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트럼프에게 화났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황당한 말바꾸기·자화자찬… 혼자 신난 트럼프’

2018-06-14 08:55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국회 사실상 여대야소 재편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14:2:1. 부산·울산·경남 모두 민주당 광역단체장이 들어섰다. 12곳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도 민주당이 11곳을 가져갔다. 원내 의석은 민주당 130석으로 늘었다. 민주평화당·정의당 20석을 합치면 곧바로 원내 과반을 확보해 국회도 사실상 여대야소로 재편됐다.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도 참패했다. 바른미래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친 안철수 후보 등 지도부 개편을 넘어 당의 존재를 위협받게 됐다. 민주평화당도 호남권에서 기초단체장 몇몇을 챙겼을 뿐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국민은 야권 몰락을 불러온 원인을 잘 알고 표로 심판했다. 경향신문은 오늘(14일) 사설 '보수야당의 참패,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에서 “사사건건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 데 대한 반발이 컸다”고 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를 향해선 “연이은 막말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대안 없는 비판으로 시민을 짜증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더 있다. 20년도 더 지난 YS정권 때 노동부장관을 지낸 이인제 후보를 도지사 후보로 기용하는 등 흘러간 ‘올드보이’를 줄줄이 기용했으니 유권자가 감흥할 리 만무하다.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심판대라고 요란하게 외쳤지만, 시민은 되레 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홍준표 대표가 어젯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한 게 회자될 정도다. 사실 홍 대표는 정치적 자산이 많은 사람이었다. MB의 적자도, 박근혜의 진박도 아닌 홍 대표는 지난 9년의 정권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로웠다. 그런데도 당과 보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홍 대표는 1996년 송파갑에서 첫 국회의원을 했지만, 이후 3번을 내리 동대문을에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동대문을에서만 2선을 하고 2012년 낙선했을 때도 44.5%로 석패했다. 동대문을은 서슬퍼런 박정희 정권이 1967년 고 장준하 선생이 옥중출마해 당선됐을 만큼 야성이 강한 지역이다. 동대문을에서 내리 2번이나 당선될만큼 바닥 민심을 읽어냈던 홍 대표가 경남지사 당선 이후 보여준 모습은 구태 그 자체였다.

민주당도 선거 승리에 도취해선 곤란

경향신문 사설은 압승을 거둔 민주당에도 “선거 승리에 도취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정부와 여당은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이번 지방선거까지 3연속 승리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이런 화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국정에 전념해 경제와 개혁, 협치에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시 조선일보는 좀 달랐다.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에 ‘입법·행정·사법에 지방권력까지 쥔 문 정권, 독선 경계해야’라는 제목을 달았다. “문재인 정부가 정말 이런 성적표를 받을 정도로 국정을 잘 운영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 세금을 퍼붓는 포퓰리즘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 평가하는 조선일보 사설엔 정작 혁신이 필요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향해선 별 언급이 없다. 다만 조선일보는 “지리멸렬한 데다 분열까지 된 야당도 여당 대승의 일등공신이 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트럼프에게 화났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틀째 조선일보는 5면에 ‘황당한 말바꾸기·자화자찬… 혼자 신난 트럼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주장해 왔는데 갑자기 20% 정도만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제재 해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트럼프를 향해 “갑작스러운 말 바꾸기에 진의가 무엇인지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오늘 조선일보 지면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보다는 트럼프 비판에 열을 올렸다. 조선일보 4면 머리기사는 ‘트럼프, 비용문제로 주한미군 흔들기… 중국이 웃고 있다’에서 미국이 중국 패권 견제하려면 주한미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데 트럼프가 감축을 언급한 것을 비판했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감축하거나 한국과 주둔비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게 이미 여러 번 언급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용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조선일보는 이를 인정하기 싫은가 보다.

조선일보 6면에도 트럼프 비판기사가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6면에 ‘지구상 최고 폭군을 믿는다니… 트럼프의 (김정은) 찬양을 믿을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반면 동아일보는 8면에 청와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싱가포르는 오프닝, 본편 곧 나올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회담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회담 합의문만 봐도 완성본이 아니라는 게 금세 드러난다. 제2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비핵화 절차, 시간 테이블 등 취재할 게 산더미처럼 쌓였다. 조선일보처럼 트럼프을 힐난한다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