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죽음의 굿판” 질타에도 김문수 “뭐가 문제”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문수 “혐오 발언 아냐, 삐뚤어진 눈으로 보지 말라”… 조선·중앙·한국일보 지면엔 ‘없던 일’

2018-06-01 08:22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김문수(67)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세월호처럼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물러가라”고 발언했다가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하나같이 김 후보에게 석고대죄를 촉구했지만, 김 후보는 전혀 사과 없이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는 이들에게 “아직도 문제를 비뚤어진 눈으로 보고 있지 않으냐”고 외려 반문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역 앞에서 열린 ‘필승 출정식’에서 “지금 누가 젊은이들에게 헬조선을 말하느냐. 누가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가르치느냐”면서 “세월호처럼 저렇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 물러가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세월호처럼 죽음의 관광을 한다. 집어치워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김 후보 측에서 밝힌 서울역 출정식 세월호 관련 발언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젊은 남녀는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아 잘 기를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누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헬조선을 말합니까? 누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가르칩니까? 누가 지금 젊은이들에게…. 세월호처럼 저렇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 물러가라. 이 세상에 불평불만을 가르치고, 선동하고,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선동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몹쓸 나라라고 (하고), 자살을 부추기고, 죽은 자들은 무조건 아름답다고 하고 산 자들은 욕된다고 하는 더러운 역사를 우린 끝내야 된다.”

김 후보는 이날 출정식 후 미디어오늘 PD의 질문에 “세월호는 이제 저 정도 됐으면 끝내야지 저걸 계속 광화문 광장에 대한민국 상징이 세월호처럼 돼선 안 된다”며 “세월호 유족들도 저렇게 있으면 건강에도 안 좋다. 이제 한 4년 지났으니 이제 다른 데에서 추모하는 게 좋다고 본다. 꼭 광화문광장에서 노숙 상태로 추모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 대변인실은 이 같은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 발언에 대해 일부 언론은 혐오 발언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것이 어째서 혐오 발언인가. 혹시 아직도 문제를 비뚤어진 눈으로 보고 있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김 후보 측은 “그간 세월호 사고가 마치 권력형 사고인 양 선동하고 애통해하는 유가족들의 슬픔을 악용했지만, 모든 전말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이를 정치투쟁의 호재로 삼았고 대통령 탄핵 사태의 사유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한 사안이 드러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세월호 참사는 침몰 원인부터, 구조 실패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검찰 수사결과 자느라 늦게 보고를 받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하기까지 도대체 누구와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

김 후보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모두 논평을 내고 사과를 촉구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후보는 지지율 폭락에 정신줄마저 놓았느냐. 선거가 어려워도 정신줄은 잡고 사시길 바란다. 자신의 망언에 또다시 깊은 상처를 받은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들에게 즉각 대국민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김 후보가 건강한 이성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없는 막말을 내뱉었다. 더 많은 시민께 상처 입히기 전에 석고대죄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정숙 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금도가 있는 법”이라며 “표와 당선을 위해서라면 극한적 발언도 주저하지 않는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정의당도 “김 후보가 지금이라도 세월호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것이 조금이라도 빨리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길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석 선대위 대변인은 “그대들을 제외한 이 땅의 누구도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가르치지 않았다. 크나큰 죽음 앞에서 조금의 반성도 없이, 또다시 반복해서 계속 유가족들의 상처를 후벼 파는 그대들을 보며 절망을 느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 후보 측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국민들이 김 후보의 발언에 분노하고 있는데도 1일자 아침 종합일간지들은 예상보다 차분하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울시장 후보인 김 후보가 광화문 ‘세월호 천막’을 두고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했는데도 단순히 이를 전달한 언론도 9개 일간지 중 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뿐이다.

김 후보의 문제 발언을 제목으로 1면에 다룬 경향신문을 제외하면 김 후보를 지적하는 사설이나 칼럼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는 지면에서 김 후보의 ‘세월호 굿판’ 발언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