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퇴근 독려방송’이 시작됐다

[주 52시간 근무 앞둔 언론계] 언론노조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줄이는 등 획기적인 노동환경 개선 방안 필요”…지상파4사 사장단-전국언론노조 사상 최초의 산별교섭 본격화

2018-06-20 13:30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연합뉴스는 지난주부터 주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 중이다.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 관계자는 “15일부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수월하게 시범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본부의 경우 야간 당직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18일 오후 6시부터 주52시간에 따른 ‘퇴근독려방송’을 시작했다. 퇴근 후 단체카톡방 업무지시는 금지됐다. 국가기간통신사이자 주요 출입기자단 간사역할을 자주 맡는 연합 기자들이 주52시간 노동을 정착시킬 경우 타사 기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0인 이상 신문사는 오는 7월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52시간 근무를 적용받는다. 전국언론노조는 “2004년 이른바 주 5일제로 불리는 주 40시간 노동제가 도입됐지만 다수의 언론사는 업무의 특수성을 앞세워 과로사 기준인 평균 60시간 이상 노동을 방치해 왔다”며 “연장근로는 12시간 내로 제한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줄이는 등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꼭 필요한 일에는 인력을 적정하게 충원해 언론노동자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낡은 관행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 종로 연합뉴스 본사. 사진=이치열 기자
언론노조는 그러나 “법 시행 열흘을 앞두고도 언론사 경영진들은 여전히 재량근무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도 도입 등을 이야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 강도와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신문사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계에선 몇몇 언론사가 의식적으로 300인 미만 사업장을 유지해 52시간 근무 적용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문화일보의 경우 지난해 4월 신입기자 채용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채용이 없다. 문화일보 노조관계자는 “올해 초 신입사원 공채가 진행되지 않아 문의한 결과 회사 사정에 의해 이번에는 공채를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내부에선 올해 채용을 진행하면 300인 사업장이 되면서 중소기업 혜택이 줄고 주52시간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채용이 미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의 경우 현재 정직원이 294명이어서 역시 공채가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52시간 노동 적용이 1년간 유예된 방송사의 경우 7월부터 우선적으로 주68시간 노동이 적용되지만 이마저도 드라마·예능 쪽에선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4사 사장단과 전국언론노조의 산별교섭은 본격화되고 있다. KBS MBC SBS EBS사장단이 언론노조와 단일 교섭테이블을 만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7월1일부터 시행될 주68시간 노동과 2019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주52시간 노동이 방송계에 가져올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언론노조는 이번 교섭이 지상파 사장단과 산별교섭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로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양측은 오는 9월3일 방송의 날을 전후로 산별협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협약내용은 지상파4사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을 포함한 방송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 4사 노사는 지난 19일 첫 분과별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 방안과 비정규직 고용 구조개선 방안은 제작환경 개선 분과에서, 공정방송 원칙과 기준 확립 방안 논의는 방송공정성 분과, 비대칭규제 논의는 방송 산업 진흥 분과에서 논의하게 된다. 이번 산별교섭 테이블은 총 3개 분과로 구성되었으며 각 분과별로 노사가 4명씩, 총 24명이 참여해 매주 1회~2회 정기적인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언론노조의 목표는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이다. 일반적인 제작환경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는 가운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주52시간 노동이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볼 수 있게끔 제작환경을 바꾼다는 게 큰 방향이다. 노동시간 및 고용구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인력충원은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언론노조 입장이다. 이번 노사 교섭 과정에선 드라마 주 2회 편성을 주 1회 편성으로 바꾸는 등 편성 변화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방송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방송사 입장을 청취하는 노동시간 단축 설명회를 개최했다. 조경식 방통위 사무처장은 “고용노동부와 협조해 노동시간 단축이 방송현장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