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떼놈’ 발언 문제 없다? 시민 판단은 달랐다

방통심의위 심의 다시 들여다본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다양성 가치 고려하지 않고, 적용 조항도 부적절”

2018-05-24 08:47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시민들의 판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달랐다.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심의의 원칙으로 봤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국민TV 카페에서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을 재심의했다. 이날 시민 위원들은 20~60대의 남녀로 구성됐다.

지난달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2월 방영된 MBN ‘뉴스와이드’에 ‘문제 없음’을 결정해 논란이 됐다. 패널로 출연한 차명진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태도를 지적하며 “떼놈이 지금 우리 보고 절 하라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떼놈’은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방통심의위는 문제가 된 발언을 진행자가 제지했고, 당사자가 사과한 점을 감안해 제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3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국민TV 카페에서 ‘시민 방송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을 재심의했다.

그러나 시민 심의위원들 다수는 법정제재인 ‘경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고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반영하는 방송평가에 2점을 감점하는 중징계다.

석원정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은 “우리는 비하발언이라고만 생각하겠지만 한국에 사는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은 인종차별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 국회의원인 차명진씨는 외국인에 가해지는 인권침해, 비하, 인종차별적 발언을 방조해서는 안 되는 사람인데 오히려 이를 조장한 것은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 전북 민언련 참여미디어연구소장은 “차명진 전 의원은 과거 다른 프로그램에서 계속 문제를 보여온 패널이기 때문에 섭외에 신중했어야 하고, 방송사가 사전에 주의를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숙 변호사는 “차명진 전 의원은 우선은 뱉고 이후 사과하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노하우를 잘 알았던 것 같다”고 꼬집으며 심의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날 시민방송심의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때인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안건도 ‘재심의’했다.

대표적인 방송이 2015년 방영된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진행자와 패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 공천할당 정책을 언급하며 “걸스카웃 보이스카웃 정당” “굉장히 소아적인 발상 아니겠어요?”라고 비난했다. 또한 당시 새정치 소속 청년 정치인 김광진, 장하나 의원에 “정책적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고 이들 의원의 활동을 문제 삼아 새정치를 “종북숙주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심의 결과는 법정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 ‘권고’였다.

3기 방통심의위 때는 ‘종북숙주’ 발언이 주된 쟁점이었지만 시민방송심의위원인 권보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생각하고, 청년과 청소년들은 정치적 능력이 없고 관심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표현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방송심의위는 ‘인권보호’ 위반을 적용했다.

방통심의위가 법정제재인 ‘경고’를 내린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청소년 동성키스’장면은 시민 심의 결과 ‘문제없음’ 의견이 다수였다.

▲ JTBC '선암여고 탐정단' 화면 갈무리.
권보현 활동가는 “심의하는 것 자체가 슬프다”며 운을 뗐다. 그는 “청소년도 사람이기 때문에 교제를 하고 애정표현을 한다. 그것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처럼 심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소수자는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함귀용 위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오히려 그 위원을 제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시민 심의위원들은 3기 방통심의위가 엉뚱한 조항을 심의에 적용한 사실도 지적했다.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종북숙주’ 발언의 경우 ‘품위유지’ 위반만 적용했지만 시민 위원들은 ‘명예훼손’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박상후 당시 MBC 전국부장의 세월호 유가족 모욕 논평 심의도 마찬가지다. 박상후 부장은 민간잠수사의 죽음을 언급하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대형사고 때 유가족들은 평상심을 유지했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비교했다. 3기 방통심의위는 이 보도가 객관성, 공정성, 명예훼손, 품위유지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사실보도와 해설 등의 구별’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심의규정은 사실보도와 해설 및 논평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이 보도는 논평임에도 리포트로 표기하면서 시청자를 오인하게 했다”며 “(위원들의) 규정 이해도가 대단히 낮았다”고 지적했다. 석원정 소장은 “‘피해자 등 인권보호’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심의위원들은 ‘프로그램 정정·수정’ 및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앞으로는 아직 심의를 받지 않은 사안을 온라인(www.ccdm.or.kr/xe/simin03)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시민 심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