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심의’도 가능한 선거보도 심의기구

선거 보도·여론조사 심의기구, 제척·기피사유 법에 나오지 않아 이해관계자 선임 못 막아

2018-05-25 14:16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공직선거법상 선거 관련 미디어 심의기구들의 위원 결격 사유 조항이 부실하다.

KBS는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계 전문가인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 박민규 고려대 교수를 여론조사 자문위원에 임명했다. 그런데 두 교수는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심의하고 제재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영원 교수는 위원장에 호선되기도 했다.

다른 선거 심의기구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KBS의 인터넷 보도를 심의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는 KBS 차기환 이사가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심의기구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Gettyimagesbank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론조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인터넷 보도), 선거기사심의위원회(신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에 문의한 결과 모두 심의 대상인 특정 언론사와 이해관계가 있어도 ‘결격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결격사유가 따로 명시돼있지 않아서 법적 문제는 없다. 다만 자체로 제척사유라고 판단해 KBS 여론조사 심의 때 해당 위원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정당과 밀접한 인사들이 심의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에서 자유한국당은 한국당 팟캐스트 ‘적반하장’의 진행자였던 류여해씨를 위원으로 선임했고 당시 국민의당은 선거기사심의위원으로 안철수 캠프 특보인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선임했다. 2016년 총선 때도 국민의당은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정연정 배제대 교수를 선임했다.

이들 선거 심의기구는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는데, 공직선거법은 위원이 ‘당원’일 경우만 결격사유로 한다. 공직선거법은 제척·기피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위원회별 자체 규정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이 조항을 악용하면 탈당한 국회의원은 물론 현직 기자, PD를 위원으로 선임해도 막을 수 없다. 한 심의기구 관계자는 “추천 단체에 현직 언론인 등은 배제해달라고 비공식으로 당부하지만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상시 심의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에 위원의 ‘결격사유’ ‘심의 제척사유’를 명시했다. 방통위 설치법은 최근 3년 이내 방송통신업계 종사자를, 언론중재위는 현업 언론인을 결격사유로 두고 있다. 방통위는 선출직 공직자와 대통령 인수위원 경력이 3년 이내일 경우도 결격사유로 두고 있고 언론중재위는 선거 후보자로 등록하면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이들 위원회는 위원이 심의대상에 관여한 경우, 본인이나 가족이 당사자일 경우 등을 법에 제척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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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참여하는 언론인 단체, 정치권에 추천권을 부여해 당사자들이 들어와 논의를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이나 언론인단체에 추천권을 주는 것과 결격사유나 제척기피 사유를 분명히 하지 않은 건 다른 문제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도 정당에서 추천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결격사유를 두고 있다.

한 선거 관련 심의기구 관계자는 “최근 선거 심의기구들이 만들어지고 그 근거를 공직선거법을 통해 규정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격 요건 정립이 미비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개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선거 관련 심의기구 위원의 결격사유 및 제척·기피 사유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준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성수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가 가진 특수성이 있다 하더라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결격사유 및 제척 조항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