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유관기관장 38%는 서울대 핵공학과 출신

특정학맥이 요직도 독점…원안위원 9명 중 5명, 원자력연구원 소장도 3명이나 돼

2018-07-03 19:28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원자력 유관기관장의 40% 가까이가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선후배였다. 위원회의 위원이나 이사회 이사, 주요 부서장 등 기관장 외의 요직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위원회와 각 부처 산하 원자력 유관기관 16곳을 조사한 결과 현재 공석인 3곳을 뺀 13곳 가운데 5곳의 기관장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으로 38.4%에 달했다(표 참조).

강정민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안남성 KINGS(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등 5명은 모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왔다. 그밖에 기관장은 연세대, 성균관대, 인하대, 금오공대, 부산대 등 다양했다.

원자력 유관 기관장 외 해당조직 내부 요직에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 많았다.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정민·원안위) 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절반이 넘었다. 한양대 명예교수인 이재기 위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인 손동성 위원, 포항공대 교수인 김무환 위원, 부산대 교수인 정재준 위원이 모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왔다. 

공석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이사회 의장인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같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손재영 원장과 원안위의 강정민 위원장까지 감안하면 원자력 규제기관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 독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올법하다. 더구나 강정민 위원장과 손재영 원장은 대학 동기이다. 다만 강 위원장은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동문 기관장(친원전)들과 다른 걸로 알려졌다.

▲ 미디어오늘이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와 기관 홈페이지의 기관장 약력 등을 토대로 분석한 원자력 기관장 출신학교 표. 정리=조현호 기자 그래픽=이우림 기자
원자력 이용시설이자 국내 최대 원자력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장(하재주·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뿐만 아니라 핵심 부서장을 대부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 맡고 있다. 현재 연구원의 부원장인 백원필 박사, 송기찬 원자력연구원 핵주기기술연구소장, 박원석 원자로개발연구소장, 임인철 방사선과학연구소장 등이 같은 대학 같은 과 동문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카이스트 교수 및 부총장을 지낸 장순흥 한동대 총장의 제자들로 알려졌다. 장 총장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나왔고, 서울대 출신 원자력 업계와 학계의 거두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반대 입장에 서있으며 원자력 업계를 대변하는 ‘친원전’ 인사로 평가받는다. 제무성 원자력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지난해 7월5일 417명의 교수들이 탈원전 반대 성명을 낼 때 이름을 올렸다. 이재기 원안위 위원은 지난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2010년까지 탈원전하기로 했던 스웨덴도 여전히 원전을 쓰고, 핀란드도 새로 짓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주 원자력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정책에 관해선”이라고 답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원전 사업체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고용진 위원(더불어민주당)실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13년 210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중대사고시 원자로건물 파손방지를 위한 여과배기계통 개발’에 ‘㈜미래와 도전’이 선정됐는데, 이 회사 주주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었다. 최대주주인 이병철(26%) 박사, 2대주주 정창현(14%)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등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이다. 뉴스타파는 김무환 원안위 위원은 이 회사의 주식 800주를 무상으로 취득해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원자력 분야에서 원자핵공학과는 극히 일부일 뿐인데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가 원자력규제기관과 진흥, 연구기관에 이어 순수과학분야까지 차지한 것은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인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자핵전공자는 전체 원자력산업 인력의 10% 밖에 안된다. 그런데 이 전공자의 40%는 석.박사출신이다. 또한 서로 정보공유를 하면서 모이니 유리한 위치에 있고, 승진도 빠르다. 이 때문에 많은 다른 전공자들로부터 ‘다 해먹는다’는 불만을 들으며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더 낳은 결과가 됐다. 마피아라는 소리도 그래서 듣는다”고 평가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서민원 소통협력부장은 3일 “과거 에너지 불모지였던 나라에서 원자력을 시작할 때 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몇 개 대학을 특성화했는데 서울대와 한양대였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인재가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서 부장은 “긍정적으로 본다면 원자력 기술수출이나 가동중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정책이 성공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답했다.

[기사 표 일부 수정 2018년 7월4일 10시53분]

▲ 손재영(왼쪽)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시절은 지난 2011년 11월8일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노원구 일부도로 방사성 물질 분석 결과와 향후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지난 2월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경제협력사업 점검회의'에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3월29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원전시설 주변 주민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9년만에 재실시하는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안남성 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에너지기술평가원장 시절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