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대검 보고서 축소·왜곡 논란

대검 진상조사단 “검찰 불기소처분 부당” 보고했지만, 과거사위 “수사 미진” 공소시효 강조만… 대검 내부서도 “문제 있다”

2018-06-05 18:0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달 28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재수사를 권고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가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축소·왜곡해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복수의 검찰 과거사위·대검 진상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장자연 사건을 검토한 대검 진상조사단이 검찰 과거사위에 보낸 보고서에는 ‘2009년 검찰이 내린 강제추행 사건 불기소처분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당시 검·경 수사로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 증언·진술만으로도 검찰이 피의자를 충분히 기소할 수 있었음에도 ‘부당한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이런 핵심 내용은 빠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의 불기소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대검 조사단의 결론을 누락하고,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이어서 재수사가 시급하다는 부분만 강조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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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장관 박상기)는 지난해 12월12일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김갑배(앞줄 왼쪽 두 번째) 위원장(변호사)을 비롯해 검찰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전문성이 풍부한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론인 등 위원 9명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증거관계와 진술에 대한 비교·분석이 면밀히 이뤄졌고,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타당하다”면서도 검찰이 장자연 사건 강제추행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것은 “증거 판단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고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임박한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임박했으므로 검찰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재기해 재수사로 사안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가 대검 진상조사단의 보고서에서 가장 핵심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는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라는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과거사위 최종 보도자료에서 왜 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복수의 대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과거사위 보도자료가 나간 뒤 대검 진상조사단도 과거사위의 발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사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부분을 누락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이 사건 재수사 후 조사단의 검토와 다른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국민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잘못됐다’는 중요한 사실을 놓친다.

▲ 故 장자연씨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 검찰 과거사위원은 “우리가 직접 수사기록을 본 게 아니라 대검 조사단에서 봤지만, 대검 조사단이 봤을 때 (강제추행 사건 관련) 피해 상황에 대한 증거와 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데 검찰의 증거 판단이 문제가 있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조사단은 기소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봤는데 검찰 재수사로 ‘문제없다’는 결론이 난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위 발표에 검찰 불기소 결정의 부당성이 빠진 이유에는 “지금은 진술서 내용이 당시 수사기록에 의한 것이어서 실제 기소할 만한 건인지 아닌지 더 맞춰봐야 한다”며 “‘수사 미진’이란 표현은 위에서 재수사를 지시할 때 쓰는 통상의 포괄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신인배우 고(故) 장자연씨 강제추행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기로 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서울중앙지검에 장자연 사건 관련 기록을 넘겼고, 서울중앙지검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홍종희 부장검사)에 사건을 맡기고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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