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귀순자 ‘장교’ 오보, 슬그머니 ‘민간인’ 수정

정부 조사 결과 40대 남성 귀순자 2명 모두 민간인… YTN 등 잇단 오보기사 여전히 노출

2018-05-20 11:51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19일 새벽 서해상으로 북한군 장교와 주민이 귀순했다는 YTN의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YTN 속보 이후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를 비롯해 SBS 등도 YTN 보도를 따라 ‘북한군 장교가 접경지역에서 남쪽으로 귀순한 것은 2008년 4월 북한 보위부 소속 이철호 중위가 서부전선 판문점 인근 우리 군 GP(전방초소)로 귀순한 이후 10년 만’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49분 “서해상으로 북한 장교·주민 귀순”이라는 YTN의 첫 속보가 나간 후 MBC는 오전 9시54분 “정부 관계자는 귀순 남성 가운데 1명이 북한군 장교라는 보도와 관련해 2명 모두 40대로 군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신원과 우리 측으로 넘어온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도 이날 오전 “오늘 새벽 귀순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사람 2명은 군인이 아니라 일반인으로 추정된다”는 해양경찰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YTN 등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지적했다.

▲ 지난 19일 오전 YTN 뉴스 속보 갈무리.
이후 국방부 등 조사 결과 40대 남성 귀순자 2명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됐다. 19일 오전 YTN과 함께 오보를 낸 연합뉴스는 이날 저녁 “당국, 서해상 귀순자 신분 놓고 혼선…‘북한군 장교→민간인’”이라는 기사로 “관계 당국이 귀순자 2명에 대한 본격 조사를 벌인 결과, 둘 다 민간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렇게 연합뉴스는 오전의 오보를 저녁에 바로 잡았다. 

연합뉴스는 “정부의 한 소식통은 ‘귀순자는 자신의 신분을 과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혀 귀순자의 신분을 둘러싼 혼선이 귀순자의 진술 때문임을 시사했다”며 “현재 관계 당국은 귀순자 2명의 귀순 경위 및 동기와 함께 정확한 신분과 직업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YTN 등은 ‘배에는 북한 장교 1명과 주민 1명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정부 소식통의 말만 전해 듣고 충분한 교차 확인 없이 정확한 신원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섣불리 ‘장교’라고 단정해 오보했다. 특히나 최근 고위급회담 연기를 놓고 남북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더욱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했다.

지난 3월31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에게 군비축소 회담(‘군축’)을 언급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오보라는 지적에도 YTN은 자사 보도를 수정·삭제하지 않았다. 사진=YTN 리포트 갈무리.
그러나 첫 오보를 한 YTN은 MBC와 노컷뉴스 등이 ‘군인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한 이후에도 정정 보도를 내지 않았고, 이날 오후 2시까지 “북한군 영관급 장교와 주민 1명이 귀순했다”는 보도를 이어갔다. 이후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이들 가운데 1명은 귀순 직후 북한군 장교라고 주장했지만, 관계 당국은 2명 모두 북한 주민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는 후속 보도를 냈다.

YTN은 자신들의 오보로 국민에게 혼란을 준 점은 전혀 사과하지 않은 채 “배에 타고 있던 사람 가운데 1명은 우리의 영관급 장교인 소령에 해당하는 북한군 소좌라고 밝혔지만, 관계기관의 조사결과 민간인이었다”고만 전했다. YTN 등이 오보 낸 기사들은 20일 오전까지도 수정되지 않은 채 포털 사이트 등에 노출돼 있다.

YTN은 지난달 19일에도 “[속보] 수사당국,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이라고 보도했다가 오보로 밝혀져 구설에 올랐다. 앞서 15일에는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 출장을 갔다는 의혹을 받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오보를 냈다가 담당자가 징계를 받았다. [관련기사 : 김경수 압수수색 YTN 오보에 파업 기자들 ‘멘붕’]

YTN은 또 지난 3월31일 “[단독] 北 ‘8월15일 군축회담 열자’… 돌출 발언?” 리포트에서 “엊그제(3월2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 북측 대표로 참석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오는 8월15일에는 남과 북한이 군비축소에 관한 회담을 열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리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우리 측 대표들을 배웅하면서 8월15일이 생일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에게 ‘8월15일에는 경축합시다’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YTN은 ‘경축’을 ‘군축’으로 보도한 것은 오보라는 지적이 나온 후에도 기사를 수정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통일부 ‘경축’이라는데 YTN 기자 ‘군축’ 맞다 거듭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