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걸어가는 청와대, “발목 잡는” 조선일보

靑,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이례적 조선일보·TV조선 공개비판
잇따른 오보논란으로 비판 자초…“악의적 보도에 대한 경고”

2018-05-30 14:14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한반도평화체제의 전환점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을 공개거론하며 적극 언론보도대응에 나섰다. 26일 극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리며 그 어느 때보다 북미 양쪽의 신뢰를 쌓기 위한 한국정부 역할이 높아진 상황에서 오보와 추측성 보도가 북미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청와대의 언론대응은 전 방위적이다. 경향신문이 27일자 기사에서 “5·26 남북정상회담은 미국 측과 사전 협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후 설명설’에 무게를 싣자 청와대는 “대통령이 JSA를 통과해 접경지역을 넘어가면서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사에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반박한 뒤 “토요일 오전 미국 쪽에 (남북회담을)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한국이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한 日 아사히신문에 지난 18일 ‘무기한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이 29일자 입장문을 내 조선일보와 TV조선을 공개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기간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해 북한 고위급과 면담했다”는 28일자 조선일보 기사가 사실무근이라며 “국정원 2차장이 몰래 평양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그대로 믿으면 미국 등 주변국들은 우리 정부 말을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언론에게 북한은 ‘사실 보도’라는 기본원칙이 매우 자주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던 영역이었다. 특종 유혹 앞에 언론인의 책임감이 무릎을 꿇는 경우가 너무도 잦았다”며 조선일보를 가리켜 “이제 그만 잡은 발목을 놓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반도의 평화체제구축을 위해 걸어가는데, 조선일보가 발목을 잡는다는 뜻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이라며 “일부 언론 보도가 그 위태로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보도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청와대의 이번 입장문은 조선일보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난 24일 북한 풍계리 갱도 폭파 당시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같은 TV조선의 속보 오보가 대표적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관련 취재비로 미국 언론에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지난 19일 TV조선 보도도 오보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다.

▲ 5월19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김영주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조선일보는 과거 김일성 사망 오보나 현송월 총살 오보 같은 무책임한 북한 보도를 이어왔다. 북쪽에서도 남쪽언론보도를 파악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로선 사실 확인이 부족한 일련의 악의적 북한 보도에 대한 공식 경고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 입장문을 가리켜 “언론자유침해와는 상관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전문기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높아진 북한에 부정적 인식이 북한과 대화 자체를 죄악시하는 프레임으로 이어졌다. 취재비 1만 달러 보도 논란도 ‘돈 밝히는 북한’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이 있었다”고 지적한 뒤 “언론의 비판적 태도는 팩트 위에 서야 가치가 있다”며 조선일보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실수’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일 조선일보는 해리 해리스 당시 美태평양사령관(현 주한 미국대사)이 “주한미군은 중국의 과도한 군사 팽창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확인결과 이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발언이었다. 해리 해리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 또한 외교문제로 비화될 만한 오보였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특정 매체를 지목한 건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과 외교를 방해하는 보도프레임을 주도한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일보는 4·27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역사적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대다수 내외신 보도와 달리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운은 뗐다”(1면 톱기사 제목), “몸통은 잘 안 보이고 꼬리가 요란한 합의문”(사설)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인 검증해야 할 한국정부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에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단히 엄중한 시절이다. 기사 한 꼭지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갈등 격화가 예상된다.

TV조선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취재비 1만달러 요구 기사는 복수의 외신 기자를 상대로 취재해 보도했고, 취재원과 대화 녹취록과 이메일도 있다”며 김의겸 대변인의 지적을 반박했다. 조선일보측은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청와대에) 공식 대응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30일 기자들과 만남에서 어제 입장문과 관련해 “대통령께 보여드리지 않았다. 제가 알아서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