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자연 사건’ 재조사 착수, 핵심은 ‘조선일보 방 사장’

전 스포츠조선 사장 불러 수사 축소·은폐 의혹 진술 확보… “조선일보 사회부장 경찰청장 만났다 들어”

2018-07-06 19:33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2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 본조사를 권고한 뒤 대검 진상조사단이 본격 재조사에 착수했다.

검찰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은 장자연 사건 중 우선 규명해야 할 의혹으로 장씨가 죽기 전 자필로 남긴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이 누구이며, 이들에 대한 수사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가장 먼저 부른 이유도 2009년 수사 당시 A씨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장자연 리스트’의 핵심 인물인 것처럼 검찰이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김형준 검사)은 2009년 8월1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의 2008년 7월17일 스케줄표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아니라 스포츠조선 사장 A씨”라는 김씨의 처음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지난 5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화면 갈무리.
그러나 2008년 7월17일 김씨가 만난 ‘조선일보 사장’은 방상훈 사장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도 아니었음이 이미 경찰조사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과 검찰에 이날 A씨를 만나지 않았다면서 “비서가 잘못 기재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게다가 김씨가 이날 만난 사람은 조선일보 전직 기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충분히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확인된 A씨의 진술과 증거 자료는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방상훈 사장에 대한 불기소 결정문에서 김씨가 만나기로 한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사장’이었다고 적시했다.

게다가 검찰은 2007년 10월경 저녁 식사 자리에서 김씨가 장자연을 데리고 스포츠조선 사장을 만났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 모임을 주재하고 식사비까지 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방상훈 사장 동생)의 존재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방용훈 사장은 장씨가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오해할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었음에도 검·경은 그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A씨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근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불러 검찰에 가서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방상훈 사장에 대한 검찰 불기소 결정문에서 (2007년 10월) 밥을 9명이 먹었는데 검찰이 나와 장자연, 김종승 셋이 먹은 것처럼 오도한 것은 외압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방상훈 사장이 고소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자신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음에도 경찰 조사를 3차례나 받았고, 수사관이 A씨가 있는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조사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나에게 와서 몇 번 묻고 간 경찰이 나중에 ‘와야 할 이유가 없는데 하도 위에서 가라고 하니까 왔다’고 얘기했다”면서 “나는 ‘나와 관계도 없는데 왜 오냐’고 했더니 ‘조선일보에서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조선일보가 압력을 넣었다고 본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장자연 사건에 관련된) 누가 가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압력 있었다”]

지난 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의 성매매·강요 등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 연합뉴스·미디어오늘
검찰 과거사위가 설명한 장자연 사건 재조사 사유는 “장자연 문건에 명시된 ‘술 접대’ 등 강요가 있었는지, 이와 관련된 수사를 고의로 하지 않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등 의혹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에 관한 부분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설명이다.

6일 한국일보가 공개한 경찰 수사 기록을 보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피의자 신분이었는데 경찰이 2009년 4월23일 방 사장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으로 직접 찾아가 방문 조사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방상훈 사장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2011년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방 사장을 소환조사가 아닌 방문조사한 이유를 “본인이 희망해서 방문 조사했다”며 “방상훈 외에도 피의자 중에 유족으로부터 고소당한 KBS 기자 두 사람의 요청에 따라 KBS에서 방문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KBS 기자들은 2009년 3월13일 유족의 반대에도 ‘장자연 문건’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수사 도중에 직접 조선일보의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직접은 아니더라도 경찰 내부 윗선으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주변인을 통해 수사와 관련된 부탁을 받은 적이 있느냐’, ‘조선일보 외 다른 피의자 관련 압력을 받거나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검사에 질문엔 모두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조선일보 (이아무개) 사회부장이 (강희락) 경찰청장을 직접 가서 만나 장자연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데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이종걸 의원 측 변호인의 질문에 “무슨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찾아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A씨 지난 4월2일 보도된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도 “훗날 들어보니 조선일보가 편집인을 중심으로 사회부장, 법조팀장 등이 참가한 대책회의를 열며 방용훈 사장 이름을 빼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며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이 그 회의에 왜 들어왔겠나. 언론의 힘을 이용해 수사에 개입하려 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