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언론장악 피해자 코스프레 보수야당은 반성부터”

[창간 23주년 기획 인터뷰] 추혜선 정의당 의원 “공영방송 모든 파행은 정치권에서 비롯, 국민에 돌려줘야”

2018-05-18 10:01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촛불광장에서 국민의 3대 적폐 청산 요구 중 하나는 언론 적폐였다.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1년, 특히 지난 정권 공영방송에서 ‘부역자’로 불렸던 이들이 대거 물러났다. 정부·여당은 이를 ‘공영방송 정상화’ 개혁과제 이행이라고 했지만 일부 야당은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언론운동가 출신의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재 언론장악을 주장하는 야당은 지난 10년간 주요 언론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했던 정치집단”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과거 언론장악의 경험이 있는 보수 야당은 언론장악을 논할 자격도 없다고 질타했다.

추 의원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과거에 언론을 장악했던 당사자와 이를 사주했던 사람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정치적 공세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언론장악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제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추천 권한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현정 PD
-문재인 정부 1년 언론에 대해 총평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1년은 ‘언론 정상화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적폐 이사진과 사장들이 교체됐고 얼마 전 YTN 사장도 불신임 투표를 거쳐 사임했다. 이제야 정상적인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 본다.

하지만 언론 정상화는 이제 시작단계일 뿐 각 언론사 내부적으로도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도 언론이 ‘감시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

또한 지역 언론 및 소규모 언론사 등을 포함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언론사들과 상생할 수 있는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인 마을 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언론의 정상화라 할 수 없다.

청와대는 언론, 국민과의 소통에 힘을 쏟고 있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포함해 소통의 횟수를 늘이고, 접근 방식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일부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과거 언론장악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수 야당에서 언론장악을 논할 수가 있나? 현재 언론장악을 주장하는 야당은 지난 10여 년간 주요 언론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했던 정치집단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과거에 언론을 장악했던 당사자와 이를 사주했던 사람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정치적 공세를 하는 상황이다.

정부나 정치권의 언론장악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여·야 추천 이사의 수와 추천 방식과 관계없이 정치권이 배제되는 방식으로 정리가 돼야 이런 정치적 공세와 논란이 지속하지 않을 거다.”

-지금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많은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정치권에서 추천한 이사회는 공영방송을 정치적 외풍에서 보호하기 어렵다. 여·야에서 추천한 이사진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가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는 이미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정권하의 공영방송의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이사회에서는 막말과 폭언을 일삼았다. 이사회 회의록이 모두 공개된다면 국민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거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상임위장에 출석해 국회를 조롱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를 모두가 지켜봤다. 공영방송의 이사진이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 것은 국격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파행은 모두 정치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추천 권한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도 71.7%의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국회가 추천하는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고, 심사하고, 선정하는 방향으로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성방식은 변경돼야 한다.

공영방송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안도 이미 발의해놓은 상태다. 이사회 회의록 작성 방식을 구체화하고,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의록의 세부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내용이다. 또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와 EBS 이사회, 집행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는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질의하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고,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여론 조작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언론에 대해선 정치집단 못지않은 국민의 분노가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지만, 그동안 이를 봉인한 책임을 언론에 물으면서 진보·보수 언론 할 것 없이 언론이 불신의 대상이 됐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언론도 성찰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은 살아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 가리라 본다.

지금 언론은 엄청난 시민의 감시에 놓여있다. 이것만큼 언론을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힘이 언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막아줄 수 있는 시민의 감시도 필요하다. 시민이 언론을 잘 길잡이 한다면 자본 권력과의 힘의 균형에서도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직립보행할 수 있게 될 거다. 언론의 자유로운 공론장을 다 막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이익이겠나.

시민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하나의 여론으로 봐야 한다. 보수 세력이 지난 정권에서 정부 기관을 총동원했던 것과 (드루킹 댓글 조작을) 같은 비교 선상에 놓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법처리 받을 건 받더라도 지금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로 개혁을 요구하는 더 큰 여론이 있고 드루킹 사건이 여론을 좌지우지할 만한 것도 아니다. 보수 야당이 그걸 자꾸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오산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좀 어떤지 보면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먼저 창간 2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날카로운 비평을 해온 미디어오늘과 같은 언론이 있었기 때문에 촛불혁명이 가능했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뉴스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까지 보도할 수 있는 미디어오늘이 됐으면 한다. 권력과 자본을 비롯한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언론이 되기를 바란다.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언론으로 오랫동안 자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디어오늘은 반드시 그 길을 걸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매일 아침 미디어오늘부터 챙겨보는 애독자로서 진심을 담아 항상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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