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텅이로 나간 국회 특수활동비 ‘정체불명’의 수령인들

국회의원 ‘제2의 월급’이었던 의문의 농협통장… 새누리당 당직자 14억, 박지원 의원 6억 받아

2018-07-11 13:32       강성원 기자·권도현 대학생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지난 5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을 보면 지난 2011~2013년까지 가장 많은 특활비를 받은 수령인은 ‘농협’이었다. 이 농협 통장(급여성경비)엔 2011년 약 18억 원, 2012년 약 20억 원, 2013년 약 21억 원씩 총 59억여 원의 특활비가 입금됐다.

농협 통장이 수령인으로 돼 있는 특활비는 입법및정책개발비 균등/특별인센티브라는 사업 명목으로 억 단위 금액이 일시에 지출되는 것과 개별 국회의원이 수령인으로 표시된 교섭단체활동비, 교섭단체정책지원비로 나가는 돈이 있다.

참여연대는 “농협 통장이 수령인으로 지출된 특활비는 지급 이후 실제 사용한 실수령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고, 누가 통장에서 인출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출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며 “특활비를 현금으로 수령했다는 일부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상기할 때, 농협 통장이 수령한 금액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현금으로 나눠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급여성경비 59억 원, 국회사무처 “수령인 너무 많아”

지난달 국회로부터 받은 3000만 원 이상의 특활비를 자진 반납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MBC와 인터뷰에서 “나는 원내 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대표이기 때문에 전체 액수의 절반은 은행으로 계좌이체가 돼 왔고, 나머지 절반은 5만 원권 현찰로 밀실에서 1대 1로 만나서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그래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수령했다. 이건 설사 제대로 주지 않더라도 배달 사고가 나도 알 수 없고, 받은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흔적이 남지 않는 그런 ‘깜깜이’ 돈이었다”고 고발했다.

지난 9일 오전 참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기자
이처럼 농협 통장으로 수령인을 알 수 없는 거액의 특활비가 입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사무처는 5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사무처는 국고금 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국회 내 상주은행인 농협은행을 통해 국고금 지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은 각 회계 담당자가 계좌를 직접 입력하게 돼 있어 수령인의 인원이 적을 경우 담당자가 직접 입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수령인의 수가 많거나 대량 이체를 하는 경우 금융기관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사무처는 “이에 따라 수령인이 다수인 입법및정책개발비 균등/특별인센티브를 농협(금융회사)을 통해 지급하기에 수령인이 농협으로 돼 있는 것”이라며 “수령인을 밝히기 어려워 농협은행을 수령인으로 내세우거나, 금융 관련 법령상 문제가 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박지원>김진표>전병헌 순, 새누리는 당직자 대리수령

미디어오늘이 국회 특활비를 받은 수령인 298명 전수를 분석해본 결과 3년간 특활비 최대 수령자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으로 나왔다. 박 의원은 총 5억9110만 원을 받았는데 이 기간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으로 오래 활동하면서 특활비 수령액도 많았다.

▲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최대 수령 전·현직 국회의원 10인. 통계·디자인=권도현 대학생 기자·이우림 기자, 자료=참여연대
박 의원은 국회 특활비를 가장 많이 받은 의원 1위로 나온 결과에 대해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특활비가 공개된 2011~2013년 기간 동안 내가 (민주)당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2번, 남북관계특별위원회 위원장, 법사위 청원심사소위원장직이 겹치면서 국회 특활비를 많이 받은 것”이라며 “내가 받은 특활비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것으로 국회 정책개발 지원비, 교섭단체 활동비 등에 쓴 것이지 내가 그 돈을 수령해서 휘발윳값 등 내 개인적으로 쓴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다음으로 국회 특활비를 많이 받은 전·현직 의원은 △김진표 민주당 의원(5억5853만 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3억8174만 원) △강창일 민주당 의원(2억3944만 원)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1억9372만 원) △박영선 민주당 의원(1억6272만 원) △신학용 전 민주당 의원(1억2438만 원)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1억2063만 원) △안홍준 전 새누리당 의원(1억1912만 원) △김정훈 한국당 의원(1억1761만 원) 등 순이다.

비 국회의원 중에는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 직원인 채아무개씨가 3년간 17억698만 원으로 특활비 수령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원내행정국 직원 이아무개씨가 13억9043만 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정책위’라는 이름으로도 총 4억6370만 원을 받았다.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실명으로 특활비를 받았다면 새누리당(한나라당)은 당직자가 대신 받아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전 의장 해외순방에 3억 수령, 국외업무여비 별도

교섭단체 대표는 실제 특수활동을 수행했는지와 무관하게 매월 4000여만 원(짝수달에는 6000~7000여만 원)의 특활비를 받았다. 상임위원장과 함께 예산결산특위원장, 윤리특위원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회의가 열리지도 않은 달에도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매월 600만 원씩을 받아갔다.

국회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 활동비’를 추가로 매월 1000만 원씩 받아 법사위 여·야 간사와 위원들에게 특활비를 배분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사위 간사에게 매월 100만 원을, 위원들에겐 매월 50만 원씩 지급했다. 법사위는 위원들뿐만 아니라 수석전문위원에게도 매달 150만 원씩 줬다.

▲ 지난 1월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국회의장들도 해외순방을 나갈 때마다 수천만 원 상당의 국회 특활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년간 국회의장의 해외순방에 쓰인 돈은 총 61만2000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7억 원(6억9112만 원)에 달한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해외순방에 28만9000달러를 썼고, 강창희 전 국회의장(2012~2013)도 여섯 번 나가면서 25만8000달러를 받았다. 박희태 의장 사임 후 직무대행을 했던 정의화 전 부의장은 두 차례 해외순방길에 6만5000달러를 가지고 갔다.

이를 두고 국회의장이 한 번 해외순방을 갈 때마다 국회 특활비에서 5만~6만 달러나 지급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회외교와 관련된 예산엔 국외업무여비 등이 별도로 배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의장단의 의회외교는 필요한 영역이나, 이는 아무런 감시와 통제 없는 특활비가 아니라 투명한 예산 집행과 사용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먹고 입고 자는 비용과 교통비는 공식 경비로 처리되는데 이런 뭉텅이 돈을 받아서 무슨 일을 했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국회는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