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신문배달이 사라질 수도

신문구독률 9.9% 추락하며 배달망 붕괴 “신문고시 지키지 않으며 비극 초래”…해답은 판매와 배달의 ‘분리’

2018-07-15 13:07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2002년의 새벽은 분주했다. 오전 3시까지 보급소로 가서 조간신문에 전단지를 넣고 배달을 시작했다. 계단식 아파트 한 동을 배달하려면 엘리베이터 여러 층을 누른 뒤 꼭대기 층부터 내려오며 현관문 앞에 신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경쟁신문이라도 먼저 보이는 날엔 마음이 급해졌다. 그 때만해도 출근 전 신문을 보는 사람이 많았고, 신문이 늦는 날에는 지국으로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2018년의 새벽은 위기다. 신문지국장들에 따르면 요즘은 아파트 한 동에 종이신문 구독자가 1명 수준이다. 그래서 문 앞이 아니라 우편함에 신문을 넣는 경우가 늘었다. 1996년 69.3%에 이르렀던 신문구독률은 2017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서 9.9%를 기록했다. 20년 만에 7분의1로 급감했다. 신문구독률이 급감한 만큼 배달 거리는 늘어났다. 이는 고스란히 배달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문사와 신문지국은 구독료와 전단지 수입 감소 속에 그저 종이신문의 몰락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2017년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종이신문 판매수입은 신문산업 매출액 중 12.5%에 불과했다. 이는 2012년 20.3%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신문업계는 판매수입을 사실상 포기하고 컨퍼런스를 통한 협찬 수익이나 부동산 투자 등 수익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문지국은 본사에 납입하는 지대가 줄지 않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지국을 중심으로 통폐합을 거듭하며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 신문배달에 나선 오토바이. ⓒ연합뉴스
배달 인력난은 여러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조선일보 한 신문지국장은 “토요일 신문 배달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다들 토요일은 안 하려고 한다”며 “토요일자 폐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신문은 7월7일자로 토요일 자를 폐지했다. 최대 주52시간 근무제 정착과 함께 신문제작 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이었다. 2004년 주5일제 시행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 토요일자 신문은 월요일에 출근한 막내사원에 의해 한 묶음으로 버려진다.

신문업계에서 신문 1부당 배달비용은 한 달 평균 5000원~7000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문지국의 쇠퇴 속에 토요일자 폐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토요일자 폐지와 관련해 한 종합일간지 고위관계자는 “우리도 토요일자 폐지를 논의 중이다. 9월정도 되면 다들 폐지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중앙일보의 한 직영센터장은 “서울신문은 구청에서 받는 경우가 많아 토요일자 폐지가 가능하지만 조중동은 가구부수가 많다”며 “토요일자가 사라지면 절독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답 없는’ 신문배달시장의 현실

신문배달시장의 현실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언론정보학보 2018년 6월호에 실린 ‘신문배달조직의 황폐화와 판매시장의 왜곡’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현재 신문구독시장은 관공서나 대형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개별가구 구독자가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단지 위주의 지국 운영은 어려워졌다. 해당 논문은 “출근 전 신문구독이란 신문읽기 패턴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구부수와 영업장 부수 비율은 4대6정도라는 계 신문업계 설명이다. 이젠 전북 군산에 있던 GM대우가 철수하면 주변의 신문지국들이 흔들린다.

