 유독 가계통신비 인하 정국에서만 부각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통신비 인하 기싸움에 뒷전 밀린 알뜰폰” “통신비 인하의 역설…‘시장 약자’ 알뜰폰부터 무너진다” 등의 기사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이 ‘망 도매대가’ 산정 과정에서 통신3사로부터 ‘갑질’을 당한다는 알뜰폰 업계의 하소연은 이들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통신3사를 보호할 때만 ‘알뜰폰’을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