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이익 핏대 세우더니 갑질에 침묵하는 방송뉴스

[비평] 방송계 ‘을’ 소식, 왜 방송에선 찾아볼 수 없나

2018-07-08 19:11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어제 국민라디오에서 방송진행을 하면서 새로 결성된 비정규직 방송 스태프 노조 위원장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노조위원장의 첫 인사가 인터뷰를 해주어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의례적으로 들리지 않고 정말로 감사해하는 느낌이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갑질을 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하는 노조이니 큰 방송사들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다뤄줄 일이 없을 것이다.”

국민TV 라디오를 진행하는 유창선 평론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말이다. 작가와 독립PD, 분장과 촬영과 조명을 맡아온 스태프들이 지난 4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모두 노조 설립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를 쓰게 해 달라거나 야간촬영을 하면 수면권을 보장해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방송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방송이 반드시 노조 설립 소식을 다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굵직굵직한 관련 현안이 나올 때마다 유독 방송가에서 ‘침묵’이 이어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방송스태프노조 출범 기자회견.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제공.

지난 1월 방송 스태프들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상품권 페이’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이 됐으나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결과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에서 관련 보도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4월 방송계갑질119가 방송계 성폭력 실태를 발표했으나 JTBC 정치부회의만 이를 보도했을 뿐 다른 지상파, 종편은 다루지 않았다.

방송가의 침묵은 독립제작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된 박환성, 김광일 PD 사망 사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7월14일(현지시각) 아프리카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독립PD들이 열악한 제작여건 속에서 늦은 시간까지 차를 몰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박환성PD가 EBS의 갑질 문제를 폭로하고 싸우던 중 벌어진 사고였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조문을 하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문제 개선을 지시했고 지난해 12월 5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지상파 방송사 재승인 조건에는 처음으로 갑질 문제를 개선하라는 조항이 붙었다. 그러나 개선방안 발표 때까지 반년 동안 지상파3사와 종편 중 메인뉴스에서 관련 사안을 다룬 매체는 MBC 뿐이었다. MBC의 보도는 고작 1건이었다.

▲ 지난해 7월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광일(왼쪽), 박환성 PD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해 7월 두 독립PD의 장례식에서 김광일 PD의 아내 오영미씨는 “이번 사고는 방송 전반의 문제”라며 “장례식이 끝나더라도 이 문제가 잊혀지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자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사소한 일들까지 뉴스를 내보내는 방송사들이 두 PD들의 죽음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한달 후인 지난해 8월 독립PD협회는 방송사의 침묵을 보고 절망적이라고 했다.

물론, 방송사가 이해관계 당사자가 되는 이슈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핏대를 세워 보도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중적이다. 한국언론학회 ‘방송정책과 관련한 언론의 자사이기주의 보도 실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5년6개월동안 지상파3사가 광고규제완화, 지상파 UHD할당을 두고 쏟아낸 보도 수는 무려 297건에 달한다. 

정권 교체 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상화를 강조해왔다. 가까스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종합편성채널들은 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15일이면 박환성, 김광일 PD의 1주기다. 그동안 무엇이 얼마나 변화했나. 적어도 방송계 갑질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노력에 있어서만큼은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