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7천억들여 고쳤다? 법원 “설비교체 자체가 위법”

[쟁점 검증] 원전업·학계 ‘새것처럼 고쳐놓고 수천억 날리게 생겼다’…재판부 “원안위 심의의결없이 교체” 판결은 외면

2018-07-10 20:37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설비교체에 든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는 일부 언론과 원자력학계 주장에 설비교체 과정 자체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는 반박이 나왔다. 법원이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내린 판단에 나온다. 그런데도 언론들과 원자력학계에선 이런 사실은 외면하면서 노후설비 보수비용만 날렸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인 지난 2015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이은철 서울대 명예교수(원자핵공학과)는 지난 9일자 조선일보(30면)와 인터뷰에서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운행 연장을 위해 이미 7000억 원을 들여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가 ‘이렇게 조기 폐쇄되면 운행 연장을 위해 투입된 7000억 원은 그냥 날아가는 셈’이라고 묻자 이 교수는 “운행 연장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중단했을 때의 기회비용, 향후 발전 효율이 낮은 신재생으로 대체해 전력을 생산할 때의 비용, 원전 수출에 끼칠 악영향 등을 따지면 손실액은 1조가 훨씬 넘는다”고까지 주장했다.

한국원자력학회도 지난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월성 1호기의 경우, 59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노후 설비를 교체한 실질적으로는 새 원전과 다름없는 원전”이라며 “정부는 지난 6월 15일 개최된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이사회의 결정을 원인무효화하라”고 촉구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27일 한수원 이사 11명을 고발하면서 “한수원은 이미 2012년까지이던 월성 1회의 수명을 2022년까지 10년 연장하기로 하고 7000억 원이나 들여 새 원전과 같게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운영비와 연료비만 대면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당시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는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당시 한수원 이사)는 지난달 21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1면 기사)에서 “7000억원을 들여서 새것처럼 만들어 놓은 걸 왜 버리려 하나”라고 주장했다.

▲ ‘월성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결정은 위법하다며 취소하라는 판결이 난 지난해 2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확인 국민소송대리인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언론이나 이런 학자들은 한수원이 거액을 들여 월성 1호기 노후 설비 교체 및 보수하는 과정이 위법하게 이뤄졌다는 법원 판결은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월성 1호기의 설비 교체 등은 운영변경허가 사항이며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의결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허가는 원안위 사무처 과장의 전결로 진행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 부장판사)는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소재 월성 1호기 인근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 2100여 명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처분 취소청구 소송 판결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수명연장)에 관해 피고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 및 의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자력발전소 신규운영허가 뿐 아니라 운영변경허가 모두 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 및 그 심사를 전후해 ‘운영변경허가사항’에 해당하는 설비교체가 여러 건 진행됐고, 이에 대한 운영변경허가는 피고 소속 과장 전결로 이루어졌다”며 “이는 원자력안전법 및 원안위법이 정한 피고 위원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잠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설비교체가 사실상 계속운전을 허가받으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런 설비교체는 설계수명이 다한 2012년 이전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판결문 주석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09년 4월 경부터 2011년 7월 경까지 원자로 내 380여 개의 압력관, 칼란드리아관, 일차냉각수공급자관, 제어용전산기 등 9000여 건의 대규모 설비개선이 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수원이 수명연장 신청을 하면서 설비교체 내역이 담긴 비교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한수원이 제출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개정(안)’을 비교표라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설비교체를 위한 허가사항의 변동 내역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원안위는 수명연장 허가사항의 세부 변동내역도 파악하지 못한 채 계속운전을 허가한다는 결론을 의결한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원안위의 심의·의결이 있기 전에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교체 등이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위법할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명연장) 심의·의결에 필요한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았고, 또 이에 대한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의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김학로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전환정책 수정을 제안한다"입장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재판부는 원안위법상 위원의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은철 위원장과 조성경 위원)이 심의 및 의결에 참여했고,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에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흠이 있다며 모두 이 사건 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원안위는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재판의 원고측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김영희 변호사(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는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월성 1호기의 (수천 억 원의) 설비교체 허가를 원안위 과장 한 명이 전결로 했다. 원안위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당시 교체하는데 돈쓰라고 해놓고 이제와서는 뭔 소리냐’는 말도 할 수 없다. 이미 허가받기 전에 한수원이 돈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에 참석했던 김해창 이사(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같은 날 “돈이 5000억, 7000억 더 들여서 고쳐놨는데 왜 폐쇄하냐고 하는데, 그런 주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수원이 원안위 허가도 받지 않고 수천억을 미리 넣고 고친 것”이라며 “이런 문제점은 예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 월성 1호기. 사진=한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