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1등? 지상파의 시청률 경쟁이 놓치는 것

[기자수첩] 고정형TV 시청률 한계 명확한데 의미없는 순위 다툼…시청률보다 유튜브 플랫폼 경쟁력 고민해야

2018-06-24 15:42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SBS가 지난 21일 ‘SBS월드컵’이란 페이스북 계정에서 자사의 월드컵 시청률을 이렇게 홍보했다. “SBS, 2049 젊은 세대에서 압도적 시청률 1위, SBS는 가족과 함께 시청하고, KBS는 50대 이상 홀로 시청...”

KBS에 가족단위 시청자가 없을 리 없다. 설령 KBS에 50대 이상 홀로 시청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SBS의 멘트는 지나쳤다. 이런 상황은 최근 지상파3사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 탓이다. 최근 러시아월드컵을 비롯해 6·13 지방선거, 6·12 북미정상회담, 더 거슬러 올라가면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지상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청률 지표를 바탕으로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SBS월드컵 페이스북 계정.
시청률은 객관적이지만 팩트도 뽑기 나름이다. △전국기준으로 뽑는 경우 △수도권 기준으로 뽑는 경우 △전 연령대 기준으로 뽑는 경우 △20-49 시청률을 기준으로 뽑는 경우 △특정 프로그램의 특정 시간대만 기준으로 뽑는 경우 △순간 최고시청률을 기준으로 뽑는 경우 등 자사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너도나도 1등이라고 선전할 수 있는 지표가 시청률이다.

방송사의 시청률 홍보 경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건 이들의 경쟁이 의미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시청률 지표측정의 기반은 수만 개의 고정형TV에 설치된 피플미터 프로그램인데, 오늘날 많은 미디어이용자들은 고정형TV가 아닌 플랫폼에서 살고 있다. 러시아월드컵의 경우 네이버TV에서 주요장면만 보거나, 생방송이 보고 싶으면 아프리카TV를 찾아 중계를 본다. 지상파의 ‘국뽕’ 중계가 싫은 이들은 유튜브에서 감스트의 콘텐츠를 따로 챙겨보는 식이다.

미디어 환경은 지난 10년간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가 37개국 4만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스마트폰을 보유한 성인비율에서 94%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은 77%, 영국은 72%였다. 한국은 인터넷 침투율에서도 96%로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만큼 스마트폰 중심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나라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 온라인 동영상 뉴스 이용비율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국가다. 최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내놓은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지난주 온라인 동영상 뉴스를 이용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37개국 중 4위에 해당한다.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29%는 앞으로 동영상 뉴스를 더 많이 보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37개국 중 3위에 해당한다. 이 같은 경향은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출퇴근 시간이 긴 한국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 유튜브 로고.
또한 ‘지난 주 뉴스소스로서 가장 많이 이용한 소셜미디어’를 묻는 질문에 한국 인터넷 이용자는 유튜브(31%)와 카카오톡(31%)을 꼽았다. 이 같은 이용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37개국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37개국 전체 평균 뉴스소비 1위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46%)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5%에 그쳤으며, 지난해 28%에서 3%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유튜브를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당장 10대 이하의 청소년 또는 어린이들을 보면 이미 ‘편성’이란 개념이 사라졌다. 이들은 보고 싶을 때 어디서든 유튜브에 접속해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다.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대화를 나눈다. 또는 유튜브에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든다. 이들에게 네이버는 부모들이 사용하는 올드 플랫폼이고, 고정형TV는 밥 먹을 때나 친척들 왔을 때 가끔 쳐다보는 거대한 화면일 뿐이다. 아이폰의 siri나 IPTV가 제공하는 AI와 대화하는 시청자들에게 20년 전 방식 그대로인 고정형TV 시청률이 얼마나 의미 있을까.

여기서 북미정상회담 특집 유튜브 실시간 시청자 수를 떠올려보자. 당일 오전 7시50분부터 8시55분까지 유튜브 실시간 시청자 수 1위는 tbs교통방송으로, 8시55분경 3만5654명까지 올라갔다. 2위는 ‘손석희 사장 없는’ JTBC로 3만322명이었다. 같은 시간대 지상파3사는 어땠을까. KBS 3855명, MBC 3505명, SBS 1282명이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이 등장한 오전 9시 이후 JTBC와 타방송사의 격차는 민망할 정도로 벌어졌다. JTBC는 9시50분경 접속자수 8만2686명을 기록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난 10시10분경 12만4968명을 찍었다. 고정형TV를 볼 수 없었던 뉴스이용자들이 유튜브에 접속해 JTBC를 선택한 것이다. 같은 시간 KBS는 1만6263명, MBC는 7065명, SBS는 6696명이었다. 

이 같은 시청습관은 뉴스가 아닌 예능과 드라마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튜브 플랫폼을 선점한 방송사가 유리해진다. 온라인뉴스소비량을 측정한 통합시청점유율이 등장하고, 충격을 받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 어차피 유튜브는 서브 플랫폼이고 고작 12만 명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경영진 위치에 있다면 곤란하다. 당장의 고정형TV시청률보다 중요한 유튜브 플랫폼의 경쟁력을 고민하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