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커녕 임금 줄고 다치는 기아차 여성 비정규직

[연재기획 기고] 나가랏,기아차 성차별② 16년을 일했는데 일하던 자리에서 쫓겨났어

2018-07-08 20:19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media@mediatoday.co.kr

연재기획의 변

쏘렌토라는 차종으로 유명한 기아자동차는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국내자동차시장 점유율 68.7%에 달하는 한국 최대 자동차재벌이 경영하는 자동차회사이다. 기아차는 당기순이익이 5년간 평균 2조 6천억이 넘는다. 하지만 이면에는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을 쥐어짜 배를 불려왔다. 기아자동차의 비정규직들은 불법파견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판결에 따르면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은 전원 정규직화하면 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특별채용이라는 편법으로 비정규직 일부를 정규직 채용했다. 기아차도 2013년과 2015년까지 1500명을 정규직 전환했는데 그 중 여성은 한명도 없었다. 그뿐 아니라 원래 일하던 곳에서 쫓겨나(강제전적) 더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하는 불이익까지 받아야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기아차 여성비정규직 차별문제를 알리기 위해 ‘나가랏, 기아차 성차별’이란 제목으로 미디어오늘에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 글은 두번째 기고다.

▲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가 서울 세종로청사 앞에서 여성 비정규직 차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때는 기분이 안 좋았어. 자존심도 상하고 쫓겨나는 거 같아서 안 좋았어. 어디로 갈지도 모르겠고 노조도 찾아가고 그랬지. 20년 가까이 이제까지 주야간 교대근무여도 한번 빠지지 않고 일했는데, 딴 데 가서 일하라네.”

김인영님(가명)은 2017년 16년간 일하던 자리에서 쫓겨났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목소리에서 억울함과 막막함이 묻어난다. 그때가 떠올랐나보다.

그녀가 쫓겨난 이유는 일하던 공정이 사라졌거나 회사(하청업체)가 문을 닫아서가 아니다. 기아차는 잘 나가는 회사니 문을 닫을 일 없고 그녀가 하던 공정은 비싼 중형세단 K5과 K7 트렁크 랩핑이니 사라질 수도 없는 공정이다. 랩핑을 하면 차 표면에 오염이나 흠집이 나는 걸 줄이고 세차도 편하기에 자동차생산에 빠질 수 없는 공정이다. 게다가 숙련도에 따라 랩핑 결과가 다르니 그녀처럼 오랜 일한 사람은 작업 효율도 높다.

그럼 김씨가 쫓겨난 이유는 뭘까? 어처구니없게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녀도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여성을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 기아차의 정책으로 그는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회사가 불법파견을 정규직화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편법으로 특별채용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이 특별채용에서 여성비정규직은 철저히 배제됐다. 법원은 남성노동자만 불법파견이라거나 공정을 바꾸라는 판결을 내린 게 아니다. 기아차는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특별채용이라는 편법을 도입했다. 그러자 기아차 화성지회(정규직 노조)는 여성비정규직이 일하던 자리에 정규직 남성을 집어넣었다. 욕심이다. 특별채용의 폐해다.

정규직 공정으로 바뀌기 전에는 남녀 비정규직이 같이 일했는데 지금은 그녀가 일하던 공정에서 남성만 일하고 있다. 여성이 사라진 공정이 돼버렸다. “여성들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여성들도 함께 한 일인데 회사는 나가라 했다. 그녀가 쫓겨난 이유는 여성이라는 것, 힘없는 비정규직 여성이라는 사실뿐이다.

기아차 여성 비정규직들에게 강제전적에 임금삭감까지

“청소하는 곳으로 가라고 (하청)업체를 바꿨지. 청소라고 하니 마포질을 하는 곳인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1라인 2라인 돌면서 산소판도 쓸고 기계 안으로 들어가서 닦고. 엄청 힘든 일이야. 하지 않던 일이니까 쇠에 부딪쳐서 무릎을 다쳤어. 너무 힘들어. 그래도 정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다니기는 하는데, 배신감이 들어.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지.

정규직 특별채용을 한다기에 조금은 기대를 했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화가 났어. 내가 일하던 곳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기계화되기 전에 비정규직들이 어렵게 일하던 곳인데 일이 쉬워지니까 우리를 내쫓은 거지 뭐야. 우리들이 다 해놓은 자리를 뺏은 거잖아.”

원래 일하던 업체 소장은 김씨에게 청소만하면 된다고 말하기에 진짜 바닥걸레질만 하는 곳인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도장청소는 도장작업과정에서 페인트나 약품들이 떨어지면 굳어진 것들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10kg정도 되는 오염된 철판을 세척된 철판으로 주기적으로 갈아주는 고된 일이다. 이 공정도 생산비연계공정으로 불법파견공정이다. 달라진 건 익숙하지 않은 공정이라 다치기 쉽고 근무형태가 달라 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한마디로 전적돼 불이익을 받았다. 임금이 한 달 평균 60만 원 정도가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여자화장실이 없어서 남자화장실에 칸막이를 치고 사용할 정도로 노동환경도 열악했다. 그걸 바꾸려고 회사에 여러 번 건의해서 부족하지만 여자화장실도 생겼다. 그런데 회사는 그 일자리에서 여성들을 쫓아냈다. 그녀는 작년에 강제전적에 항의하며 버티기도 했지만 힘없는 여성비정규직이라 회사가 원하는 대로 청소업무를 해야 했다.

그때는 재밌고 신나게 일했지, 다시 거기서 일하고 싶어

때로는 울음이 섞이고 때로는 커지는 김씨의 목소리에 나도 울컥 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녀가 일하던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 전에 일할 때는 어땠냐고, 예전 일자리로 돌아간다면 어떻겠냐고.

“그때 진짜로 재밌고 신나게 일했어. 진짜로 재미나게 칠했어. 한 번도 결근을 안 할 정도였어. 직원들하고도 잘 지내고. 같이 가면 되는데 어찌하다가 그래 됐는지, 왜 그렇게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 다시 거기로 가서 일하라고 하면 일할 수 있어. 내가 일한 경력이 얼만데. 다시 거기 가서 일하고 싶어.”

그리고는 강제전적을 앞둔 여성조합원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자기가 경험해서 안다고. 골병이 들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이유 없이 쫓겨나는 그 기분.

얼마 전 기아차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고 법위반을 교묘하게 피하기 위해 생색내기 수준으로 여성도 정규직으로 뽑았다. 전체 정규직 전환 인원 중 36명이니 새발의 피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여성이 26명인데, 정규직 대상자는 250명이 넘는다. 게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여성들이 원래 일하던 공정에 배치될지도 알 수 없다. 강제전적의 불안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여성이든 비정규직으로 계속 근무하는 여성이든 모두에게 해당된다. 김씨처럼 저렇게 임금이 삭감되고 다치는 일이 일어나지 마란 법이 없다. 이건 법원이 말한 정규직화가 아니다. 도대체 여성들이 평생 일한 대가는 낭떠러지밖에 없는가. 그 노동의 결과는 누가 가져갔는가.

사실 기아차 여성비정규직의 문제는 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 여성의 일은 항상 낮게 평가되고, 왜 여성에게는 불안정한 일자리만 주어지는가. 일터에서의 성평등 없이 우리 사회의 성평등은 가능하지 않다. 대통령 후보시절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게 묻고 싶다. 정부는 왜 재벌의 성차별에 눈감는가.

나는 “여자들만 피해본다”던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답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성별에 상관없이 성차별을 없애려고 싸우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정규직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려고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평등은 분명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