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투표 전에 꼭 봐야 할 지방선거 디지털 뉴스

지방선거와 만난 디지털 혁신… 대화하고 퀴즈 풀며 후보자 정보 제공,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후보자 분석

2018-06-12 16:28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혼란하다 혼란해’라는 말은 지방선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교육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까지 1인당 최대 8표를 행사할 정도로 많은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진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진다. 지하철역, 동네 사거리, 공보물로 후보자 정보가 쏟아지지만 후보자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들다.

퀴즈 풀고 대화하고, 유권자 관심 높여라

이번 지방선거 기간 동안 언론은 데이터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기존 기사와 전달 방식을 다르게 하면서 독자 친화적으로 접근했다.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다고들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지난 6일 JTBC 뉴스룸 2부에서 한 말이다. 이날 뉴스룸 1부에서 JTBC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함께 제작한 ‘착한 후보’앱을 소개했는데, 직후에 서버가 다운됐다. 이 앱은 자신의 지역구를 검색하면 후보자 정보를 보여준다.

▲ JTBC 착한후보 앱 화면 갈무리.
부산일보는 부산지역 ‘맞춤형 후보 찾기’ 마이보트를 선보였다. 지역구만 치면 후보 인적사항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설문을 통해 각자 성향에 맞는 시장, 구청장, 군수, 교육감, 국회의원 후보를 매칭해 준다. 데이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뿐 아니라 부산일보가 후보자들에게 직접 설문을 보내 모았다. 박석호 부산일보 정치부 기자는 “지방선거는 정당, 경력 정도를 보는 것 말고 유권자들이 접할 정보가 거의 없던 상황이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폴랩 연구소(Pollab·한규섭 교수 연구팀)는 문화일보와 함께 ‘나에게 딱 맞는 후보 찾기’ 서비스를 발표했다. 작동 방식은 부산일보와 비슷한데 대상이 전국 광역단체장이라는 점이 다르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이력 분석, 지역 및 정당별 분석, 무투표 당선자 분석기사를 제작하고 클릭 한번으로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다.  

▲ 부산일보 '마이보트' 화면 갈무리.

가장 화제가 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기초의원이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집중 조명한 중앙일보의  ‘우리동네 의회살림’이다. 기초단체 관련 자료를 취합해 226곳의 의원들이 지난 4년 동안 쓴 세금을 분석해 자신의 지역구를 입력하기만 하면 지방의회의 외유 장소, 식비 등 흥미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이 기사는 출고 일주일만에 100만 명이 봤다. 

한경닷컴 뉴스래빗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활용해 46개 언론사 기사 제목을 토대로 ‘뜨는 이슈’를 분석한 래빗 트렌드2.0 해설기사를 썼다. 뉴스 큐레이션 외신 악시오스(Axios)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참고했다. 김부선, 네거티브, 사전투표, 광역단체장 등의 키워드를 ‘이게 뭐길래’ ‘왜 뜬거래’ ‘엮인 사람들은 뭐래’ ‘더 알고싶어’ 등으로 묶어 대화형으로 설명한다. 

▲ 한경닷컴 뉴스래빗의 해설 뉴스.

데이터 속에 뉴스 있다

방대한 데이터 안에 주목해야 할 뉴스가 있다. 중앙일보 분석 결과 부산 동래구의회 의장단은 3년 동안 특정 갈빗집에서 1438만 원을 결제했다. 알고 보니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지방선거 데이터 분석에 집중해 ‘데이터로 파헤친 6.13 후보자’ 연재기사를 선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후보자 나이, 성별, 주소, 직업, 학력, 경력, 재산, 병역, 납세 실적, 전과 건수, 입후보 횟수 등을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 위주로 기사로 가공했다.

▲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인포그래픽 기사.

KBS 분석결과 시도지사와 교육감, 구·시·군의 장, 국회의원 후보자 926명 가운데 28명이 동종 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후보자 경력에 기재된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354명)이 가장 많은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성재호 KBS 기자는 “선관위의 후보자 정보는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취합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음 선거 때도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후보자들의 당적 변경을 추적했다. 지방선거 후보자를 전수조사해 당적 변경 실태를 분석한 결과 6~7회 지방선거에 연달아 출마한 후보자 가운데 32%가 당적을 변경했다. 후보자 2명은 7번의 지방선거 동안 당적을 무려 6번이나 바꿨다.

‘정보공개 활성화’ ‘지속적 투자’가 과제

데이터 분석으로 기삿거리도 찾고 전통 전달방식을 벗어나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시도는 의미 있지만 현장에서 맞딱뜨리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가장 큰 장애물은 정보의 진입장벽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4년치 의회 살림을 알려면 1000개가 넘는 엑셀 파일을 내려받아야 하는 곳이 많았고 예산서 1년 치가 통째로 누락된 곳도 있었다. KBS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 재산 등의 정보는 서류를 스캔한 이미지로 제공해, 이를 일일이 옮겨 쓰거나 크롤링(긁어오는 작업)해야 했다. 권력감시형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작성 때 이런 일은 흔하다. 김민성 뉴스래빗 팀장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API형태로 공개하지 않고 있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PDF로만 제공하기에 하나하나 다 긁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디지털 친화적이지 않은 뉴스룸 분위기도 극복 과제다. 현장에선 “그게 돈이 되냐”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디지털 기사 곳곳마다 ‘인턴’이라는 바이라인이 나오는 곳도 적지 않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처음 기안을 올렸을 때 ‘그 돈이면 여론조사를 좀 더 돌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답을 들었다. 외부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나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