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성희롱 논란 화장품 회사 징계받은 가해자 퇴사로 종결?

피해 직원 “성희롱 인정 안 됐고 징계 사유도 못 들어”… 사측 “최선 다해 공정히 처리할 것”

2018-06-20 10:44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국내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 제조업체인 지엠홀딩스(대표이사 김지훈)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임원이 자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피해자가 고발한 성희롱 발언은 인정되지 않았고, 회사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 보호 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이 회사 임원 A씨가 지난달 31일 부하 직원 B씨를 회사 메신저에 제때 답을 하지 않았다며 회의실로 불러내 화를 내고, 이 자리에서 B씨에게 “최소한 IQ가 두 자릿수는 아닐 거 아니냐”, “내가 나가든, 당신이 나가든 둘 중 하나는 끝내자. 주제 파악을 하고 살아라”는 등 폭언을 쏟아냈다고 녹취록을 확보해 보도했다. [관련기사 : 밖에선 사회공헌, 안에선 ‘갑질’하는 화장품 회사들]

B씨는 또 이전에도 A씨로부터 “집에 가면 ○씨 마누라가 있고, 회사에 와도 ○씨가 있네. 둘이 좀 비슷해” 등의 말을 듣고 성적 모욕감을 느꼈으며, 업무 중 A씨가 위아래로 쳐다보며 “숏(short) 다리네”라며 웃으면서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당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은 “성희롱과 관계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고, B씨가 폭언으로 받아들인 표현 역시 “본인 생각일 뿐”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발언으로 B씨가 느낀 모욕감과 수치심에 대해서도 전혀 미안해하거나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 지엠홀딩스 사회공헌활동 홍보 포스터
지엠홀딩스 사측은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지난 1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직원에게 폭언 등을 한 임원 A씨에 대해 이사직 강등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인사위 결정을 통보받고 자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A씨에게 퇴사 전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A씨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12일 대표이사 이름으로 사내 게시판에 공지한 인사위원회 결과에서 “금번 절차에 대해 회사는 관련 법규와 사규에 따라 진행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 관계자는 18일 현재 불안 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 중인 B씨를 만나 ‘인사위원회에는 7명의 인사위원(남성 3명, 여성 4명)이 참여했고, 심의 결과 성희롱 사유는 부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B씨는 회사가 구체적인 징계 사유와 성희롱 불인정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를 서면으로 명시해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엠홀딩스 사측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는 인사위에서 폭언에 관해서는 징계를 충분히 했고 A씨는 이미 퇴사한 상태”라며 “회사 차원에서 노동법에 관한 조치는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하려고 한다. (인사위) 결과에 오해가 있다면 피해자와 풀기 위해 중재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성희롱 피해를 인정하지 않아 피해자가 무급휴가 상태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당연히 기업으로서 해야 할 성희롱에 대한 업무 프로세스를 이행할 것이고, B씨를 만나 설명한 대로 어떻게 추후 조치할 것인지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 공문에 자세한 내용을 담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측이 이날 오후 B씨에게 보낸 인사위 결과 통지서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 변경 단행 및 관련 규정 보안이 진행 중”이라며 “성희롱 심의 결과에 대한 외부기관 조사 및 조정을 적극 협조 진행할 예정이며 재심의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B씨는 회사가 신속하게 성폭력과 폭언 등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심리적 트라우마와 불안 증세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B씨는 “이제 50대 남자만 보면 무섭고 나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해 주지 않는 회사와 직원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화장품 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앞으로도 일해야 하는데 회사의 무책임한 조처로 업계에 소문이 나쁘게 퍼지면 평판 조회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도 두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