논문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배달조직의 60%가 수도권, 40%는 지방에 분포했으며 동아일보는 수도권에 45%, 지방에 55%가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가 직접 지국 운영에 관여하는 직영방식을 택한 중앙일보는 수도권에 집중 되고 있다. 사실상 전국 유통망을 유지하는 지국은 조선과 동아뿐이다. 한국은 전매제(단독배달) 형식과 공배제(공동배달)가 공존하고 있는데 이제 단독지국은 거의 사라졌다. 예컨대 호남에선 동아일보 신문지국이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배달해주는 식이다. 대부분이 여러 곳의 신문을 동시에 배달하고 있는 통합지국 상황이라 지국 숫자와 지국장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 조선일보의 한 신문지국. 사진속 신문지국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신문지국들은 생존을 위해 ‘세트지 판매’라는 일종의 묶음상품 영업을 일상화했다. 일례로 서울·수도권에선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한국경제 전자신문 코리아헤럴드 매일경제 등을 취급하는 통합지국이 조선일보망으로 구분되는데 조선일보 구독을 권유하며 다른 신문 1~2개를 추가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세트지까지 유료부수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본사와 지국, ABC협회 모두 이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정상적인 판촉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문지국에선 유료부수가 1000부면 한 달 평균 20~30부는 확장해야 부수가 유지된다고 판단한다. 신규확장비용은 본사가 보통 부담하는데, 지국을 그만두려면 이 비용을 토해내라는 경우가 있다. 1부 확장에는 평균 8~10만원이 필요하다. 신문고시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앞서 2005년 참여정부는 배달과 판매를 완전하게 분리한 공판개념의 공동배달제도 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신문판매시장의 합리적 유통망 구축을 위해 2005년 도입된 신문유통원은 2010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 통폐합된 이후 그 역할이 축소됐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배달센터 250여 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센터 상황이 열악했다. 지역으로 갈수록 커버할 수 없는 배달망이 증가하고 있다. 배달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최장 주52시간 노동이 법으로 정해지며 배달기간은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사라질 수 있다.

해답은 판매와 배달의 ‘분리’

한국신문협회는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동아일보 지국 중심으로 사실상 공동 배달망이 형성된 상황에서 굳이 ‘판’을 흔들 이유가 없다. 신문협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억지로 배달 망을 살려내는 것보다는 시장상황에 맞게 자연 도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한 신문지국장은 “신문 보는데 돈이 안 든다. 1년 서비스에 6만원 현금까지 안겨주는 과당경쟁으로는 신문업계에 미래가 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신문고시를 지키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이것 없이는 어떤 해법도 안 된다”며 “신문고시의 엄격한 시행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신문배달망의 생존을 위해 판매와 배달을 분리하는 개념의 ‘통합배달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신문업계에 등장하고 있다. 기존 신문지국을 판매와 배달 분야로 나눠 배달만 하는 센터를 열고 판매 분야는 자연스럽게 본사의 고유 업무로 넘기는 식이다. 이 경우 배달센터는 부수확장을 위해 신문고시를 위반하며 판촉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 주요 종합일간지들의 모습. 종이신문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사라지기 전까지는 한겨레든 조선일보든 빠르고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신문이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신문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와 달리 조중동 역시 배달망을 유지하기 점점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네 중국집 배달도 이제는 중국집 대신 배달전문업체가 맡고 있다. 신문배달도 이런 식으로 갈 수 있다. 이제 신문배달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논문 또한 결론에서 “배달만 전담하는 유통회사를 설립해 판매와 배달을 전격 분리시키는 작업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현재 실태를 파악하며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주도의 배달망 형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계속 지국을 운영 하겠다”는 지국장들을 설득해야 한다. 중앙일보의 한 직영센터장은 “그만두려고 하면 지금까지 (본사에서 준) 마케팅비를 토해내라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도 그만 두려다 못 그만 둔 곳이 있다. 마케팅비가 한 해 2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정부에서 유통센터를 만들면 대다수가 실업자가 되고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조선일보의 한 신문지국장은 “정부에서 우리를 고용하면 우리가 지금껏 투자했던 것까지 보존해줄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우리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데 본사에 걸려있는 돈이나 보증금이나 복잡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주도로 유통망을 형성할 경우 각 신문사별로 실질 부수가 공개될 수 있어 과거 신문유통원 시절처럼 실패할 수 있다. 신문지국별 생존에 필요한 최소부수를 정부가 보존해주는 방식을 꺼낼 경우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결국 신문업계를 비롯해 한국사회가 신문배달망이 갖는 공공적 성격을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 정책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지역 배달망 확보와 관련 인프라 지원에 나서거나 독일처럼 권역을 나눠 특정 배달센터에 독점사업권을 주는 형태로 배달망을 살리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종이신문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사라지기 전까지는 한겨레든 조선일보든 빠르고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신문이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