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우리동네 의회살림’은 어떻게 100만 조회수를 찍었나

[인터뷰] 김한별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랩장
“임팩트 있는 데이터, 생활밀착형으로 전달” “사람들이 찾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과제”

2018-06-22 09:57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서초구는 무슨 용도로 백화점 상품권 1332만 원어치를 구입한 건지?” “김포 의원님들은 업무추진비 내역을 밝히지 않는다네요.” “해외여행 엄청들 좋아하시네요. 우리 세금인데 ㅜㅜ” “사람들이 요즘 이걸로 맛집 검색한대요.”

중앙일보에서 만든 뉴스 콘텐츠 ‘우리 동네 의회살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발적 ‘바이럴’에 힘입어 언론사 인터랙티브 뉴스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역 의회를 조명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기사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가 지역구를 검색하면 해당 지역 의원들이 주로 가는 식당, 조례 제정 내역, 활동비 사용 내역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은 “임팩트 있는 데이터를 생활밀착형, 모바일 최적화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다”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바이럴하고 ‘세컨드 콘텐츠’를 만들면서 급속도로 퍼졌다”고 밝혔다.

▲ '우리동네 의회살림' 화면 갈무리.
중앙일보에서 인터랙티브 기사를 제작하는 디지털콘텐트랩은 기자 4명, 개발자 3명, 디자이너 1명, 데이터 분석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우리동네 의회살림’ ‘그곳 판문점’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등 인터랙티브 기사를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김한별 랩장은 “뛰어나고 화려한 기술을 구현하거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걸 자랑하는 것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포털 도움 없이도 사람들이 찾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다는데.

“PV(페이지뷰) 자체도 의미 있지만 ‘재순환’과 ‘유입 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고 다른 기사로 넘어간 비율이 ‘재순환 비율’이다. ‘우리동네 의회살림’은 중앙일보 일반 기사로 넘어가는 재순환 비율이 30%에 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100만 명 중 90만 명이 한 곳에서 들어왔다면 그 자체로 한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기획은 다양한 유입경로가 나왔고, 그 경로가 기존 뉴스 주 유입경로가 아니라 커뮤니티, 동네 ‘밴드’ 모임, 트위터 등 다양했다.”

-이 기사를 공유하는 글이 많았다. 이 정도 ‘바이럴’을 예상했나.

“바이럴은 예상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이용자분들이 우리 뉴스를 통해 자발적 바이럴을 만들어주셨다. 자신의 동네 식당들이 나오니 동네 이야기를 하고, 동네끼리 서로 비교도 하고, 지역 의회의 문제를 비판했다. 이용자나 언론이 이 데이터를 토대로 지역 맛집추천과 같은 ‘세컨드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지방 의회 게시판에 항의글도 많이 달렸다. 어떤 지방의회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항의를 받고 나서 ‘지금이라고 공개하면 안 되냐’고 연락해왔다. 특정 지역 의원들은 유독 특정 식당을 선호했는데, 알고 보니 소속 의원이 하는 식당이라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랩의 인터랙티브 뉴스.

-검색으로 정보를 보여주는 등 이용자 친화적으로 접근한 전략이 유효했던 것 같다.

“정치이슈가 아니라 내 생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도 정치적 수사처럼 보일까봐 안 쓰고 ‘의회살림’이라고 했다. 이미지도 정치권과 무관한 계산기를 보여줬다. 이건 먼 정치가 아니라 우리 생활 이야기라는 걸 강조했다. ‘모바일’ 최적화도 고민했다. 기사가 화려한 것도 중요하지만 모바일에서 볼 때 편해야 한다. 로딩 속도 느리고 불편하면 안 본다. 그래서 텍스트 양을 짧게 조정하고, 디자인도 카드처럼 했다. 중요한 건 콘텐츠 자체에 임팩트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방의회 데이터를 모두 모아 분석하는 시도는 기존에 없었다.”

-제작 과정은 어땠나. 방대한 자료 취합과 분석이 힘들었을 것 같다.

“지방의회별로 활동비·업무추진비·해외출장·조례제정 등 데이터를 찾고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아 냈다. 분석과 작성 과정에서 누적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기사를 썼을 때는 데이터로 바로 활용할 수 없는 PDF자료로 받아서 힘들었는데 올해에는 지난해 데이터를 보면서 미리 코드를 짜 놓아서 바로 분석 가능하게 했다. 기초의회 데이터 기사는 이번에 처음 썼지만 지난 대선 때 후보별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경험이 ‘어떻게 청구해야 원하는 자료가 나온다’는 걸 예측할 수 있게 했다.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이고,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중앙일보 '그곳 판문점' 화면 갈무리.

-판문점의 역사를 담고 3D 공간으로 구현한 디지털 인터랙티브 ‘그곳 판문점’ 도 주목 받았다. 이 기사는 업데이트도 하고 영어버전도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제작했다. 판문점과 관련한 역사적인 맥락과 정보를 담는 콘텐츠였다. 회담이 개최된 다음에는 회담 상황을 업데이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넣고 이들의 동선도 담았다. 두 번째 업데이트는 영어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판문점도 북미정상회담 장소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던 시점에서 해외 이용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외신들을 보니 판문점의 역사적 맥락에 주목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도 위성사진 정도로 소개되는데 이 정도만 갖고 이해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판문점 공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동네 의회살림’에서 생활 이야기를 한 것처럼, 판문점이라는 장소가 와 닿게 해야겠다는 고민이 들었다. 역사적인 장소인데 못 가본 사람이 많았다. 저만 해도 판문점에 안 가봤다. 남북 정상이 만나는 곳은 어떤 곳이고, 동선은 어떻고 등 ‘역사적 현장’을 체험하게 하고 싶어 3D로 제작했다.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았다. 디지털은 특히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걸 고민해 제공해주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이용자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건가.

“엄정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더라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그래서 공급자 마인드로 ‘우리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걸 강조하지 않고 이용자의 마인드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동네 의회살림’은 그런 차원에서 고민을 하게 했고 판문점 기사도 비슷하다. 우리의 3D 기술 구현 실력을 자랑하는 게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디자인 쪽에서는 욕심을 내게 되는데 사양을 낮추더라도 모바일에서도 잘 보이게, 더 많은 사람에게 닿도록 계속 논의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이렇게 모으기 어려운 데이터를 분석했어요’를 자랑하는 건 공급자 마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