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에 맞서 시민이 알고리즘 감시해야”

디지털 주권 어떻게 지킬까, 알고리즘 감시·시민에 의한 ‘개인정보 통제’ 논의해야

2018-05-22 15:32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당신은 어떤 타입인가요?” 평범해보였던 성격분석 퀴즈앱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페이스북이 2014년 케임브리지 대학 알렉산더 코건 심리학 교수에게 ‘성격분석 퀴즈’ 앱을 통한 개인정보(전체공개로 설정한 정보) 수집을 허용한 게 발단이었다.

코건 교수는 8700만 명에 달하는 앱 이용자와 그들의 친구들 개인정보를 캐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데이터 회사에 넘겼다. 이 회사가 미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점에 비춰보면 앱을 통한 개인의 성향파악이 선거에 활용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비회원과 탈퇴 회원에 대한 정보 수집도 가능했다고 시인했다. 이번 사건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 개인정보를 싹쓸이해 악용한다는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지난 19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베르나르 베나무 디지털주권연구소 사무총장과 라스 린스도르프 독일 언론학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디지털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과 구글의 지나친 개인정보 수집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 gettyimagesbank

베르나르 베나무 사무총장은 “신뢰는 인터넷 생태계의 주춧돌”이라며 “데이터 기반 기업은 기본으로 프로파일링에 기반한 비즈니스를 하기에 사이버 보안 위협과 사생활 보호 문제는 사용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고 이 시스템의 붕괴는 전체 경제 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린스도르프 학회장은 일련의 사태가 ‘국가가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이상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은 마땅치 않다. 해외기업의 진입을 막는 건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각에선 ‘유럽판 구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누군가 주도한다고 해서 이런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없어 비현실적이다. 정부가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도화된 기술을 갖춘 글로벌 대기업 중심의 질서는 바뀌기 힘들다. 이 가운데 사생활 보호기준을 낮추면서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개인정보 보호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있다. 인터넷이 거의 모든 것과 연결된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고 개인은 더 많은 정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홈 시스템이 알아서 집안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심장박동을 실시간 측정해 살피고 증상에 따라 의료진을 알아서 추천하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는 건 사실상 개인의 모든 정보를 내놓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베나무 사무총장은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시민을 위한 새로운 권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물인터넷을 시민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칩의 묵비권’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시민이 본인의 개인정보가 사물인터넷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특정 칩을 중심으로 관리하고, 이를 비활성화 하는 방법까지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토론 패널로 참석한 김상순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한때 ‘잊힐 권리’라는 단어가 ‘삭제할 권리’로 더욱 적극적 의미로 바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침묵이라는 단어가 ‘Shut down’이 돼 인간의 의지를 담아 끄는 행위가 더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고리즘 중심 사회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모아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그 결과 추천하고 분류하는 등 서비스 전반에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를 비롯해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추천을 강화하는 추세다.

베나무 사무총장은 “향후 디지털 규제에 필요한 것은 개인정보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알고리즘이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알고리즘 투명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린스도르프 학회장은 “페이스북,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자사의 알고리즘을 사유 자산이라고 선언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의 규제 영역을 알고리즘 자체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쟁점”이라고 소개했다. 베나무 사무총장도 “(알고리즘) 코드는 민주주의 국가의 법률만큼 중요해지므로 반드시 시민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린스도르프 학회장은 “독일이나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수출지향 국가의 정부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는 세계무역기구, 국제연합 등의 다자적 맥락에서 추진하는 것이 좋다. 같은 관심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서 동맹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