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휴대폰으로 내 모니터 화면까지 본다”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 직장 갑질 ①] 전자 감시-빅브라더 회사, 화장실 가기도 두렵다

2018-06-27 17:01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회사는 당신이 아침에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갔는지, 총 몇 번 얼마 동안 자리를 비웠는지 안다. 현대인은 빅 브라더(Big brother)인 직장에서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회사의 과도한 감시로 각종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국내 한 화장품 회사 직원 A씨의 사무공간엔 폐쇄회로(CC)TV가 10대가 넘게 설치돼 있다. 명목상 회사의 시설안전과 보안, 범죄예방을 위해서라지만 실제론 목적 외 용도로 훨씬 자주 활용된다.

A씨는 지문 인식 시스템으로 출·퇴근 처리하는데 만약 외부출장이나 시스템 오류로 퇴근 처리가 안 되면 회사 인사팀에서 다음 날 바로 연락이 온다. A씨가 사정을 얘기하거나 해명해도 인사팀은 CCTV로 그가 언제 퇴근했는지 확인한 뒤 정상 퇴근 처리해 준다.

“장염 걸렸는데 화장실 두 시간에 한 번만”

하루는 A씨가 주말에 회사에 볼 일이 있어 출근했다. 마침 무거운 짐을 옮길 일이 있어 가족 중 한 명이 짐을 잠시 사무실에 옮겨주고 바로 나갔다. 그런데 다음 날 회사 관계자가 A씨를 불러 ‘어제 사무실에 들어온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A씨는 가족이 짐을 옮겨주러 왔다고 설명했지만 회사가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들여다보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gettyimagesbank
비단 A씨만이 아니다. 회사가 ‘화재 예방’이나 ‘도난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도 직원들이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긴 어렵다. 사무실에 CCTV가 설치된 직장인들은 회사 관리자가 고화질 CCTV로 직원 컴퓨터 모니터까지 확인한다고 토로한다. 늘 감시받는 사실에 불안해 한다. 사무실 CCTV를 회사 대표가 휴대폰으로 확대해 보는 회사도 있다.

지난해 11월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겪는 갑질과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바로잡으려고 출범한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 중 한 콜센터 직원은 “회사에서 콜 수를 올리려고 화장실이나 휴식을 금지한다”고도 했다. 화장실 이용을 막지는 않아도 시간을 확인해 계속 심리적 압박을 준다.

효율 내세워 기본권 침해하는 ‘업무집중시간’

그밖에 “화장실에 가면 관리자가 CCTV를 보고 화장실까지 따라 와 딴죽을 건다”거나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문자로 보고해야 한다”는 고발 사례도 있었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김아무개씨는 회사가 화장실 가는 순서와 시간까지 제한해 “장염에 걸렸는데 두 시간에 한 번씩만 화장실에 갔다”고 했다. 다음은 김씨가 겪은 ‘화장실 갑질’ 기본권 침해 사례다.

“화장실도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가고 그 사람이 오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습니다. 1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10분 넘으면 ‘너 때문에 다른 사람도 30분간 쉬지 못한다’며 압박을 하고 전체 쪽지로 ‘누구누구가(실명 거론) 늦어서 30분 휴식정지’ 이런 식으로 날라 옵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봐야 하고 그러다 ‘업무집중시간’이라고 있는데 이 시간에 걸리면 ‘3분 줄 테니 갔다 오라’고 합니다. 남자 화장실은 다른 층에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팀장에게 사원증을 받아 가야 합니다.”

‘업무집중시간’은 업무 효율 향상을 이유로 많은 회사가 실시한다. A씨가 근무하는 회사도 업무집중시간이 있는데 아침에 출근 후 1시간, 점심시간 후 1시간, 퇴근 전 1시간 등 모두 세 차례다. A씨는 “업무집중시간이 되면 모든 직원의 컴퓨터 일정 시스템에 알람 기능이 뜬다. 회사가 이 시간에 화장실 가지 말라고 대놓고 공지하진 않지만 자리에 붙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가전제품 수리기사의 업무용 차량에는 GPS위치추적기 등이 달려있다. 사진=노컷뉴스
이 밖에도 회사 컴퓨터 보안 시스템에서 자동 절전시간을 설정해 일정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면 ‘부재중 알림’이 뜨는 회사도 있다. 5분에 한 번씩 부재중 알림이 설정돼 1시간 회의 후 자리에 돌아와 보면 12번의 알림 메시지가 떠 있다. 물론 회사는 이 시스템으로 어떤 직원이 얼마나 자리를 오래 비웠는지 확인한다.

“전자감시로부터 노동인권 보호입법 필요”

직원 감시용으로 가장 많이 악용하는 CCTV에 대해선 국회에 보완 입법안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진선미 의원 등은 “사용자가 범죄나 화재 예방 등을 이유로 설치한 CCTV가 근로자의 행동이나 업무를 감시하는 데 쓰이거나, 이를 인사상 참고자료로 활용해 불이익을 주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근로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실정”이라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직원을 모니터링하거나 감시할 목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을 금하고, 수집된 정보를 참고자료로 활용해 인사상 불리한 처우를 못 하도록 했다. 나날이 느는 전자적 근로감시로부터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정준영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사업장’과 같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법(제15조)가 적용되나, 현행법상 근태관리를 위해 CCTV 사용이 ‘불가피하게 필요한지’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무집중시간’ 등 노동자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회사의 직원 감시제도와 관련 현행법으로 규제는 어려우나 노동부의 실태조사와 근로감독 등 대책이 필요하다.

직장갑질119 법률 스태프인 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화장실 제한 등 생리 현상에 관여하는 것은 노동자 건강·보건권을 침해할 수 있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부 지침이나 감독도 검토해볼 수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