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참시’ 역대 지상파 최고수위 제재인 과징금 의결

방통심의위 방송소위 “시청자는 어떻게 이 장면 보고 단박에 알아냈나” 지적에 MBC예능본부장 “시청자들이 정상, 저희들이 무개념”

2018-05-17 18:16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 역대 지상파 최고수위의 제재를 내렸다. 지상파 최초 과징금 의결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 이하 소위원회)가 17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해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앞서 해당 방송은 지난 5일 방송에서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 화면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합성한 화면이 나갔다. 심의위원들은 이날 이번 사건이 “최악의 사례”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며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벌점 10점을 받을 수 있는 법정제재 최고수위인 과징금 의결을 건의했다.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27차 방송소위원회 의견진술 자리에서 권석 MBC예능본부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현재 심경을 밝혔다. 권석 본부장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고 (조사위 결과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이 “시청자들은 어떻게 이 장면을 보고 단박에 알아냈을까”라고 질문하자 권석 본부장은 “시청자들이 정상이고 저희들이 무개념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윤정주 심의위원은 “시사 과정이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모두다 이 자료의 적절성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진수 부국장은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진수 부국장은 “FD들은 가장 초기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건의 자료를 검색한다. 조연출이 처음 제시한 조건에 맞는 것을 (FD들이) 주면 그 중에 조연출이 취사선택한다. 이때도 뉴스화면만 검색한 게 아니다. FD들이 빨리빨리 찾아야 하는 구조다. 이런 단순과정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판단을 할 정도로 제작환경이 여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정주 위원은 “(FD들이) 자기가 찾는 그림이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박상수 심의위원은 “MBC가 새 사장 오고 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스템의 문제다. 방송은 결과로 따진다”고 주장했다. 전광삼 심의위원은 “의도하고 만들었다면 아마 MBC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정주 심의위원은 “시대와 호흡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영섭 심의위원은 “조사보고서에 누가 잘못했는지가 안 나온다.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사장이 바뀌고 새롭게 시작한다고 해서 그에 따라 (4기 방심위의 MBC) 제재 수위가 가장 낮았다. 진정성을 봤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사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있어선 안 되는 직업윤리가 MBC내에 아직 존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정적으로는 프로그램 중지 결정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정주 심의위원은 “게이트키핑을 세 번 네 번 하더라도 감수성이 없으면 결코 발견할 수 없다”며 MBC 구성원 모두의 성찰을 주문했다.

앞서 MBC ‘전참시’ 진상조사위원회의 16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일 ‘전참시’ 조연출은 프로그램 단체 카톡방을 통해 ‘앵커 멘트로 속보입니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 멘트의 바스트 영상을 부탁한다’고 공지했고, FD 한 명이 다음날 조건에 맞는 영상 클립 10건을 조연출에게 전달했다. 조연출은 그 가운데 세월호 뉴스 장면 2컷을 포함한 3컷을 골라 CG담당자에게 뉴스 배경과 필요 없는 자막을 ‘흐림 처리’해달라고 의뢰했다. 뉴스 멘트 자체에 세월호 언급이 없었기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

조사위는 “조연출은 세월호 장면이 문제가 되면 시사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며 “처음부터 세월호 장면을 찾아달라고 했다면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영상을 다른 사람이 찾아줬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위는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지만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조연출과 전참시 담당 PD, CP, MBC 예능본부장 등 4명의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향후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 영상을 예능 프로그램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