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포를 감옥으로 보낸 이 ‘기사’

[판결문 분석] 기사에 의한 명예훼손으론 이례적인 1년2개월 징역형
배우A씨, 조덕제와 성범죄 진실공방 중 해당 보도로 피해 입어
재판부 “피해자 특정하고 기사 중 일부 허위임을 명백히 인식”

2018-05-22 09:48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한때 개그맨이었고 탤런트였으며 한때 기자였던 이재포씨는 어떻게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1년2개월 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을까. 미디어오늘은 기사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법정구속 되는 일이 이례적인만큼 판결문을 입수해 구속 배경을 짚어봤다. 

이 사건의 등장인물은 코리아데일리 편집국장 이재포씨와 김아무개 기자, 배우 A씨다. 김 기자는 2016년 7월29일자 기사에서 “백종원 체인점에서 배탈이 났다며 식약청에 신고한 후 배상책임 보험금 218만5000원을 수령했던 여배우 A씨가 배탈치료를 위해 수액을 맞던 중 간호사가 자리를 비웠다고 항의해 병원으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갑질 여배우’ 프레임이었다. “A양은 병원 측에 자신은 피를 보면 혼절하는데 수액 주사바늘을 제때 뽑아주지 않아 많이 놀랐으며 그 동안 영화촬영과 광고 재계약 등을 못했으니 보상하라며 돈을 요구했고 결국 병원 측은 소송이 두려워 합의했다”는 것. 해당 매체는 이어 “혼절했다는 A양이 어떻게 직접 119에 전화를 해 구급차를 요청했는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고 보도하며 A씨가 병원을 상대로 협박해 합의금을 갈취했다는 식으로 A씨를 비판했다.

이 매체는 2016년 8월17일자 기사에서 “A씨가 동네 의원을 상대로 수백 만 원의 합의금을 받아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라며 “문제는 A씨가 동네병원을 찾아가 거액의 손해배상과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나오는 사건의 진실은 기사와 달랐다. 병원 근무자 대부분이 퇴근한 상황에서 남아있던 간호사마저 A씨를 혼자 남겨둔 채 먹을 것을 사러 출입문을 모두 잠그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수액을 맡고 있던 A씨는 피가 역류하자 병원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나갈 수 없어서 112에 신고했다. 병원 측은 A씨에게 사과했다. 병원의 과실이 명백했다. 재판부는 해당 보도를 두고 “A씨가 문이 잠긴 병원에 홀로 갇혀 있었고 피를 흘리고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는 등 중요한 내용을 누락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한 뒤 “소송이 두려워 (병원이) 합의했다는 것을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재판부는 이재포씨와 김기자가 병원을 방문해 면담하는 도중 A씨를 두고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이대로 기사 나가면 병원은 동네에서 영업 못 한다”면서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대답을 병원측에 유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비추어 “피고인들은 기사 중 일부가 허위임을 명백히 인식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한 “당시 경찰이 이 사건 병원 사고에 관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씨와 코리아데일리는 왜 이 같은 기사를 낸 것일까. 해당 매체는 심지어 A씨를 직접 취재하거나 A씨로부터 해명을 듣지도 않았다. 병원이 피해자가 부당하게 합의금을 받았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A씨를 특정 드라마에 메인 급으로 출연하는 미모의 여배우라고 설명하며 특정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이 기사는 A씨와 병원 양측의 합의가 이뤄진 지 1년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서 작성되었는데, 당시는 A씨가 강제추행으로 배우 조덕제씨를 고소한 형사사건의 1심 재판 중이었다.

▲ 게티이미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거짓 사실을 기사의 형태로 인터넷에 유포했다”고 지적했으며 “더욱이 A씨는 피고인들의 지인(조덕제)과의 성범죄에 대한 진실공방 중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피고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등 그들에게서 진지한 반성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아무개 기자는 징역1년6개월 집행유예 3년형, 편집국장이었던 이재포씨는 징역1년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재포씨는 2016년 6월 경 코리아데일리에 입사한 뒤 그해 11월 경 퇴사했다. 김 기자 역시 그해 7월 입사해 11월 경 이씨와 함께 퇴사했다. 두 사람은 이 짧은 재직기간 동안 A씨에 대한 취재에 집중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이들을 형사 고소했다. A씨측은 이번 판결이 나온뒤 관련한 입장을 내고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를 고통에 빠트리는 이런 2차 가해행위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기자 분들이 올바른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