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구성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노조 김동원 국장 기고에 반론] 김동민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2018-05-15 12:20       김동민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 media@mediatoday.co.kr

공영방송 이사 구성 어떻게 해야 하나?

소위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불리는 공영방송 이사 구성은 난제 중의 난제다. 나는 이 사안에 대해 나름 말을 할 만큼 했는데 언론노조 김동원 국장의 글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반론을 쓰기로 했다. ‘공영방송 이사 여야 추천은 또 다른 드루킹의 합법화’ 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에 대해서다.

김동원 국장은 공영방송 이사 여야 추천과 드루킹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내용은 “댓글 공간이라는 공적 영역을 다수 의견으로 위장하여 훼손토록 지시하고 대가를 지불한 곳이 정당이라면” 이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조선일보의 “~라면” 사설을 연상시킨다. 가정을 전제로 주장을 하는 것이다. 기자나 학자나 사실을 근거로 해야지 이러면 안 된다. 민주당이 드루킹에게 그렇게 했는가? 이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18년 공영방송은 바로 이런(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광장이 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열린 공간으로서의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한 방송법의 개정 자체가 국회가 아닌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는 공영방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의 논의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는 하자고 하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것이다. 헌재나 대법원 구성도 그렇고, 사기업이라도 대부분 공익성을 갖는다. 그 모두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는가? 국회가, 정당이, 국회의원이 잘못하면 시정하도록 해야지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고 촛불을 드는 게 맞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과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게다가 국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드루킹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혀 닮지 않았다. 지나친 비약이요 궤변이다. 누누이 밝혔듯이 공영방송의 이사 구성은 정답이 없다. 현행 방송법의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라는 조항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오히려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본다.

문제는 7대 4니 6대 3이니 하는 관행인데 고치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본질은 관행의 타파인데 엉뚱한 논의로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바퀴벌레 잡는다고 집을 태우자고 하는 격이다. 방통위가 소신을 갖고 법대로 하면 그만이다. 다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는 일의 정교함이 중요할 텐데, 이는 ‘방송법 시행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방통위부터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대로 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19일 새로운 안을 제안하겠다며 방송미래발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이라고 내놓았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정당별 정치적 후견주의 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가칭 ‘중립지대’ 이사로 이사 총 정원의 1/3 이상을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중립지대 이사’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당별 추천이 아닌 정당 간 합의적 추천 또는 임명의 원칙에 따라,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사로 구성된 일단의 이사진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언론학자들과 법률가들이 주축이 되어 짜낸 아이디어다.

‘중립지대’라는 게 존재하는가? 있다면 무슨 의미일까? 정당 지지나 보수-진보를 묻는 여론조사를 하면 늘 중립이라고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인가? 그러나 중립이라는 대답은 지적 태만이요 허구다. 사안에 따라 진보일 수도 있고 보수일 수도 있을 뿐이다. 뭉뚱그려 모든 사안에 대해 중립인 사람들의 지대는 없다.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영방송을 맡겨도 되겠는가?

방송미래발전위원회에 참여한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방송법은 정쟁거리가 아니다’에서 “국회의원 몇몇이 속닥거려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연구 및 논의의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다. 이 자료들이 개정안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 자료들은 중구난방 중언부언의 반복으로서 참고는 될지언정 답은 없다. 거기서 나온 게 고작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사로 구성된 일단의 이사진”이라는 중립지대 아닌가.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게 가능한가?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상식과 원칙만 지키면 그만이지 전문적인 식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기계적 중립은 위선이다. 진짜 중립은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식견이다.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식인의 최고 덕목 중 하나다. 그러니 공영방송의 가치를 알고 공명정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국회를 대표해서 여야 정당도 건의하고, 시민사회단체도 건의하고, 방통위도 찾고 해서 방통위가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되는 일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