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빼먹는 통신 재벌들

[기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8-05-30 14:46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media@mediatoday.co.kr
경기·인천 지역에서 유일하게 100% 자체 편성을 하는 지역 지상파 방송사가 있다. 바로 OBS 경인TV이다. 경인지역 유일의 지역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사인 OBS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다 다른 지역방송사와 달리 방송프로그램을 중앙에 있는 키 스테이션(key station)으로부터 공급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100% 자체편성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니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OBS 경인TV가 이러한 열악한 방송제작환경에 빠지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자사 프로그램을 케이블TV와 IPTV 등 유선방송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받는 재전송료를 차별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OBS가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프로그램을 유선방송 사업자인 IPTV에 공급하면서도 재전송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12년 OBS와 IPTV 3사 간에 맺은 이른바 무료 공급 조항이 포함된 약정 때문이다.

▲ OBS 본사. 사진제공=OBS
OBS는 지난 2012년 IPTV 3사와 프로그램 무료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년 자동 갱신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 약정으로 인해 지난 6년 동안 OBS는 IPTV 3사에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했고, IPTV 3사는 OBS에서 무료로 공급받은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OBS와 IPTV 3사 사이의 이러한 불공정한 약정이 전례가 되어 다른 유선방송 서비스 업체인 케이블TV 방송사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OBS에 재 전송료를 지급한 적이 없다. 결국, OBS 경인TV는 전국의 지역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재송신료(CPS)를 받지 못하는 방송사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재 OBS 경인방송은 만성적인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OBS 경인TV가 경영위기로 인한 방송제작 위기라는 특별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012년 계약의 특별한 사정이 OBS에 생긴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무료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약정의 자동 갱신을 멈추고, OBS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해 새롭게 계약을 갱신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IPTV 3사는 지난 2016년 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함께 만든 지상파 재전송료 협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OBS와의 재전송료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OBS 경인TV의 경영활로는 비단 한 개 회사의 운명에 얽힌 숫자적 전망에 불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OBS 경인TV를 보는 수도권의 수천만 시청자가 있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으로 인한 경영 악화와 이로 인한 고용불안, 그리고 콘텐츠 투자 감소가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PTV 3사와 OBS 사이의 재전송료 협상을 통해 OBS가 자사 프로그램 공급으로 인한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IPTV를 운영하고 있는 3사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같이 수천억 원 대의 이익을 남기는 통신 재벌사들이다. 이들 통신 대기업들이 고사 직전에 빠진 지역 지상파 방송사인 OBS의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서비스 하면서 재전송료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태도임을 IPTV 3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