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그 후에도 바뀌지 않은 언론

[리뷰] 이상호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후속작 ‘다이빙벨 그후’

2018-05-22 12:3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왜 안 구했나?”

2014년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가 제작한 세월호 사고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공개된 지 4년이 지났다. 오는 24일 후속작인 ‘다이빙벨 그후’의 개봉을 앞둔 이 시점, 4년 전 그날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명백히 밝혀졌나.

이상호 기자는 지난 9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과 함께 참석한 ‘다이빙벨 그후’ 부산 특별시사회에서 “이번 영화는 ‘왜 구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언론이 잠들어 있던 시기에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고 방송에서 금기어가 된 시기가 있었다. 말도 못 할 그런 암울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그런 시기가 있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바로 언론의 오보들,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한패가 돼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유족은 물론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언론에 대해 다시 문제제기를 하는 거다. 세월호 4년이 지나도록 하나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이번 영화는 언론의 오보들을 가리고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영화다.”

이상호 감독의 영화 ’다이빙벨 그후‘는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탄압과 백남기 농민 사망, 천안함 침몰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 진실 규명을 가로막은 지난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뤘다. 사진=’다이빙벨 그후‘ 스틸컷
세월호 참사 당시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1억 원이 넘는 자비를 들여 수중 구난 장비 ‘다이빙벨’을 진도 팽목항에 가져왔지만 실종자 구조 작업에 제대로 투입조차 하지 못했다. 민간 구조 전문가들과 잠수사들의 참여를 탐탁지 않게 여긴 구조당국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유가족 등의 거센 요구에 떠밀려 이종인 대표를 다시 불렀다.

사고 초기 이 대표의 다이빙벨을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돌려보냈던 해경이 황당하게도 국내 한 대학에서 외려 성능이 더 떨어지는 또 다른 다이빙벨을 빌린 것으로 알려져 비난에 직면하던 상황이었다.

이후 해경이 다이빙벨 투입 작업에 순순히 협조해줄 리 없었다. 해경은 이미 구조작업하던 잠수업체 ‘언딘’을 위주로 핵심 구조작업과 잠수 인력 투입 등을 지휘했고, 알파잠수 측엔 교대로 수습 작업할 잠수사도 지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 언론을 비롯해 한겨레 등 진보 언론도 다이빙벨 투입을 “수색에 모아야 할 현장의 노력들을 엉뚱한 곳에 허비했다”며 ‘실패’로 규정했다. ‘어디 얼마나 잘 구하는지 지켜보자’며 논란을 부추겼던 언론은 ‘예상대로’ 다이빙벨이 실종자 수습에 성과를 내지 못하자 비난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정부의 구조 실패로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시점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실종자를 찾아내기에도 모자란 상황에서 오직 다이빙벨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만 주목할 만큼 언론이 보도할 게 없었을까. 더구나 실종자 미수습의 책임자는 해경과 구조당국이지 이종인 대표도 아니었다.

지난 2014년 4월30일 오후 3시30분경 진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알파잠수기술공사의 다이빙벨이 처음으로 투입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결과적으로 언론은 정부의 총체적인 구조 실패를 잠시 민간업체 ‘다이빙벨 사기 논란’으로 여론의 시선을 돌려놓긴 했지만, 정작 언론이 주목했어야 할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와 수습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허점들은 따로 있었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 초기 골든타임 72시간 동안 에어포켓(air pocket·수중 공기 공간)의 존재 가능성이 희박했음에도 공기주입 ‘쇼’를 벌이는 동안 이를 제대로 검증조차 못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선체에 승객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공기 주입을 요구하자 당시 대통령이던 박근혜씨가 지시해 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시간이 지난 4월18일이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선체 상부 조타실로 추정되는 곳에 공기 주입을 시작했다.

이때 선체로 주입된 공기에 유해가스가 포함됐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특위 소속이던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2014년 6월 보도자료에서 “선체 공기 주입 작업에 참여한 잠수사가 ‘호흡용 오일 대신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공업용 오일을 사용하는 컴프레서로 공기를 주입했다.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고 아무 구멍에나 쑤셔 넣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 영화 ‘다이빙벨 그후’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의 아내 배우 송옥숙씨.
이 외에도 세월호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해군이 설치한 공기부양주머니가 부양 효과는 없이 부표 역할을 하는 데 그치자 슬그머니 추가 설치 작업을 중단했고, 선체 내부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수중무인탐사기(ROV)가 실제로 선체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사실 등 정부의 구조·수색·수습 실패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영화 ‘다이빙벨 그후’는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밝히는 영화가 아니다. 왜 정부가 구조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요구하다 길바닥에, 언론의 공격에 내몰리고 보수 세력의 갖은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얼마나 힘겹게 싸워왔는지 그린 영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 연대했던 이들이 촛불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기까지 흘렸던 눈물과 상처를 위로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출연료 없이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송옥숙씨(58)는 이종인 대표의 아내다. 송씨는 세월호 참사 때도 이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 작업에 든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감독인 이상호 기자와 인터뷰에서 “그냥 부모의 마음으로 내가 멋있게 기부금을 낼 수도 있었지만 우리 남편의 능력이라면 저기 가서 정말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그 마음밖에 없었다”며 “나도 여러분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자였고 굉장히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이 영화 정도는 여러분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