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거스른 국회 특수활동비 비공개 결정

국회사무처, 법원이 기각한 비공개 사유 들며 두 달째 “내부 검토 중”… 참여연대 “공개일자 통지도 거부”

2018-06-25 17:48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국회 사무처가 대법원의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 공개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또다시 국회 특활비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최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구성 후 국회에서 받은 세 달 치(4·5·6월) 특활비를 자진 반납하고, 여야 정치권 모두 특활비의 투명한 집행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황인데도 정작 국회 사무처가 이런 흐름에 역행해 국민과 사법부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미 지난달 3일 대법원 판결이 난 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에 청구한 것과 똑같은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을 국회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청구했다. 하지만 정보공개신청서를 작성한 지 2주 후 국회는 정보공개 여부 결정 기한 연장 통보와 함께 “일시적 업무량의 폭주 등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공개 여부의 결정이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관련기사 :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 미루는 이유는? “업무량 폭주”)

▲ 지난 1월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이후 국회사무처는 지난 22일 해당 청구 내용에 최종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비공개 사유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5호를 들며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가 든 법률 규정은 이미 법원이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9월8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김정숙)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회 특수활동비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5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정보를 공개해야 할 공익상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정감사나 위원회 활동 등 명목으로 국회의원(위원회 활동비의 경우 위원장)에게 지급된 특수활동비 금액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사용 내역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로써 국정 운영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국정 통제 기능이 제약되고 국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침해돼 공정한 업무 수행이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사무처는 미디어오늘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답변에서 “요청한 국회 특수활동비 집행에 관한 정보는 대법원 판결(2018두31733)에 따라 원고(참여연대) 측에 대해 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서, 원고 측과 협의를 거쳐 공개 자료를 내부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국회는 참여연대 측에 언제까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보공개 결정을 이행할 것인지 서면 답변마저 거부한 상태다. 아울러 국회는 참여연대가 지난 5월9일 추가로 정보공개 청구한 2014년~2018년 4월 말까지의 특수활동비 내역도 비공개 처분 통보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 후 5월 초에 공문으로 자료 공개 일자 통지를 요구했는데 아직까지 답변 공문을 못 받고 있다. 국회 측은 협의 단계에선 답변 공문을 내보낸 적이 없다면서 현재 작업 속도로 볼 때 7월 초에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고 구두로만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계좌번호와 등 일부 개인정보 블라인드 등 정보 처리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공개 일자조자 확정해 주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정보에는 수령인의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직책은 포함돼 있지도 않다.

지난해 5월19일 MBC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한편 지난해 11월28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당시 바른정당·국민의당 의원 10명은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회부 이후 법안 심사조차 안 되는 상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국민의 세금을 영수증 없이 묻지 마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월18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총액이 아닌 세목으로 구분해 편성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특활비 개정안 발의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 특활비를 반납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 예산자문위원회를 둬 국회가 정부에 제출하는 예산요구서 작성 시 자문위 자문을 거쳐 특활비 등을 배제해 작성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과 국민 참여를 도모하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안에 서명한 의원은 정의당 의원 6명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포함한 7명뿐이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모든 정당은 국회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 특활비 폐지와 투명한 예산 집행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만큼 국회 특활비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정의당의 국회법 개정안에 모든 정당 의원들이 동참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