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응석받이’ ‘천적’ 표현… 냉전시대 타성 젖은 편견”

“보수학자 조선일보에 등장해 미국은 선, 북한은 악이라는 잣대 종지부 찍어야”

2018-05-25 19:35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의지를 밝히자 보수학자와 조선일보 등이 이를 ‘저자세’, ‘응석부릴데가 없어서’, ‘김정은은 트럼프의 천적’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대미 대북전문가 사이에서는 “냉전시대 사고에 젖은 편견에 사로잡힌 분석”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25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결정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 등에 대해 ‘[전문가 5人 분석] “北, 도끼만행 이래 가장 저자세… 2~3달내 회담 어려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 뉴스로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고유환 동국대 교수, 김용현 동국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남주홍 경기대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인터뷰해 각각의 견해를 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결정을 했는데도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은 김계관 부상의 담화문에서 계속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일부 보수 학자들은 이를 폄훼했다.

최강 부원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입장 이래로 가장 저자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 이후 불과 7시간 만에 반응을 보였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잡는 천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꼬리를 내렸다는 제목의 기사도 실었다.(‘꼬리내린 북 “트럼프 용단 내심 높이 평가“ 대화 용의‘)

조선일보는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북한은 트럼프의 강수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김계관의 담화를 보면 그렇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해 미국이 ‘초벼랑 끝 전술’을 썼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강하게 당기니까 줄이 끊어져 버린 셈이다. 한국은 당기면 당겨져 오는데 미국에는 그런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히 ‘거래의 달인’”이라며 “특히나 풍계리 폭파쇼를 한 날 미북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언론감각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풍계리 폭파쇼를 놓아두면 북한에 페이스가 말린다고 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수가 아니었으면 오늘 전 세계 언론이 북한의 풍계리 폭파쇼 기사로 뒤덮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미관계 신뢰 하락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최강 부원장은 “한미공조가 잘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적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고, 남성욱 교수는 “이 사태에 이르게 된 책임의 상당 부분은 운전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미국 조야(朝野)의 압박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뉴스국 사회부장은 트럼프의 회담 취소 결정으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응석부릴데가 없어졌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박은주 부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에 실은 ‘[박은주의 뒤집어보기] 트럼프는 김정은을 ‘애’ 취급하지 않는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보다 자국의 핵무기가 더 강력하며 회담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한 부분을 인용한 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사탕 아닌 ‘담배 한 대’를 쥐어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어이 김형, 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요?’ 사탕 한 알이 아닌 담배 한 개비를 받아든 김정은, 응석 부릴 데가 없어졌다는 뜻”이라고 폄훼했다.

이를 두고 정부 외교관계를 자문하는 한 대미 전문가는 2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담화가 저자세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받아서 김계관 부상이 밝힌 것이므로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 담화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일종의 배려를 한 것이고, 격이 있게 나온 것”이라며 “그것은 저자세라고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고, 오히려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이 전문가는 김정은이 응석부릴데가 없어졌다는 조선일보 부장의 혹평에 대해 “이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북한을 보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며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이 지금은 훨씬 좋은 것”이라며 “더구나 대화를 통해 풀겠다고 비핵화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했는데도 대화할 용의를 밝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한미관계 신뢰 하락의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 돌린 것은 “상식에 벗어난 주장”이라며 “우리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 감사표시를 다해야 한다. 전혀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과연 이것이 말이 되는 주장인지 의문이다. 자신이 보수라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양식이 없는 보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의 천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전문가는 “천적이면 왜 만난다고 했느냐”며 “그런 것들이 냉전적 사고의 틀 안에서 북한을 적으로 보는 공통적 특징이다. 타성과 편견을 갖고 하는 대표적 분석”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들 학자와 조선일보의 주장에 반박을 폈다. 양 교수는 “과거 김정일 시대엔 강대강으로 나왔겠지만,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상당히 일관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협상의 태도와 입장을 분명히 구분해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이것을 두고 ‘북한이 꼬리 내렸다’, ‘저자세’로 평가한 것은 설득력이 없고, 기준이 잘못된 분석”이라고 비판했다. 꼬리내리기라고 하려면 개념을 다시정립하든지 그 기준을 설명해야 한다고 양 교수는 지적했다.

양 교수는 다만 김계관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했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은 국제기자단 30명이 북한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풍계리 핵시설 폭파 직후 북미정상회담 취소라고 발표한 트럼프가 아무런 전략 전술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트럼프의 강수에 당황한 것이라는 남성욱 교수의 분석에 양무진 교수는 “그런 주장은 동맹국인 강대국은 선이요, 약소국인 북한은 모든 행동이 악이요라는 선입관에서 출발한 분석”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은이 응석부릴데가 없어졌다는 박은주 조선일보 부장의 주장에 양무진 교수는 “응석론 자체가 설득력이 없고, 선입관에 빠져있다”며 “김정은이 얘기하면 응석이고, 트럼프가 얘기하면 결단이냐. 이젠 그런 논리의 종지부를 찍을 때”라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양 교수는 “위기 뒤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남북간 대화의 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핫라인을 통해 통화하고, 미국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외교관계를 자문하는 대미 전문가는 “잘 될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휴지기를 갖고, 조만간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