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취재비 심의에 TV조선 “오보라는 근거 뭔가”

방통심의위 방송소위에서 법정제재 건의, 오보 여부 입증 못한 채 중징계 추진해 논란 여지

2018-06-21 16:29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오보라고 말씀하시는 근거가 뭡니까.”

이례적으로 의견진술자가 질문을 했다. 강상구 TV조선 정치부장은 ‘외신기자 풍계리 취재비 1만달러 요구’ 보도가 문제 없다며 심의위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최대 쟁점인 ‘TV조선 풍계리 외신기자 1만 달러’ 보도가 심의에 올랐다. 심의 전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조선일보가 회의장 스케치 촬영을 요청했는데 왜 불허했는가”라며 문제 제기했다. 박상수 바른미래당 추천 위원도 “왜 막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무처는 TV조선이 회의 전날 오후 늦게 신청했고, 회의 때마다 스케치를 허가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무처가 TV조선 보도를 팩트체크한 타 언론 기사를 정리해 위원들에게 제출했는데 ‘오보’라는 표현이 들어가자 전광삼 위원은 “누가 오보라고 하느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오보라면 오보인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 오보 논란을 빚은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이날 TV조선은 이례적으로 ‘비공개 의견진술’을 요구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 직원도 배석하지 않고 위원들만 있는 자리에서 오보가 아니라는 증거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비공개 회의라 하더라도 민감한 취재원을 공개하는 건 문제가 있고 사무처가 배석하지 않고 기록도 안 남기는 회의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공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 보도는 어떻게 취재한 걸까. 강상구 정치부장에 따르면 복수의 미국기자를 취재했다. TV조선은 북한이 보도 나온 다음 정책을 바꿨다고 봤다.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녹취록에는 TV조선 보도 이후 북한통인 미국기자가 북한 현지 당국 관계자와 주고 받은 이야기를 전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SBS, JTBC, 한겨레 등 국내 언론이 TV조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한 점과 관련해 강 부장은 “국내언론은 외신을 상대로 취재했다. 사실로 확인해주면 그 외신은 북한 취재에 배제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한테 제보해준 곳마저도 국내 언론의 확인요청을 거부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강 부장은 “청와대가 오보로 규정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심영섭 위원이 “오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하자 강 부장은 “오보가 아니라는 증거가 녹취록에 있다”고 말했다. 

▲ 방송소위원회 회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정주, 전광삼, 허미숙, 박상수, 심영섭 위원.

윤정주 위원이 “확실하지 않은데 보도에서 취재를 요구한 것처럼 단언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자 강 부장은 “그 단언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비공개 회의를 요청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 위원이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단정적으로 쓴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물은 것”이라고 하자 “그 궁금증이 녹취록을 공개하면 해결 될 것”이라고 재차 비공개 회의를 통한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다.

방통심의위는 ‘오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심의를 진행했다. 심영섭 위원은 “오보로 심의하는 게 아니라 객관성 위반이 있다고 봤다. 지금처럼 1만달러라는 점만 부각해 보도하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무리하게 돈을 받아온 북한의 관행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다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방송은 불명확한 내용으로 시청자를 혼동하게 해선 안 되고, 평화적인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해선 안 된다는 심의 조항이 있다”며 “경계와 의심이 좋은 역할도 하지만 때론 어렵게 얻은 평화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난달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회의 중 나온 발언을 전했다.

위원 간 설전도 이어졌다. 윤정주 위원은 “보도가 오보인지 아닌지,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밝힐 수 없는 부분들을 너무 단정적으로 썼고 관계자를 통한 불명확한 내용을 쓰는 건 기자로서 자질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으면 기사에 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 출신의 박상수 위원이 “그건 취재를 안 해보셔서”라고 말을 꺼내자 윤정주 위원은 “그건 기자들의 편의성”이라고 받아쳤다. 마찬가지로 기자 출신인 전광삼 위원은 “기자들의 양심을 믿으라. 폄하하지 말고”라며 윤 위원을 비판했다.

논쟁 끝에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법정제재 (허미숙·윤정주 ‘경고’, 심영섭 ‘주의’), 야권 추천 전광삼 박상수 위원은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전광삼 위원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본다. 오늘은 더 이상 심의하지 않겠다”며 퇴장했다.

이날 다수가 법정제재 의견을 내면서 해당 보도의 제재 수위는 9명의 위원 전원이 참여한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정부와 각을 세운 보도였고, 당사자가 오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방통심의위가 ‘오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 채 ‘법정제재’를 다수 의견으로 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TV조선은 법정제재를 받으면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