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사회공헌, 안에선 ‘갑질’하는 화장품 회사들

지엠홀딩스 간부도 “IQ 두 자리냐” 폭언, 성희롱 논란… 피해자 “나같은 피해자 더는 없어야” 민형사 소송도

2018-06-07 17:12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한진 일가 갑질 사태가 불거진 후 여성 비율이 높은 화장품 업계에서도 회사 간부에게 폭언과 성폭력을 겪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인 지엠홀딩스(대표이사 김지훈)에선 최근 한 직원이 상사의 폭언과 성희롱 등에 시달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회사에 나가지 못할 처지가 됐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회사 임원인 A씨는 지난달 31일 부하 직원 B씨와 개인 면담에서 B씨가 본인의 회사 메신저에 제때 답을 하지 않았다며 회의실로 불러내 화를 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B씨에게 “최소한 IQ가 두 자릿수는 아닐 거 아니냐”며 인격 모독성 발언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내가 나가든, 당신이 나가든 둘 중 하나는 끝내자. 주제 파악을 하고 살아라”는 등 폭언을 쏟아냈다.

A씨는 회의실을 나간 후 전 직원이 보는데서도 “(B 직원은) 한참 모자란 것 같아. 상대방한테 뭘 얘기하려고 그러면 자기 주제 파악을 하고 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말이야. 진짜 유통의 ‘유’자도 모르는 게 어디서 말이야”라는 등 공개적인 모욕감을 줬다.

B씨는 이전에도 임원 A씨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들었지만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B씨는 A씨로부터 “집에 가면 ○씨 마누라가 있고, 회사에 와도 ○씨가 있네. 둘이 좀 비슷해” 등의 말을 듣고 성적 모욕감을 느꼈으며, 업무 중 A씨가 위아래로 쳐다보며 “숏(short) 다리네”라며 웃으면서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 지엠홀딩스 사회공헌활동 홍보 포스터.
이에 대해 A씨는 회의실 등에서 폭언한 것은 B씨가 반복해서 상식적인 조직생활을 하지 않은 사정이 있었으며 B씨가 폭언으로 받아들인 것은 “본인 생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B씨가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희롱과 관계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나도 키가 작고 B씨와 다른 직원 한 명도 키가 작아 엘리베이터 앞에서 웃겨서 ‘셋 다 숏다리’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마누라 얘기는) 내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부하직원 눈치를 본다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무실에서 A씨와 바로 옆자리인 B씨는 이후 회사 대표와 면담을 통해 A씨의 언어폭력 사실을 알렸고 회사의 공식 징계와 가해자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B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화장품 유통업계는 여성들이 많이 일하지만 회사 대표 등 경영진 대부분은 남성 위주고 비정규직(파견직) 판매 사원도 많아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내가 이대로 그냥 퇴사해버리면 가해자는 징계를 안 받거나 경징계로 끝날 수 있어 제2, 제3의 피해자가 또 나올까 봐 민·형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B씨의 임원 A씨 징계와 공개사과, 성희롱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요구에 사건 당사자와 관련자들의 사실조사 절차를 거쳐 오는 11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와 추후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6일 B씨에게 “인사위 결과는 가해자의 소명 절차 후 당사자에게 즉각 통보하며, 결과에 대해 즉각 조치할 것”이라며 “징계에 관해서는 회사 사규와 관련 법규에 위반되지 않도록 검토해 진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엠홀딩스는 지난 2016년부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사회복지기관과 사회공헌협약(MOU)을 체결하고 지속적인 나눔 경영 실천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이미지와 달리 내부 직원들이 빈번히 겪는 갑질과 성폭력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윤리기업으로 선정됐던 화장품 회사 로레알 한국지사에서도 최근 회사 간부가 부하직원들을 언어·신체 폭력으로 괴롭혀왔음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지난 2016년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한 ‘서울지역 저임금 서비스 판매직 노동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뷰티&헬스 매장 판매직의 다수가 20~30대 여성(평균 26.3세)임과 동시에 불안정한 일자리의 비정규직(기간제·시간제)이었다.

한 화장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비정규직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중소기업에서 회사 사업주들이 불안정한 신분의 직원을 노예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사업주들은 성희롱 예방 교육 외에도 직원간 예절교육을 비롯해 남성 상사-여성 부하직원 간 정서적·심리적 차이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