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앞에 부서진 ‘뉴스’를 건져 올리다

[WEF포럼] 오보와 가짜뉴스 홍수 속에 진실을 향한 노력
영국 ‘위키트리뷴’, 노르웨이 ‘팩티스크’, 인도 ‘더퀸트’ 주목
가짜뉴스 플랫폼 구글·페이스북에 맞서 언론사 연대 필요성

2018-06-30 09:23       포르투갈 리스본=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와 혐오발언 확산은 201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 유력후보였던 녹색당 대표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은 선거기간 내내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가짜뉴스, “폐암과 치매에 걸렸다”는 소문을 부인해야만 했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한 우파사이트는 인종 갈등 관련 뉴스를 조작한 혐의로 관련자들이 기소됐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가짜뉴스 웹사이트와의 전쟁을 위한 법안이 제출되며 논쟁이 뜨거웠다.

▲ 게티이미지.
최근 발표된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를 생각할 때 인터넷에서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우려스럽다’는 진술에 조사대상인 전 세계 37개국 뉴스수용자 54%가 ‘그렇다’고 답했다. 오늘날 전 세계 주요 뉴스룸은 오보와 가짜뉴스에 맞서고 있다. 오보와 가짜뉴스는 사실과 진실에 대한 뉴스수용자들의 접근을 방해하며 뉴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저널리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6월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WEF(WORLD EDITORS FORUM)포럼 중 ‘진실, 신뢰 그리고 오보와의 싸움’ 세션은 저널리즘의 위기에 맞선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례는 전문기자+독자 참여형 비영리 팩트체크 모델인 영국 ‘위키트리뷴’이었다. 위키트리뷴은 검증된 전문기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플랫폼으로 2017년 4월 설립됐으며 위키백과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과는 독립적인 사이트다. 위키트리뷴은 광고 없이 후원모델로 운영되며 누구나 위키트리뷴에 참여할 수 있다. 위키트리뷴 기자들은 인터뷰 전문이나 기사의 주요사실이 기록된 1차 소스를 제공하는 등 해당 기사의 출처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 독자들은 기사 내용을 수정하고 덧붙일 수 있으며, 변경 사항은 내부 검증 뒤 반영된다.

▲ 6월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WEF(WORLD EDITORS FORUM)포럼 중 ‘진실, 신뢰 그리고 오보와의 싸움’ 세션에서 위키트리뷴 공동 창업자 겸 부사장인 오릿 코펠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위키트리뷴 공동 창업자 겸 부사장인 오릿 코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국민투표) 이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기반 해 투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디어는 팩트와 신뢰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관점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뉴스는 부서졌고 우리는 부서진 뉴스를 고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위키트리뷴을 만들었다. 권위 있는 팩트체크 게이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펠은 뉴스가 망가진 이유로 △클릭과 광고모델에만 의존하는 언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필터버블 △급진적인 주장이 과대대표 되는 것 등을 꼽으며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 “뉴스가 일방적인 편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고 진단하며 “위키트리뷴은 모든 걸 오픈하고 중립성을 지키며 다양성과 질적 수준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특히 “소셜미디어 속 루머가 위험하다”며 “공동체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또 다른 사례는 노르웨이 ‘팩티스크(faktisk)’다. 노르웨이 주요매체인 VG, Dagbladet, NRK, TV2의 지원으로 탄생한 팩트체크 연합체로, 한국으로 치면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KBS가 팩트체킹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는 격이다. 비영리 조직이지만 예산의 절반 이상을 팩트체크를 요청하는 파트너로부터 얻고 있다. 이들은 ‘틀림없는 사실’부터 ‘틀림없는 거짓’까지 5점 척도 스케일을 사용하며 보도의 출처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헬리 솔버그 팩티스크 의장은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디어리터러시(비판적 독해능력)로 뉴스를 접하는 시민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며 언론이 미디어리터러시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도의 대안매체 ‘더퀸트(The Quint)’의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세션에서 소개된 인도의 대안매체 ‘더퀸트(The Quint)’의 캐치프레이즈는 “Don't be a webqoof(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맹신하는 사람이 되선 안 된다).”다. 리투 카퍼 더퀸트 공동 설립자는 인도 내 종교적 갈등과 관련한 프로파간다가 사회적 문제라고 전하며 “가짜뉴스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왓츠앱에서 떠돈 루머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더퀸트는 유튜브에서 팩트체크 콘텐츠를 만들어 뉴스를 재공급하는 식으로 오보와 가짜뉴스 확산을 막고 있는데, 더 큰 목표는 미디어리터러시다. 리투 카퍼는 “언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오보의 위험성과 가짜뉴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선 가짜뉴스의 플랫폼으로 비판받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성토’가 이어져 한국과 유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독일에서 직원수를 늘리고 뉴스피드 내 논쟁이 된 콘텐츠를 표시하기 위해 비영리 팩트체크 기관 ‘코렉티브(Correctiv)’와 협력하고 있지만 우려를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이와 관련 울프강 크래시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편집장은 “페이스북과 구글은 모든 것을 연결시킨다고 말하지만 어차피 비즈니스 플랫폼에 불과하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사고가 발행하면 책임을 지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가짜뉴스의 확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우리가 오보와 가짜뉴스 플랫폼에 맞서 세계적인 연대로 맞서야 하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인티펜던트 뉴스 앤 미디어(Independent News and Media)’ 편집장 스테판 래는 미국 트럼프 대선과 브랙시트 사례를 언급하며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6월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WEF(WORLD EDITORS FORUM)포럼 중 ‘진실, 신뢰 그리고 오보와의 싸움’ 세션에서 토론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정철운 기자
결국 미디어업계가 오보와 가짜뉴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크로스체크(CrossCheck) 프로젝트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퍼스트 드래프트(First Draft)의 주도로 33개 언론사에 소속된 1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모여 온라인에서 떠도는 루머와 각종 주장, 조작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검증했다.

검증된 정보는 △진짜 △가짜 △근거 불충분 등으로 분류돼 크로스체크 웹사이트에 실렸다. 여러 언론사의 교차 검증으로 팩트체킹을 하는 포맷인데, 한국에선 지난 대선에서 유명세를 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FactCheck’가 이와 가장 유사한 모델이다.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팩트체크가 뉴스수용자를 위한 공적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했다.

지난 4월에는 국경없는 기자회·AFP통신·유럽방송연맹·글로벌에디터네트워크가 가짜뉴스에 맞서기 위한 ‘저널리즘 트러스트 이니셔티브’(JTI)를 출범시켰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거짓 정보가 진짜 뉴스보다 빠르게 유통되는 오늘날 저널리즘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에게, 그 주체가 어떤 지위에 있든 진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실을 ‘인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한국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