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난공불락 ‘부울경’ 어떻게 이겼나

예상대로 광역 17곳 중 14곳 승리… 한국당 대구·경북 사수, 강남·송파 구청장도 민주당

2018-06-14 18:39       강성원·이재진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무려 14곳을 휩쓸었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언론사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예견한 결과였다. 자유한국당 당선자는 대구·경북 2곳에 불과했고, 제주에선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지방선거 초반부터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논란에 휩싸였던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경남에서 승리하면서 견고했던 영남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과 대기업 공단이 밀집한 울산에서도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새 역사를 썼다.

부산·울산·경남 견고한 지역주의 깬 민주당

13일 오후 6시에 발표된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에서부터 이미 경남도지사는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56.8%를, 김태호 한국당 후보가 40.1%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장도 오거돈 민주당 후보가 58.6%로, 서병수 한국당 후보(35.4%)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울산시장 역시 송철호 민주당 후보가 55.3%, 김기현 한국당 후보가 38.8% 득표를 할 것으로 나왔다. 14일 선관위 최종 개표 결과 김경수 후보가 52.8%(94만1491표), 오거돈 후보가 55.2%(94만469표), 송철호 후보가 52.9%(31만7341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인들. 사진=이치열 기자·ⓒ연합뉴스 그래픽=이우림 기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도 부산·울산·경남의 영남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전조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부산 지역에서 5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과 울산(경남은 1%p 이내로 2위)에서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감지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울경은 이미 4~5년 전부터 변화하는 추세였는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게 겹쳐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며 “거기다 지역 편차보다 세대 편차가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추세이고, 인물 면에서도 민주당 계열은 계속 새로운 사람이 나왔는데 보수 쪽은 새 인물이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막판까지 네거티브 공방과 막말 등이 변수로 작용했던 수도권 3곳(서울·경기·인천) 모두 이변 없이 민주당 후보들의 승리로 끝났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서울시장은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55.9%,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59.3%로 예측 1위였다. 최종 득표율도 박원순 후보 52.8%, 이재명 후보 56.4%, 박남춘 후보 57.7%로 집계됐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범계 수석대변인을 비롯한 지도부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열린 6·13 지방선거 개표 방송 시청하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자유한국당은 선거 운동 마지막 날까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가족의 은닉 재산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박 후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내가 은닉한 재산이 있는 것을 좀 알려주면 100배로 보상하겠다”고 일축했다.

끈질긴 야당 네거티브 공세에도 수도권 싹쓸이

이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에서 관전 포인트는 누가 2위를 차지할 것인가였는데 김문수 한국당 후보(21.2%)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18.8%)를 따돌렸다. 안철수 후보는 양당제를 깨겠다면서 국민의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서울시장 후보에 나섰지만 초라한 성적표만 남았다.

안 후보가 적어도 2위를 차지했다면 바른미래당의 견제 역할이 주목받고 재기의 가능성을 봤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당 안팎으로 그의 득표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선거 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 여당 지지층의 과대 대표 경향성이 있다면서 안 후보가 본선에서 적어도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김문수 후보에 밀리면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안 후보는 13일 저녁 8시경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 내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론조사에서 절대 우세를 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경지지사 후보를 향해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외려 지난 5일 지상파 3사 합동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올라간 것으로 나와 야당의 공세가 선거 판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여전한 보수 텃밭 재확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만 신승을 거두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임대윤 후보가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붙었던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권영진 한국당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왔고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경북에서는 이철우 한국당 후보가 52.1%를 얻어, 오중기 민주당 후보(34.3%)에 큰 격차로 당선됐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등이 6·13 지방선거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참담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12곳 가운데 11곳에서 당선자를 내어 의석수가 119석에서 130석으로 늘었다. 이로써 민주당은 원내1당으로서 입지를 굳히며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며 20대 후반기 국회를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경북 김천에서만 송언석 후보(50.3%)과 무소속 최대원 후보(49.7%)에 불과 493표차로 간신히 이겼다. 격전지였던 충북 제천시·단양군에서는 민주당 이후삼 후보가 47.7%로, 한국당 엄태영 후보(44.9%)를 따돌렸다.

민주당, 강남 3구 중 강남·송파 공략에 성공

서울 송파을(최재성 후보)과 노원병(김성환 후보), 인천 남동갑(맹성규) 수도권 3곳 선거구도 모두 민주당 차지가 됐다. 서울 송파을에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직접 영입한 MBC 앵커 출신 배현진 후보가 29.6%를 득표했다. 채널A 앵커 출신의 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는 15.3%로 3위였다.

충남 천안갑은 민주당 이규희 후보(57.8%)가 KBS 사장을 지낸 길환영 한국당 후보(32.9%)를 크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영남에서도 경북 김천을 제외하고 민주당 후보가 4곳 중 3곳(부산 해운대을 윤준호·울산 북구 이상헌·경남 김해을 김정호)을 석권했다. 호남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던 민주평화당은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완패했다.

그동안 민주당 계열 후보가 열세를 보였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도 민주당 소속의 구청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강남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정순균 민주당 후보가 장영철 한국당 후보를 크게 앞섰는데 최종 투표 결과에서 46.1%를 득표해 당선됐다. 송파 역시 민주당 박성수 후보가 57%의 압도적 득표로 구청장을 교체했다. 서초에선 조은희(한국당) 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