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PD들도 인공지능과 친해져야 한다”

[인터뷰]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저자 고찬수 KBS PD

2018-07-08 14:56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일본 와카야마 현의 FM라디오 ‘와카야마’는 인공지능 아나운서가 방송을 진행한다. 미국에서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US오픈테니스대회 영상을 군중의 환호, 선수 움직임을 바탕으로 편집해 클립 영상을 만든다. 유튜브는 인공지능이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문송’한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인공지능은 낯설고 어렵다. KBS에서 MCN 등 뉴미디어 전략을 담당했던 고찬수 PD가 지난달 동료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해 인공지능 활용을 쉽게 설명한 책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을 펴냈다. 책은 인공지능을 뉴스, 스포츠, TV, 연예 및 MCN, 영화, 오디오/음악, 사진/이미지 등 분야별로 나눠 설명한다. TV의 경우 진행, 편성, 콘텐츠 추천, 광고 제작, 촬영, 편집 등으로 분류한 뒤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모았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인근 카페에서 만난 고찬수 PD는 “PD들이 기술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책을 읽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 아이디어를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자는 스마트폰의 작동 원리를 모두 알아야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창작자들에게 중요한 건 ‘기술 이해’가 아니라 ‘활용’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고찬수 KBS PD.

-책을 쓴 배경은.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실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례를 모아 공부하고 정리해봤다. 현재 문제는 창작 파트는 인공지능을 모르고 인공지능 분야는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접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콘텐츠 분야 종사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 아이디어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해외사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업 활용도 측면에서 스포츠 분야의 인공지능을 주목했다. 미국은 사이버매트릭스라 불리는 야구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해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고 전략을 세운다. Statcast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은 야구장에 설치된 장비를 활용해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추적해 즉각 제공하고 방송사가 이를 활용해 게임처럼 경기상황을 보여준다. 인공지능도 결국 ‘단가’가 맞아야 활용할 수 있는데 스포츠 분야 시장규모가 커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기미가 안 보이는데 미국, 유럽 쪽은 활발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영상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사례가 있나.

“인공지능 왓슨이 US오픈테니스대회 영상을 편집한다. 그런데 그런 기술이 있는 것과 실제로 적용하는 건 다른 문제다. 현재는 인공지능을 마련해서 편집하는 비용이 인건비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영상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이런 시도가 있는 건 실제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보다는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

-마케팅용으로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인가.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다. 사람을 대신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건 ‘이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의미가 강하다. 수년 내에 이런 시도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창작자들은 당장 업무에 적용하는 기술을 고민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 ⓒpixabay

-미래를 전망했을 때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나.

“이전에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 파트에서 일을 해서 MCN분야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AI MCN’이라는 말을 했다. MCN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완벽히 개인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MCN분야가 수익모델에 돌파구를 찾지 못해 광고를 주로 제작하는 상황인데 이런 아이디어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유튜브 영상 채널 진행자로 등장하는 ‘버츄얼 유튜버’가 있다. 가장 유명한 ‘키즈나 아이’는 구독자 100만 명을 넘었다. 여기에 음성합성기술을 비롯한 인공지능을 접목하면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다.”

-인공지능은 통신·IT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방송사들이 대응할 수 있을까.

“기업들의 대응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사들이 자금력이 떨어지고, 수익구조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보니 앞으로 방송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부서를 두고 있는 SKT와 KT를 쫓아가기는 쉽지 않을 거다. 우리가 롤모델로 강조하는 BBC조차도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수세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포털과 관계 정립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송사와 포털 간 격차를 해소하기는 힘들다. 기술격차도 있지만 기술적용의 기반이 되는 국내 이용자 데이터를 포털이 독점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네이버나 카카오에는 부족한 콘텐츠와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다. 포털을 어느 정도 활용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아마존, 구글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국내 포털도 기술공유를 확대할 것이라고 본다. 모든 회사가 기반기술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응용이다.”

-끝으로 할 말이 있다면.

“국내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 인공지능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당장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흐름이 인공지능으로 가는 건 당연하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지금처럼 일 해도 업무에 차질은 없겠지만 욕심을 갖고, 관심을 둔다면 앞서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