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최저임금

[미디어 현장] 안우혁 민주노총 선전홍보차장

2018-06-15 11:17       안우혁 민주노총 선전홍보차장 media@mediatoday.co.kr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 달 후 대한민국’이라는 중앙일보 이정재 논설위원의 칼럼이 다시 화제다. ‘좌파 대통령 문재인’ 때문에 한반도가 안보 위기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이 칼럼을 대선 직전에 실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때도 그랬지만 평화가 다가올 때마다 사람들은 이 글을 돌려보며 중앙일보에 혀를 차고 이정재 논설위원의 현실 감각을 비웃을 것이다. ‘피식’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다.

비슷한 기사가 있다. ‘아파트 경비 전원 해고, 대학엔 알바 미화원’, ‘민노총의 역효과, 대학 청소근로자 일자리 되레 줄었다’ 올해 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다. 최저임금 인상과 민주노총의 임금 현실화 요구로 아파트 경비노동자와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됐나. 이정재 논설위원의 칼럼이 그렇듯 기사와 현실은 반대였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일자리를 지켰다. 동국대에서는 직접고용 합의도 이뤘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올해 2월 서울시가 전수조사한 결과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단지당 평균 0.09명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압구정의 한 아파트는 경비노동자 전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고소득자인 압구정 모 아파트 주민들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당할 수 없었을까. 최저임금 인상은 지급 능력보다 사회적 합의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다. 관리비를 더 부담해 고용을 유지한 아파트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 정도의 임금은 줘야 한다’는 공감이 모이고 ‘그 비용을 감당하자’는 합의가 마련되면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고 노동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해줄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사업장들도 있다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네 배 가까이 올려 임차인을 내쫓으려다 참극이 빚어진 ‘궁중족발 사건’만 봐도 영세 자영업자가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지 알 수 있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 여력을 갉아먹는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면 경제민주화 법안부터 입법해 중소 영세업체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합의 조건을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

이것은 정치의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어렵사리 성사시키며 보여준 바다. 그러나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최저임금법을 바꿔 저임금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인상에서 배제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은 저임금 노동자의 목을 옥죈다. “연 소득 2500만 원 이하 노동자는 영향 없다”고 하지만 노동부 조사 결과 그중 21만6000여 명이 법 개정으로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는 점과 2024년이면 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범위에 모두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최소치에 불과하다.

더 변명할 길이 없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연봉 5000만 원 받는 분도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불합리한 제도를 수정한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는 기본급은 작고 이를 상여금과 수당으로 메꾸는 기형적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일이다. 해당 사업장이 기본급 위주의 임금체계로 재편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특례도 열렸고 법의 허점을 노린 각종 임금삭감 꼼수도 예상된다. 기자가 ‘이런 꼼수가 가능한가?’라고 물으면 노동부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서글픈 문답을 신문에서 볼 수 있다. 정치가 정말 필요한 순간 그것을 놓아 버린 민주당의 선택 덕분이다. 그렇게 수십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과 무관한 사람이 돼 버렸다.

▲ 안우혁 민주노총 선전홍보차장
민주노총은 이것을 두고 볼 수 없다. 높은 지지율의 정부와 여당에 맞서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만 노동 현장을 조직하고 분노를 모아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선택이다. 한 달 후 최저임금은 어떻게 될까. 열쇠는 정부와 민주당이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